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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쩐의전쟁'] "회계상 3억, 거기 1억 더"…눈먼 돈이 만든 전대 '3+1 법칙'

중앙일보 2020.07.29 05:00
지난 2018년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3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8년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3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과거 공당(公黨)의 전당대회엔 ‘눈먼 돈’이 오가는 관행이 있었다. 2012년 검찰 수사로 이어진 옛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이 대표적 예다. 당시 정치권에선 “지역별 선거 조직 운영비를 넣으면 전당대회 출마 비용이 최소 10억원에 달한다”는 경험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검찰 수사팀에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돈 봉투 살포 사건도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내 선거에 비공식 자금을 동원하는 게 당연했단 얘기다.
 
최근 많이 깨끗해졌다고는 하지만 관행이 다 사라지진 않았다. 28일까지 취재에 응한 민주당의 전당대회 실무 경험자 20여명의 말을 종합하면 전당대회를 앞둔 ‘쩐의 전쟁’에는 ‘3+1’ 공식이 성립한다고 한다. “회계상 3억 지출이라면 플러스 1억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현역 의원)
 
중앙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파악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평균 지출액(2018년 기준 2억9723만원)을 넘어서는 지출액이 후보 1인당 1억원은 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부 내역을 묻자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명확한 파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등의 답이 돌아왔다.
 
2018년 전당대회, 이해찬·송영길·김진표 얼마나 썼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8년 전당대회, 이해찬·송영길·김진표 얼마나 썼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밥값·차비…‘자발적 지원’ 모른 척

공식 회계 장부에 올리지 않는 비공식 지출은 주로 밥값에서 출발한다. 후보가 특정 지역을 방문하기 전 미리 캠프 운동원이 내려가 당원에게 밥을 사면서 “A 후보를 밀어달라”고 요청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한 의원은 “점조직 형태로 돈이 들어왔다 나가기 때문에 정작 후보 본인이 모르는 새 밥값을 조달해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천만원씩 드는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 등은 중앙당이 의뢰를 대행하고 결제만 각 캠프에서 하도록 해 숨기기 어려운 구조다. 
 
아예 ‘당원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지역위원장이 당원들을 모아놓으면 후보가 가서 설명회를 하는 일이 최근까지 이어졌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당대표 후보 조직원이 권역별로 한 달간 상주하면서 밥이나 술을 사는 관행이 있었는데 요즘은 후보 방문 직전 내려가 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럴 때 밥은 자연스레 현장에 온 명망가나, 어르신, 당에서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 산다”고 덧붙였다. 출처 불명의 돈이 전당대회 지출에 섞이는 구조다.
 
때론 유력한 지역당원이 모임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나중에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엔 ‘포스트’라 불리는 유력당원들이 지역별로 있는데 이들이 전대에서 조직표를 행사한다”고 말했다. 간혹 당선자를 찾아가 “내가 50명의 표를 모아왔다”며 청탁성 민원을 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럴 때 당선자는 해당 당원이 자기 돈을 썼는지, ‘전주(錢主)’로 불리는 제3자를 동원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한다.
 
지난해 9월 22일 경기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22일 경기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뉴스1]

불법이지만…15년간 고발 단 2건

전당대회 매수행위는 현행법(정당법 50조) 위반이다. 아무리 당 내부 경선이어도 금품·향응을 제공하고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금지된 ‘당대표 경선 시 매수행위’에 해당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행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치른 후보는 선관위에 수입·지출을 신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축소 신고 관행이 굳어져 왔다. 한 전직 의원은 “현금이 오간 것까지 굳이 회계처리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했다. 
 
정당 내에서 불법행위를 적발해도 “어쩔 수 없는 전통”이라며 서로 눈감아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중앙선관위는 2006년 이후 전당대회 매수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한 경우가 단 두 건이라고 밝혔다. 거대 양당이 근 15년간 원칙적으로 2년에 한 번씩 전당대회를 열어왔는데 고발 횟수가 터무니없이 적은 거다. 선관위 측은 “두 건 모두 201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관련”이라고 설명했는데 민주당 전당대회의 경우 고발로 이어진 사례가 전무하다. 민주당에선 “우리당엔 같은 식구끼리 고발은 어렵다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언택트(비대면) 기조로 치러질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는 ‘깨끗한 선거’를 강조한다. 민홍철 민주당 전당대회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당내 경선은 완전 공영제다. 올해는 특히 언택트 전당대회를 하기로 해 간담회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선관위에 ‘공명선거 분과위원회’도 설치됐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가 26일 춘천시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가 26일 춘천시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하지만 일각에선 매수행위 자체가 더 음성화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아무리 자발적 온라인 당원이 많다고 해도 정당에 지역 조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설득'행위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야 자정(自淨) 의지…믿을 수 있나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조직대결로 가면 계속 돈이 쓰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제도적 대응은 정치권의 일관된 반대로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중앙선관위는 정당 전당대회에 선관위가 조사권을 부여받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전당대회 외부 감시를 법제화하려는 시도였는데, 당시 여야는 “헌법이 보장한 정당 활동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내 이를 무산시켰다. ‘집안 행사’에까지 선관위 감시를 받지 않겠다는 취지인데, 선관위 관계자는 “투·개표만 위탁받은 입장에서 직접 조사권이 없으니 (전당대회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당 내·외부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정당 활동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투명화 과정을 피해선 안 된다”며 “정치권 자정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제도적 장치 마련 역시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김효성·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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