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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진공용기가 핵심기술…1억℃ 인공태양 꿈 성큼

중앙일보 2020.07.28 18:35
핵융합실험로의 핵심인 초전도 토카막이 들어설 토카막 빌딩 바닥에서 위로 올라다본 사진. 오른쪽에 750t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 ITER]

핵융합실험로의 핵심인 초전도 토카막이 들어설 토카막 빌딩 바닥에서 위로 올라다본 사진. 오른쪽에 750t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 ITER]


베르나르 비고 ITER 사무총장 단독 인터뷰
"ITER 개발에 한국 KSTAR 기여 크다"
"핵융합 발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없어 안전"

“KSTAR(한국의 핵융합 장치)를 통해 한국이 핵융합 분야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STAR가 핵융합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베르나르 비고 ITER 사무총장)
 
인류가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에서 자유로운 에너지를 찾을 수 있을까. 1988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4개국이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을 시작했다. 핵융합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모방해 '인공태양'으로 불린다. 지구에 무궁무진한 수소를 원료로 쓰고, 원자력발전(핵분열)보다 훨씬 더 안전해 미래 에너지의 대표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2003년 가입했고 뒤이어 인도가 합류하면서 7개국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 협력 연구ㆍ개발(R&D) 프로젝트가 됐다. 국제핵융합실험로의 현장은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있다. 그간 핵융합실험로를 설치하기 위한 건물 공사를 진행해왔다. 
 
ITER 국제기구는 28일(현지시간) 카다라슈에서 조립 착수식을 열고 “핵융합장치의 조립을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회원국들은 각자 역할을 나눠 장치를 개발해왔다. 한국은 진공용기와 열차폐체 등 9개 주요 장치를 개발, 조달해왔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한국이 (조립 착수에 있어) 70~80%정도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7일 프랑스 현지의 베르나르 비고(70) 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과 단독 화상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르나르 비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총장이 27일 오후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 회의실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베르나르 비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총장이 27일 오후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 회의실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ITER 장치 조립이 시작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현재 토카막(1억℃에 이르는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장치) 빌딩과 조립동은 완성됐다. 이제는 토카막 조립에 들어가는 단계다. 토카막을 감싸는 저온용기의 베이스는 깔려있고, 하부 실린더를 설치하는 단계다. 진공용기의 경우 도넛 모양으로 생긴 구조물에 9개의 섹터를 하나씩 조립해 끼워 넣고 마지막으로 2번 섹터를 용접하게 된다. 2024년 말까지 토카막 조립을 완성할 계획이다.  
 
ITER 프로젝트에 있어 한국의 역할은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나라다. 숙련된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해 조립 장비와 진공용기 등의 부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줬다. (이경수 전 ITER 사무차장이 건설 총괄을 맡으며 종합공정률을 70%까지 끌어 올렸다. 현재 국내 과학자 51명과 기업 인력 21명이 카다라슈 현지에 파견됐다. ITER 수주로 한국이 납품한 금액도 6000억 이상이다.)  
 
 ITER 국제기구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 ITER 국제기구]

ITER 국제기구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 ITER 국제기구]

 
핵융합도 방사성 폐기물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도 있는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방사선은 우리 생활의 일부다. 병원 X선 촬영을 하거나 비행기에 탑승할 때도 방사선에 노출된다. 문제는 방사성 폐기물 발생 여부가 아니라, 이를 컨트롤할 수 있냐는 것이다. 핵융합은 바닷물에서 연료(중수소)를 무한히 얻을 수 있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발생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핵융합은 연료가 가스 상태로 주입되기 때문에 연료 주입을 정지하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안전하다. 
 
한국은 탈원전과 신재생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펴고 있다. 어떻게 보나.   
프랑스와 한국 모두 화석 연료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는 대량생산이 어려워 충분하지 않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는 '기저 전력'으로 쓰기 힘들다. 핵융합은 장점이 많지만 '내일'(tomorrow)가 아니라 '모레'(the day after tomorrow)다.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전까지는 원자력 에너지도 병행해서 사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  
 
ITER 국제기구 건설 현장 내 토카막 조립동 내부. [사진 과기정통부]

ITER 국제기구 건설 현장 내 토카막 조립동 내부. [사진 과기정통부]

핵융합을 현실화하기 위해 앞으로 남은 과제는.
결국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가 생성될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동시에 플라즈마를 어떻게 전력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5년 뒤인 2025년에 ITER의 첫 불을 댕길 계획이다. 이후에도 계속된 검증을 통해 실제 핵융합 발전을 위한 실험을 해나갈 계획이다. 상용화는 2050년쯤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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