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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 꿈 앞당긴 고체연료 제한해제…北 24시간 감시도 가능

중앙일보 2020.07.28 17:23
①한국군의 감시ㆍ정찰 능력의 발전 ②우주 인프라 개선의 토대 마련 ③한ㆍ미 동맹의 업그레이드
 

고체엔진 로켓은 저궤도 위성 발사에 유리
"초소형 위성 5기 이상이면 24시간 북한 감시"
민간 로켓 기술은 軍 미사일로 전용 가능
사거리 제한 남겨뒀지만, 사실상 해제 효과

지난 21일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한국군 최초의 독자 통신위성인 아나시스 2호(ANASIS-Ⅱ). 이 위성은 미국의 민간용 액체엔진 로켓인 스페이스X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방위사업청 제공]

지난 21일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한국군 최초의 독자 통신위성인 아나시스 2호(ANASIS-Ⅱ). 이 위성은 미국의 민간용 액체엔진 로켓인 스페이스X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방위사업청 제공]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 연료 사용 제한을 풀도록 한ㆍ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군사용이 아닌 민간용 로켓에까지 제한을 둔 미사일 지침은 과도한 제한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은 액체연료 로켓 우주발사체만을 개발해왔다. 항공우주연구원(KARI)이 2021년 발사를 목표로 만들고 있는 누리호가 대표적이다. 누리호엔 75t급 추력의 액체연료 로켓 엔진이 달릴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으로 이런 족쇄가 풀리게 됐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ㆍ기계학부 교수는 “기존 액체 로켓에 고체 로켓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우주 발사체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주발사체 고체연료와 액체연료 차이점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우주발사체 고체연료와 액체연료 차이점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물론 인공위성을 우주로 띄우는 우주발사체는 민간(상업)용의 경우 대부분 액체연료 로켓이다. 지난 21일 한국군 최초의 군 통신위성인 아나시스 2호를 쏘아 올린 스페이스X의 팰컨 9도 액체 로켓을 썼다. 일본의 입실론과 중국의 제룽(捷龍) 등 민간용 고체연료 로켓은 소수에 불과하다.
 
장영근 교수는 “고체 로켓은 액체 로켓보다 비추력(1㎏의 연료가 1초 동안 연소할 때의 추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민간용 로켓은 액체 엔진이 대부분”이라며 “고체 엔진은 500~700㎞ 높이의 저궤도 위성용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저궤도 위성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제작비가 싸고 여러 개를 발사할 수 있다. 이같은 경제성 덕분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전남 나로우주센터 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1단 체계 개발 모델을 점검하고 있다. 액체엔진 로켓인 누리호는 내년 2월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전남 나로우주센터 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1단 체계 개발 모델을 점검하고 있다. 액체엔진 로켓인 누리호는 내년 2월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은 민간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양수겸장(兩手兼將)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국토 면적이 넓지 않은 한국은 저궤도 정찰위성을 5개 이상을 쏘아 올릴 경우 24시간 북한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100kg 미만의 초소형 위성 11기를 2027년까지 발사한다는 내용의 초소형위성 군집시스템 개발사업을 발표했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엔 ‘사거리 제한(800㎞ 이하) 해제’가 일단 빠졌다. 현행 미사일 지침에 따르면 한국은 사거리 8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거나 보유할 수 없다.
 
김현종 차장은 “사거리 제한을 푸는 것은 ‘in due time(머지않아)’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한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이번에 사거리 제한도 풀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한국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사거리 800㎞가 넘어 1000㎞인 미사일은 서울에서 중국 베이징(北京)까지 타격할 수 있다. 중국으로선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은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 미사일 능력을 키워 중국을 견제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무-4 탄도미사일 설계 개념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현무-4 탄도미사일 설계 개념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의 허용은 사실상 사거리 제한 해제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평가도 있다.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민간용 로켓과 군사용 미사일은 거의 비슷하다”며 “민간용 고체엔진 로켓의 기술은 군사용 고체엔진 미사일로 바로 전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곤 교수는 “이미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원칙이 미사일 지침에서 폐지되면서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이라고 언급한 현무-4는 사거리 800㎞ㆍ탄두 중량 2t의 미사일이다. 탄두의 무게를 줄이면 사거리가 1000㎞에 이를 수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 한·미가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합의하더라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조치를 한국이 자체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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