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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싹 쓰는 싹쓰리 “90년대에 열광” vs “불공정 게임”

중앙일보 2020.07.29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25일 ‘쇼! 음악중심’ 무대를 준비하러 가는 싹쓰리. 왼쪽부터 유재석, 이효리, 비. [사진 MBC]

25일 ‘쇼! 음악중심’ 무대를 준비하러 가는 싹쓰리. 왼쪽부터 유재석, 이효리, 비. [사진 MBC]

‘다시 여기 바닷가’ vs ‘그 여름을 틀어줘’
 

‘놀면 뭐하니?’서 결성된 혼성그룹
음원 1위 이어 음악방송도 1위 후보
이효리·비 전작 부진 딛고 재조명
“방송 못 나가는 가수 많은데” 비판도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혼성그룹 싹쓰리가 올여름 가요계를 싹쓸이하고 있다. 18일 공개된 데뷔곡으로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한 데 이어 25일 공개된 두 번째 곡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면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여기에 듀스 원곡을 커버한 ‘여름 안에서’와 비가 피처링한 지코의 ‘섬머 헤이트(Summer Hate)’, 이효리가 추천한 블루의 ‘다운타운 베이비(Downtown Baby)’를 더하면 프로그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곡이 상위 10위권 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부터 댄스 음악과 혼성그룹이 사라진 여름 시장을 노린 프로젝트였지만, 단순히 프로그램 효과로 치부하기엔 안팎의 파장도 상당하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격년제로 진행된 ‘무한도전’ 가요제에서도 ‘렛츠 댄스’(2009)나 ‘냉면’(2011) 등이 ‘쇼! 음악중심’ 무대에 오르거나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언니쓰가 ‘셧 업’(2016)으로 ‘뮤직뱅크’에 섰지만, 자사 음악방송 특별무대 성격이 강했다.
 
반면 싹쓰리는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25일 데뷔 무대를 가진 ‘쇼! 음악중심’ 시청률은 올해 최고인 2.1%로, 통상 음악방송 시청률 0.5~1%를 고려하면 상당히 높다. 블랙핑크·마마무 화사와 함께 1위 후보에 오른 이 날은 글로벌 팬덤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예약 판매를 시작한 음반 판매량이 더해지면 추후 1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Mnet ‘엠카운트다운’ 등 후속 스케줄도 마련돼 있다.
 
90년대 스타일을 재현한 뮤직비디오. 살수차를 동원해 비 내리는 장면을 찍고 있다.

90년대 스타일을 재현한 뮤직비디오. 살수차를 동원해 비 내리는 장면을 찍고 있다.

전문가들은 캐스팅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기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재석·이효리·비가 한 시대를 풍미한 당대 최고 스타임은 분명하나 2020년 여름이기에 가능한 조합이란 얘기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JTBC ‘효리네 민박’ ‘캠핑클럽’ 등으로 소박한 제주댁의 모습을 보인 이효리가 린다G로 변신하고, ‘깡’ 패러디 열풍을 타고 코믹함을 더한 비가 비룡이 되면서 그동안 유산슬·링고스타 등 다양한 부캐(부캐릭터의 준말)를 쌓아온 유재석의 유두래곤과 만나 시너지가 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성적이 부진했던 이효리와 비의 앨범은 이번 프로젝트로 재조명됐다. 이효리는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6집 ‘블랙’(2017)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남편 이상순과 함께 만든 ‘다시 여기 바닷가’에서 작사가로서 새 모습을 보여줬다. ‘깡’이 수록된 미니앨범 ‘마이 라이프愛’(2017)로 재기 발판을 마련한 비도 댄스팀 나나스쿨과 머리를 맞대고 안무를 짰다. 여기에 이들과 지난 시절 함께 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사진작가 홍장현, 뮤직비디오 감독 룸펜스까지 가세, 앨범 한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줬다. 다른 음악 예능과 차원이 다른 서사를 구축해냈다는 평가다.
 
90년대를 추억하는 움직임이 일시적 문화 현상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전람회의 음악이 재조명되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90년대 음악이 등장하고 유튜브 등으로 이를 꾸준히 소비하는 계층이 생겨났다”고 짚었다. 음악에 애착이 큰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에서 진행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2014) 등 대형 프로젝트도 한몫했다.
 
지난해 치즈·스텔라장·러비·치스비치 등 90년대생 여성 아티스트 4명이 모인 ‘치스비치’ 등 90년대 걸그룹을 오마주하는 팀도 생겨났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주철환 교수는 “TV뿐 아니라 유튜브·넷플릭스 등 플랫폼이 다변화된 시대에 꾸준히 소환된다는 것은 그만큼 생명력이 있다는 뜻”이라며 “클래스를 넘어 클래식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가요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TV 프로그램이 영향력을 독점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음악방송 한 번 나가기도 힘든 가수도 많은데, 시작부터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방송사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발표한 음원으로 수익 사업을 하며 생겨난 오래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일겸 대중문화마케터는 “나날이 떨어지는 시청률과 광고수익 보완을 위해 음악과 PPL을 이용하는 것 같다”며 “오랫동안 준비한 가수들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음원과 앨범 판매 수익은 모두 불우 이웃 돕기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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