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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 없이 통과한 노사정 합의…민노총에 아쉬움 내비친 文

중앙일보 2020.07.28 18:08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주재하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주재하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뉴스분석]수십년 싸운 노사가 두 달만에?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28일 통과했다. 겉은 그럴듯하지만, 속은 꼬일 대로 꼬였다. 국무총리가 주도한 노사정 합의가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협약식은 민노총은 참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차원에서 열렸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로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참여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 文의 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소재 경사노위에서 열린 제8차 본위원회에 참석해 민노총 불참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노사정 합의는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 주체들이 양보해 이뤄낸 결실"이라며 "민주노총이 막판에 불참해 아쉽다"고 밝혔다. 노사정 합의안은 지난 23일 민노총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 부결됐고, 이를 추진한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24일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사퇴기자회견을 했다. 연합뉴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사퇴기자회견을 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서는 "서로 고통을 분담해 이룬 합의가 기업·일자리를 지키며 경제 회복은 물론, 불평등 해소에도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은 노사 양측 모두 경제 위기 국면에서 타협해야 할 핵심 의제가 빠졌다고 평가한다.
 
노동계는 경영계로부터 '해고 금지' 약속을 얻어내려 했고, 경영계는 그에 상응해 노동계에 '임금 동결'을 얻어내려 했지만, 두 의제 모두 이번 합의안에선 빠졌다. 노사정 합의안이 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된 이유도 김 위원장이 경영계로부터 '해고 금지'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사노위 고위 관계자는 "교섭 막판까지 해고 금지와 임금 동결 문구를 넣는 데 대해 노사가 팽팽하게 맞섰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합의문, 두 달만에 어떻게 나왔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이번 노사정 합의를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민노총이 참여한 노사정 대타협'을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이뤄냈다는 명분에 너무 집착했다는 것이다. 경사노위를 두고 별도의 노사정 협의체를 가동한 것부터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세부 의제에 대한 충분한 토론은 처음부터 이뤄지기 어려웠다. 합의안을 빨리 도출하려다 보니, 정작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해 합의가 필요한 사안은 안건에서 제외하고 양측 모두 이견이 없는 사안을 간추리는 방식으로 교섭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 5월20일 의제 제안부터 합의문 초안이 나오기까지 회의는 6차례, 기간으론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결국 합의안에 담은 고용유지지원금 3개월 연장,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연내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수립 등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나 '한국판 뉴딜' 정책 논의 과정에서 이미 정부가 발표한 사안이었다. 지난 2015년 합의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에 360일이 걸린 데 비하면 지나치게 짧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18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노사정 주체들이 참여해 열린 제8차 목요 대화 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18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노사정 주체들이 참여해 열린 제8차 목요 대화 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이고, 현장 반영돼야 실질적"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영계는 고용안정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 노동계는 임금안정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도 고용보험 가입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하고, 보험료 납부율과 지급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 노사정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용자 조직의 의사소통 구조는 수직적이지만, 노동계 상대적으로 수평적이기 때문에 현장 이견 조율에 시간을 들여야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정부는 시급히 합의안을 내놓고 싶겠지만, 이 같은 노조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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