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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 '盧기념관' 짓는데…봉하마을 158억 盧추모관 들어선다

중앙일보 2020.07.28 18:43
26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봉화산에서 본 '김해 시민문화체험전시관' 공사 현장. 신창섭 기자-[문화일보 제공]

26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봉화산에서 본 '김해 시민문화체험전시관' 공사 현장. 신창섭 기자-[문화일보 제공]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전시관이 이번 달 말 준공된다. 하지만 노무현재단이 서울 종로구에 비슷한 성격의 노무현센터를 추진하고 있어 사업 중복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말 봉하마을에 시민문화체험전시관 준공
노무현 이름만 안붙은 사실상 노무현 기념관

김해시의회 관련 조례 제정, 외부 위탁 길 터
재단 "봉하마을 전시관은 김해시 사업이다"

 다른 전직 대통령 기념관은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해시의 경우 조례를 제정해 이 전시관을 다른 곳에서 위탁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놨다. 이 때문에 전시관 건립 초기부터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노무현재단에 전시관을 위탁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28일 경남도와 김해시 등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에 이번 달 말쯤 ‘김해 깨어있는 시민문화체험전시관’이 준공된다. 당초 2014년부터 노무현 기념관 사업이 추진됐으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국비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차질을 빚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현재의 시민문화체험전시관으로 사업 명칭이 바뀌고 탄력이 붙었다. 전시관은 기존 노 전 대통령의 유품과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었던 ‘추모의 집’ 자리를 헐고 대신 건립하는 것이다. 이 사업에는 국비 60억원, 특별교부금 15억원, 경남도비 18억원, 김해시비 47억원, 노무현재단 18억원 등 총 158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2층 건물인 전시관의 1층은 노 전 대통령 관련 상설 전시실과 9개 전시실, 김해시 향토사 및 지역 주요인물 상설 전시실, 국정체험 상설 전시실 등이 들어간다. 2층은 작은 도서관 및 어린이 도서관, 다목적 기획전시 라운지, 기념품점, 카페라운지, 기타 편의시설 등이 들어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자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전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찾아 헌화 참배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자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전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찾아 헌화 참배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전시관 명칭에는 노 전 대통령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봉하마을은 이미 노 전 대통령 생가도 있고, 묘역도 있는 곳이다”며 “노 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나 여러 가지 성과를 후세에 교육 및 체험하고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전시관을 만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 종로구에 수백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노무현시민센터’와의 중복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이름을 넣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과 김해 두 곳에 비슷한 시기에 노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센터와 전시관이 들어서면 예산 낭비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일부러 전시관에 이름을 넣지 않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해시의회가 지난해 10월 기념사업(전시관)에 대한 예산 지원과 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비영리법인이나 비영리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김해시 전직 대통령 노무현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난달 26일 공포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전시관을 자치단체가 아니라 비영리법인이나 단체가 운영할 수 있게 사실상 길을 열어준 셈이어서다.   
 
 이에 대해 허 시장은 “전시관 기본 구상이나 계획, 이런 용역을 (노무현)재단에서 해서 그 결과를 (김해)시에 기부채납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위탁운영 주체 선정은 공정한 공모 절차를 통해 결정될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포항시와 구미시는 전직 대통령 관련 시설을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포항시는 2011년 국비 10억원, 도비 20억원, 시비 25억원 등 55억원을 들여 전시실과 영상실을 갖춘 2층 규모의 이명박 전 대통령 기념전시관(덕실관)과 생태공원을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있다. 구미시도 2017년 11월부터 상모동에 있는 새마을공원에 159억원의 예산을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 역사자료관을 추가로 짓고 있다. 이 새마을 공원도 구미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 주변에 추도식을 찾은 시민들의 약 2km에 걸친 주차 행렬을 파노라마로 촬영했다. 이날 정치권 인사 70여 명을 포함해 재단 추산 1만 7300여 명의 추도객이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송봉근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 주변에 추도식을 찾은 시민들의 약 2km에 걸친 주차 행렬을 파노라마로 촬영했다. 이날 정치권 인사 70여 명을 포함해 재단 추산 1만 7300여 명의 추도객이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송봉근 기자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봉하마을 내 노무현 기념관은 김해시 사업이다. 대통령 기념사업이니 재단에서 기부채납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건 당연한 절차다”며 “구미시도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을 하고 있고 거제시(김영삼 전 대통령)나 목포시(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인데 왜 이것을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창원·구미=위성욱·김정석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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