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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녹취록, 2명 이상이 제3 인물과 대화…기자 아닐수도"

중앙일보 2020.07.28 15:12
KBS 뉴스9 지난 18일 보도한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 제목의 기사. 현재는 다시보기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 KBS]

KBS 뉴스9 지난 18일 보도한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 제목의 기사. 현재는 다시보기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 KBS]

KBS의 '검언유착' 오보 사태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른바 ‘취재 녹취록'과 관련, 당시 잘못된 내용을 흘린 '제3의 인물'과 대화를 나눈 인물이 여러 명일 수 있다는 의혹이 28일 제기됐다. 
 
KBS 노조 측 관계자는 28일 “‘취재 녹취록’을 보면 한동훈 검사장과 이모 채널A 전 기자의 대화 내용을 알려준 '제3의 인물'은 한 명이고, 질문하는 사람은  한 명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문자의 말투가 두 가지 종류다. 한 사람은 질문하면서 캐주얼한(격의 없는) 말투를 쓰는 등 '제3의 인물'과 가까운 사이로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KBS는 지난 18일 한동훈 검사장과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신라젠 관련 의혹에 연루하는 것을 공모했다고 보도했다가 하루 만인 19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사과했다. 
KBS 노조 등은 KBS 취재진이 ‘제3의 인물’로부터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녹취록 내용을 전해 듣고, 이를 토대로 18일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기사는 18일  KBS 법조반장이 취재 발제문을 올린 뒤 이날 이모 KBS 기자가 작성했다. 
 
‘제3의 인물’로부터 한 검사장-이 전 기자의 녹취록 정보를 전해듣는 과정이 담긴 ‘취재 녹취록’에 따르면, 누군가 "한 검사장이 이동재 기자한테 '열심히 해봐' 정도가 아니잖아?"라고 묻자 '제3의 인물'은 "그렇게(만) 했으면 이동재도 구속 안 됐다"고 호응했다. KBS 9시뉴스는 18일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 검사장은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보도했다. ‘취재 녹취록’의 내용이 그대로 보도된 것이다. 이 ‘취재 녹취록’은 해당 기사를 보도한 기자가 기사 작성 과정에서 KBS 내부 보도정보 시스템에 업로드하면서 일시적으로 노출, 외부에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KBS 내부에선 '제3의 인물'이 수사 상황을 알고 있는 검찰 고위관계자거나 여권 핵심인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질문자 중 한 사람은 KBS 현장기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KBS의 또 다른 노조 관계자도 "녹취록에 등장하는 질문자는 18일 보도된 기사를 쓴 기자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시 현장에 '제3의 인물' 외에도 외부 인사가 함께 있었거나 아예 외부인끼리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받고 기사를 썼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BS노동조합과 KBS공영노동조합은 공동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27일 제안한 상태다. 
KBS 노조는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KBS공영노조와 진보 성향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노조 등 3개 노조로 나뉘어 있다. KBS노동조합 관계자는 “진상조사위에는 KBS 3개 노조를 비롯해 사측과 외부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 다양한 그룹이 참여해 공정한 조사를 하기 원한다”며 “본부노조와 사측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시민단체와 함께 진상조사위를 꾸려 보도 경위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꾸려질 예정이다. 
 
또 이들은 진상조사위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KBS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인사가 참여해야 국민이 보기에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겠냐”며 “그런 점에서 진 전 교수가 적합한 인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KBS 측은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이 요구한 KBS 법조반장의 취재 발제문과 ‘제3의 인물’과의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관련해 “‘취재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으며 취재기자들의 취재 내용을 축약 정리한 ‘취재내용 메모’만 존재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취재내용 메모와 취재계획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취재원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해당 자료를 제공해드릴 수 없다”며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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