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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두 2t ‘벙커버스터’ 현무-4보다 센 미사일 기술 갖게 됐다

중앙일보 2020.07.29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28일 발표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 사용 우주발사체의 개발이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사진은 2017년 8월 24일 시험 발사된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인 현무-2C 탄도미사일. 현무-4(개발 중)는 사거리는 800㎞지만 탄두 중량은 2t에 이르는 벙커 버스터 탄도미사일이다. [사진 국방부]

28일 발표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 사용 우주발사체의 개발이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사진은 2017년 8월 24일 시험 발사된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인 현무-2C 탄도미사일. 현무-4(개발 중)는 사거리는 800㎞지만 탄두 중량은 2t에 이르는 벙커 버스터 탄도미사일이다. [사진 국방부]

청와대가 28일 발표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은 우주발사체와 직결돼 있다. 우주발사체는 우주 공간에 위성을 띄우는 추진체(로켓)다. 지금까지 한국에선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면서 사실상 액체연료 발사체만을 만들 수 있었다. 미사일 지침상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 때문이다. 항공우주연구원(KARI)이 2021년 발사를 목표로 만들고 있는 누리호가 대표적이다. 누리호엔 75t급 추력의 액체연료 엔진이 달렸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허용은
미사일 사거리 제한 완화 효과
중장거리 탄도탄 개발 기반 마련

그런데 이제부터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우주발사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번 개정의 의의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기존 액체연료 로켓에 고체연료 로켓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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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서 개발 중인 우주발사체는 대부분 액체연료 로켓이다. 지난 21일 한국군 최초의 군 통신위성인 아나시스 2호를 쏘아 올린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도 액체연료 엔진을 사용한다. 액체연료는 고체연료에 비해 추력이 더 커서, 더욱 무거운 위성을 고고도에 올리려면 액체연료 개발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고체연료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고체연료가 액체연료에 비해 저렴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액체연료를 가지고 저궤도에 쏠 수 있지만 이는 짜장면 한 그릇을 1t 트럭으로 배달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고고도 위성을 올리는 데 쓰는 액체연료 우주발사체를 저궤도 위성에 쓰면 비효율적이라는 비유다. 여기서 저궤도 위성은 군사용 정찰위성을 뜻한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24시간 위성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고체연료 엔진 개발이 출발점이 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개정으로 민간뿐만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양수겸장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1979년 미사일 지침이 만들어진 후 한국은 지침 개정을 통해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하고, 탄두 중량을 늘려 왔다. 이를 통해 현재 사거리 800㎞, 탄두 중량 2t의 현무-4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 현무-4는 탄두 중량이 늘어나면서 파괴력이 증강돼 지하 수십m를 뚫고 들어가 핵심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급 미사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이라고 관계자들을 축하했던 미사일이 현무-4라는 게 군 안팎의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발사체에 쓰일 고체연료 개발 제한이 풀리면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기반까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액체연료는 보관이 어려운 데다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려 군용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써왔다. 즉 우주발사체용 고체연료 제한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장거리용 고체연료 발사체 기술이 축적된다. 그래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허용은 기술적 측면에선 사실상 미사일 사거리 제한 완화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향후 현무-4 보다 더 센 미사일을 개발할 기술 확보의 기회가 열린다는 의미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민간용 로켓과 군사용 미사일은 거의 비슷하다”며 “민간용 고체연료 엔진 로켓의 기술은 군사용 고체연료 엔진 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종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군의 감시·정찰 능력의 발전, 우주 인프라 개선의 토대 마련, 한·미 동맹의 업그레이드 등 세 측면을 미사일 지침 개정의 효과로 설명했다. 숨어 있는 네 번째 효과는 미사일 개발 기술의 축적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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