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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곤혹케한 정경심·이동재 반격카드… 조국이 외친 위수증 법칙

중앙일보 2020.07.29 05:00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 목소리로 검찰을 비판하며 내세우는 원칙이 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배제해야 한다는 '위법수집증거(위수증) 배제의 법칙'이다. 
 

학자 조국이 강조했던 '위법수집증거 배제' 檢발목잡나

증거가 무효면 그 죄도 무효다  

'독이 있는 나무는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독수독과론에서 파생된 이 법칙에 따르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기소된 범죄는 증거가 무효라 죄가 될 수 없다. 정 교수는 이와 같은 이유로 동양대 직인과 표창장이 발견된 컴퓨터가 영장 없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가 검찰에 임의제출한 문건들이 위법한 증거라 주장한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이 전 기자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검찰이 이 전 기자의 일부 휴대폰과 노트북을 위법하게 압수했다'는 일부 압수수색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사실 관계가 아닌 수사 절차를 따지는 이 위수증의 반격에 검찰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盧정부가 만들었던 위법수집증거 조항 

위수증의 법칙은 노무현정부가 추진했던 사법개혁의 주요 과제였다.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위수증'의 형사소송법 명문화를 추진했고, 2007년 4월 형사소송법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조항이 명문화됐다. 수사기관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범위 내에서 압수수색을 해야하고, 피의자나 그 변호인에게 영장의 내용을 성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다. 
 
이 위수증의 법칙에 대해 최근까지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해왔던 학자는 다름 아닌 정 교수의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9월 청와대 민정수석 신분으로『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전면개정판을 내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박사학위 논문도 위수증을 다뤘다. 조 전 장관은 책에서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수사기관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통제를 보장하는데 기여해왔다"고 했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직 연구를 해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출석하던 모습. [연합뉴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직 연구를 해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출석하던 모습. [연합뉴스]

블랙리스트 판결, 靑·울산시장 수사서도 언급  

정 교수와 양 전 대법원장, 이 전 기자는 물론 적폐청산 수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도 이 위수증의 법칙은 검찰과 피고인(피의자)간의 주요 쟁점이 됐다. 
 
올해 2월 '문체부 블랙리스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현직에 있었던 조희대 전 대법관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국정농단 특검에 제공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무죄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다. 
 
청와대 울산시장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던 송철호 울산시장 전 선거캠프 선거본부장 김모씨도 지난달 검찰이 임의제출한 휴대폰으로 별건 수사를 벌였다며 대검에 감찰을 요청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모든 혐의에서 1·2심 무죄를 받았던 권성동 무소속 의원도 일부 혐의에선 이 위수증의 법칙이 적용돼 무죄가 나왔다. 
 
가수 정준영씨가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모습. 오종택 기자

가수 정준영씨가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모습. 오종택 기자

정준영은 거부당해, 법원 "공익이 더 커" 

하지만 위수증의 법칙이 모든 피고인에게 황금열쇠처럼 적용되진 않는다. 법원에서 수사기관에 점점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 정도와 그 증거를 배제했을 경우 형사사법 정의에 미칠 영향을 비교해 판단하고 있다. 사안과 판사마다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특수준강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 올해 2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던 가수 정준영(31)씨도 포렌식 업체 직원이 자기의 동의없이 개인 휴대폰 자료를 제보자(방정현 변호사)에게 넘겼다며 위수증 주장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장은 "카톡 내용은 성범죄 등 진실 발견을 위한 필수적 자료"라며 "증거를 인정해 얻는 공익이 정씨가 침해당한 이익보다 우월하다"며 증거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역시 이 판단이 유지됐다.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그 사안이나 재판부마다 달라 종종 논란이 되곤 한다. 사진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뉴스1]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그 사안이나 재판부마다 달라 종종 논란이 되곤 한다. 사진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뉴스1]

명확한 법률 없어 판사마다 다르다  

위수증의 법칙과 관련해 각 사안마다 판사들의 판단이 다른 이유는 구체적인 법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이 한 문장에 재판부의 해석과 판례를 더해 위수증 여부를 판단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휴대폰은 물론 클라우드 등 수사기관이 수집하는 디지털 증거가 점점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위법수집증거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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