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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 살해 탈북어민 北 보낸 정부, 월북자 송환요구엔 침묵

중앙일보 2020.07.28 18:03
지난 19일 북한으로 재입북한 탈북자 김 모씨가 국내에서 성폭행 피의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가 북측에 범죄인 인도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과 북 사이엔 범죄인 인도와 관련된 합의는 없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관계없이 요구는 해야 한다는 측에선 정부가 이미 지난해 동료 선원을 살해한 탈북 어민을 송환한 일을 비교 사례로 들고 있다. 
 

정부, 지난해 살인사건 혐의자 2명 신속 송환
성폭행한 탈북자엔 "아직 송환 요구 계획 없어"

군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월북한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김모(24)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강화도 북쪽 지역 일대에 있는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탈북민 김모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뉴스1]

군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월북한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김모(24)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강화도 북쪽 지역 일대에 있는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탈북민 김모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뉴스1]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12일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경찰에 신고해 경찰 조사도 받았다. 김씨를 경찰에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범행을 부인했지만, 피해자의 몸에서 김씨의 DNA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김 씨가 구속영장이 발부(21일)되기 전 월북을 결심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국군포로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서울중앙지법)을 끌어낸 엄태섭 변호사는 “김 위원장의 위자료 소송에서 승소한 건 재판부가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혐의가 입증된다면 법원의 영장 발부를 근거로 피의자 신변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일단 김씨에 대해 북한에 송환 요구를 할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휴전선을 넘어간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송환을 요구할 마땅한 남북간 합의 근거도 없고,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돼 있어 아직 송환 요구를 할 지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입장이 지난해 탈북 어민을 강제 송환할 때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북한을 탈출했다 지난해 11월 2일 동해에서 나포된 어민 2명을 5일 만에 강제 송환했다. 이들이 한국 해군과 해경을 피해 달아나다 나포됐기 때문에 귀순의도나 대공용의점이 없고, 동료를 잔인하게 살해한 흉악범을 수용할 경우 국민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이들이 (한국에서) 재판을 통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증거와 증인이 북측에 있어 수사와 기소가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같은 논리라면 정부가 김 씨를 한국에 데려다 법적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탈북자이지만 국내에 정착한 대한민국 국민인 데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한국이라는 이유에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범죄혐의 탈북자를 (정부가) 되돌려 보낸 것처럼 북한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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