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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이 갖고있다 추후 판다"···유력한 '아시아나 노딜' 플랜B

중앙일보 2020.07.28 15:49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청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채권단의 '플랜B'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없던 일로 하고 향후 채권단이 주도해 재차 매각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산 '재실사' 요구에 금융권 "노딜 우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노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매수자 측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현산)이 매도자 측인 금호산업에 "내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재실사에 나서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다. 현산은 재실사가 필요한 이유로 ▶지난해 말 2조8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파악된 점 ▶사전 동의 없이 채권단으로부터 1조7000억원을 항공운영자금으로 차입한 점 ▶지난해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인 점 ▶기내식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 손실 등을 꼽았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있다. 뉴시스

 
현산은 이미 지난해 9월 11일 아시아나항공 적격인수 후보로 선정된 직후 실사를 진행해 기업 가치를 책정한 바 있다. 이후 11월 12일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12월 17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SPA는 현산이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3229억원에 매입한 뒤, 2조17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미 계약까지 끝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를 다시 뜯어보자는 이번 재실사 요구는 결국 앞선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는 셈이다. 금호산업이 이에 동의하면 아시아나 매각 시계는 지난해 말로 되돌아가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산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재실사를 요구한 것은 결국 매각가를 조정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자는 것"이라며 "사실상 앞서 합의된 바에 따른 매각 절차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영구채 전환 뒤 임의 매각?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이 더는 금호산업과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을 기다리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2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아시아나 항공 인수 결단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기까지 한 만큼, 이번 재실사 요구를 기점으로 사실상 노딜을 인정하고 플랜B 준비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산업은행 전경. 뉴시스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산업은행 전경. 뉴시스

플랜B로는 채권단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차후 채권단의 주도적인 판단 아래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때는 기존 대주주인 금호산업 뜻과 상관없이 다양한 매각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근거는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했던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채권단은 지원액 1조6000억원 가운데 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영구채 매입 규모를 5000억원으로 정한 이유로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됐을 때 (주식)전환권이 어느 정도이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을지 고려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어 올해에도 3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인수했다.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은 36.9%가 돼, 금호산업(30.7%)을 앞서게 된다.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지원 당시 채권단은 금호산업 측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될 경우 매각 대상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한다'는 내용의 동반매각요청(Drag-along) 조항이 담긴 특별약정도 체결했다. 당시 채권단 관계자는 이 조항에 대해 "매각 무산이라는 것은 매각이 지연되거나 안 되는 경우, 우발성 요인 등이 발견돼서 매각이 안 되는 것"이라며 "1차 매각이 무산된다면 구주 매각 조건을 완화한다든지 여러 가지 조건을 채권단이 제안해서 진행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플랜B 힘 싣는 정부 "현산 어떻게 신뢰하나"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 영구채 전환과 동반매각요청 조항의 의미에 대해 "최종으로 쓰는 카드가 될 것"이라며 "(매각)무산 시에 그다음 조치를 취할 안전장치"라고 표현했다. 만약 현산과 금호산업 간 거래가 노딜 수순을 밟게 된다면 바로 그 안전장치가 작동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매각 무산 시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주식 전환을 통해 지분을 확보했다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임의의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순서의 플랜B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뉴스1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뉴스1

정부도 이런 형태의 플랜B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실사는 현산이 핑계나 빌미의 구실을 만드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계약해놓고 수 틀리면 안 하겠다고 구실을 찾는다면, 그런 기업을 어떻게 신뢰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무산될 경우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건 결국 돈"이라며 "돈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활용해 지원하고, 이후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다시 매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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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이런 방식의 대안이 극단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기업 구조조정 경험이 많은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선 딜 클로징이 안 되고 질질 끄니까 불편한 마음이 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딜'이 되면 모두가 패배자"라며 "채권단은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주식 매각준칙에 따라 책임 있는 주주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합리적인 선에서 상대의 입장을 받아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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