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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개월에 1.2㎏…코로나에 매달 1만명씩 굶어 죽는다

중앙일보 2020.07.28 16:42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사하라 사막 이남)에 사는 생후 1개월 된 갓난아기 솔랑제 부에. 지난달까지 2.5kg이었던 몸무게가 최근 절반으로 줄었다. 거의 먹지 못해서다. 솔랑제의 어머니 단사닌 라니조는 영양실조에 걸려 모유도 나오지 않는다. 어머니는 딸의 작은 배에 드러난 갈비뼈를 보면서 눈물을 삼키며 속삭였다. "우리 딸…" 솔랑제는 칭얼거리기만 할뿐 기운이 없어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다.  
 

유엔, 코로나 여파 빈곤국 실태 보고서 공개
굶주림에 12만 사망, 670만 영양실조 예상
판매·생산 활동 마비, 식량·의료 지원길 막혀

부르키니파소에 사는 생후 1개월 된 갓난아기 솔랑제 부에가 엄마 품에 안겨 있다. 지난달까지 몸무게 2.5kg이었던 솔랑제는 최근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었다. 코로나 사태로 가족의 수입이 줄면서 거의 먹지 못해서다. [AP=연합뉴스]

부르키니파소에 사는 생후 1개월 된 갓난아기 솔랑제 부에가 엄마 품에 안겨 있다. 지난달까지 몸무게 2.5kg이었던 솔랑제는 최근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었다. 코로나 사태로 가족의 수입이 줄면서 거의 먹지 못해서다. [AP=연합뉴스]

 
솔랑제의 가족은 이전까지 농사지은 채소를 시장에 내다 팔아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솔랑제의 아버지 야쿠아란 부에는 수개월 동안 시장에 가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폐쇄되면서다. 한 푼이 아쉬웠던 아버지 야쿠아란은 누군가에게 50kg짜리 양파 한 봉지를 1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팔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헐값에 팔았으니 다음 농사에 쓸 씨앗은 무슨 돈으로 살지 걱정이다. 그는 딸을 내려다보며 "딸이 굶어 죽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솔랑제의 아버지 야쿠아란 부에(왼쪽)와 어머니 단사닌 라니조. [AP=연합뉴스]

솔랑제의 아버지 야쿠아란 부에(왼쪽)와 어머니 단사닌 라니조. [A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빈곤국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봉쇄 조치로 생산과 판매 활동이 마비되고, 물가는 급등했으며 다른 나라로부터 식량과 의료 지원을 받을 길도 막혀서다.
 

"코로나 여파로 올해 아이 12만8000명 사망할 것"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세계보건기구‧세계식량계획 등 유엔 산하 4개 구호기관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빈곤국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인한 굶주림 탓에 빈곤국과 저소득 국가에서 매달 5세 미만 아이 1만 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고 있다. 특히 1만 명의 50% 정도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은 올 한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미·남아시아 등지에서 '코로나 굶주림'으로 총 12만8000명의 아이가 사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더욱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는 부르키나파소의 사람들. [AP=연합뉴스]

코로나의 여파로 더욱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는 부르키나파소의 사람들. [AP=연합뉴스]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는 아이들도 급증했다. 유엔에 따르면 솔랑제가 살고 있는 부르키나파소에선 현재 아이 5명 중 1명이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처해 있다. 부르키나파소 국민 2000만 명 중 1200만 명이 충분한 식량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의 결과로 올해에만 세계에서 5세 미만 아동 670만명이 추가로 영양실조로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배가 볼록하게 나오는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엔 세계에서 이런 증상을 겪는 아이들이 4700만명이었는데, 약 5400만명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유니세프는 이는 2000년대 들어 전례가 없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런 극심한 기아는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에 영구적인 피해를 주며 개인의 비극을 한 세대의 재앙으로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헨리에타 포레 유니세프 사무총장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 7개월이 지났다. 가계의 빈곤은 심해지고, 식량 불안은 높아졌으며 필수 영양 지원에도 차질이 생겼다. 게다가 식료품 가격은 급등했다"면서 "이에 따라 굶주리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후 18개월 쌍둥이가 먹은 건 바나나뿐  

 
남미에선 경제난이 극심하고, 하루 60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심각하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2월 기준 베네수엘라의 인구 3명 중 1명이 굶주리고 있다고 추정했다. 먹고 살기 위해 남미와 세계 각국으로 흩어진 베네수엘라의 난민은 수백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고 일부는 베네수엘라로 돌아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 [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사람들. [AP=연합뉴스]

 
국경 지대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의사는 "매일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온다"면서 지난 5월 진료한 생후 18개월 된 쌍둥이의 사례를 소개했다. 영양실조로 배가 볼록해진 쌍둥이의 어머니는 실직 상태였다. 어머니는 의사에게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삶은 바나나만 먹일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미 쌍둥이 중 한 명은 음식이 신진대사 이상을 일으키는 '영양재개증후군'에 걸려 있었고, 병원에 온 지 8일 후 숨을 거뒀다.  
 
프란체스코 브랑카 세계보건기구 영양 총괄 책임자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식량과 기아 문제는 지금부터 여러 해에 걸쳐 후유증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사회적으로 심한 손상이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봉쇄 국가 중 일부는 식량 지원 전혀 못 받아  

 
상황이 이런데도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이후 필수 영양 지원이 전체적으로 30%가량 감소했다. 봉쇄 조치가 내려진 국가에선 75%에서 최대 100%까지 지원이 줄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대륙의 54개국 중 40개국이 국경을 전면 봉쇄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0만명이 넘는다. 
 
전 세계에서 2억500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비타민A 보충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유니세프는 전했다. 또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 등을 돌보는 기관들마저 폐쇄되면서 아픈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  
 
4개 국제기구 측은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즉시 최소한 24억 달러(약 2조 8742억원)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세계보건기구의 브랑카 책임자는 “치료는 받을 수 있도록 이동 제한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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