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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석의 완력…종부세 등 13건법안 처리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중앙일보 2020.07.28 19:44
미래통합당 김태흠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의 법안만 상정하고 미래통합당 법안은 상정하지 않는다"며 항의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태흠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의 법안만 상정하고 미래통합당 법안은 상정하지 않는다"며 항의했다. [연합뉴스]

거여(巨與)의 완력은 강했다. 
 
176석의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 기획재정위·국토교통위·행정안전위 등 3개 상임위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 등 13개 법안을 각각 상정해 처리했다. 법안 상정부터 통과까지는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야당과의 협의는 없었으며, 법안 심사를 위한 법안심사소위도 건너뛰는 초스피드였다. 
 
기습 상정 등에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항의하고 퇴장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국회법상 상임위 안건 상정은 교섭단체 간사간 ‘협의’ 사안이다. 강제력이 없다는 의미다. 여당이 17개 상임위를 독식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획재정위, ‘백지 표결’ 논란

 
최대 격전지는 부동산 관련 세법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였다.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등 7·10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이 쟁점이었다.
 
여야가 법안소위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자, 민주당은 곧바로 소위원회를 건너뛰고 전체회의에 법안 상정을 시도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시급하다”며 법안 상정을 위한 서면동의서를 제출했고,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동의했다. 민주당 소속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이를 기립 표결에 부쳤다. 재석 26명 가운데 통합당 소속 9명을 제외한 17명이 일어서서 찬성의 뜻을 표했다. 장혜영(정의당)·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도 동참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안건 서명 동의에 대해 기립표결을 하고 있다. [뉴스1]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안건 서명 동의에 대해 기립표결을 하고 있다. [뉴스1]

통합당은“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맞섰다. 서면동의서에 기재된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 일부 개정안이 어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인지 특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발의된 소득세법(19건)·법인세법(11건)·종합부동산세법(14건) 개정안은 총 44건에 달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청와대 하명에 여당 의원들이 허수아비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여야간 고성이 오가자 회의는 중단됐다. 이후 기재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44개 법안 중 어떤 의원의 법안인지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백지 표결을 강행 및 의결하는 것은 분명한 법적 하자가 있다”고 했다. 특히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얼마나 다급하면 어떤 법안을 상정할 것인지조차 구분해 놓지도 않았겠냐”며 “의회민주주의를 의회 독재로 바꾸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에 개의치 않고 오후 6시쯤 민주당 단독으로 회의를 재개하고 관련 법안을 모두 의결했다. 서면동의서 방식으로 법안이 상정된 지 단 7시간 만이었다. 
 

다만 민주당 법안 상정에 동참했던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시급함을 내세워 절차를 무력화하는 이런 방식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민주당의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위·행안위도 ‘파행’

 
민주당은 이날 국토교통위 전체 회의에서 전·월세 신고제,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 관련 법안 6건을 의결했다. 속도는 더 기민했다. 법안 상정에서 통과까지 한 시간 남짓 걸렸다. 당초 회의에 참석했던 통합당 의원들은 의사 진행에 반발해 집단 퇴장하면서 표결에는 불참했다.   
 
파행의 원인제공은 회의 순서였다.  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위원장이 “오늘 회의는 간사 선임의 건을 의결한 후 법안심사를 하고 업무보고를 하는 순서로 진행하겠다”고 말하자 통합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가 개원한 이래 부처 업무보고를 받지 않고 법안을 상정하는 경우가 있었나”면서다. 전체 회의 시작 후 50분도 안 돼 정회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간사(오른쪽)와 이헌승 미래통합당 간사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간사(오른쪽)와 이헌승 미래통합당 간사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 정회 뒤 이어진 회의에서도 여야 간 공방은 계속됐다. 통합당은 “16대부터 20대까지 국토위 중 단 한 번도 업무보고보다 법안 상정을 먼저 한 전례가 없다”(김은혜 의원), “선입선출 원칙이 있는데 통합당에서 똑같이 올린 법안이 있는데 병합심사도 없이 여당 법만 심의하고 있다”(이헌승 국토위 간사), “소위를 구성해 여야 합의해야 하는데 소위 구성도 없이 통과시키려 한다”(송석준 의원)며 격하게 항의했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국토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선입선출로 하기 위해 2주간 노력했다.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과 국민 불안감이 극심하다”며 “하루빨리 후속 입법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의사일정 작성은 위원장 고유 권한이다. 국민이 시급해 하는 문제를 먼저 논의하고 업무보고를 받자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진 위원장은 “의원끼리 합의도 중요하지만 급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수많은 국민이 계신다. 때로 시급할 때는 업무보고를 서면으로 대체한 적도 있다”고 말하며 기존 6개 안건을 일괄 상정한 뒤, 예정에 없던 2개 안건도 추가 상정했다. 이에 통합당이 “같은 제목의 야당 법안은 상정하지 않고 여당 의원 안건만 상정한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진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르면 이의가 있을 때 기립 표결로 표결한다. 찬성하시는 의원은 기립해 달라”며 표결을 진행했다. 역시 재적의원 27인 가운데 17명이 일어섰다. 일부 여당 의원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합당 의원들이 일방적인 회의 진행에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회의에선 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 등 7·10 부동산 대책 후속 세법과 정부조직법·재난안전관리기본법이 처리됐다. 회의장에서 법안 심사에 들인 시간은 겨우 66분에 불과했다. 회의를 중단하고 법안 내용을 다듬는데 들어간 시간(82분)이 더 길었다.

 
통합당 국토위원·행안위원들도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합당 의원들은 “일방적인 의회 독재”, “나쁜 부동산 법”, “청와대 하명에 따른 실정 덮기 법안” 같은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통합당은 뾰족한 대응책 없이 속수무책 당했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법사위를 거쳐 다음달 4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오현석·박해리·정진우·김기정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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