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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공격에 버럭 추미애, 이회창·우병우 아들엔 앞장서 때렸다

중앙일보 2020.07.28 15:08
2003년 1월 당시 추미애 의원(현 법무부장관)이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3년 1월 당시 추미애 의원(현 법무부장관)이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부 사진과 서류 철인이 잘못돼 있습니다. 검찰이 정권 말기라고 제대로 수사 안 하는 것 아닙니까!”
 
이 후보의 아들 정연씨 병역비리의혹으로 대선판이 요동치던 2002년 8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추미애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병적기록부를 언급하며 당시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의원을 향해 호통을 쳤다. 한나라당은 의혹 폭로자인 김대업씨가 전과 7범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추 의원은 “왜 (전과 가지고) 호들갑이냐. 차라리 정연씨 병역비리 국정조사를 하자”고 몰아세웠다. 추 의원의 기세에 눌린 한나라당은 법사위 내내 속수무책이었다.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 중인 김대업(가운데)씨. [중앙포토]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 중인 김대업(가운데)씨. [중앙포토]

이회창 후보의 둘째아들 수연씨가 1997년 12월 서울대 병원에서 신장을 측정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회창 후보의 둘째아들 수연씨가 1997년 12월 서울대 병원에서 신장을 측정하는 모습. [중앙포토]

 
당시 재선 의원이던 추 장관은 과감한 입심으로 진보 진영의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특히 ‘이회창 아들 공격’의 선봉에 섰다. 당시 중앙일보는 “신병풍(新兵風) 폭로전에 각 당은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을 투입했다. 민주당에선 추미애, 천정배 의원이 나섰다”(2002년 8월 14일자)고 보도했다. 추 의원은 김대업씨를 “용감한 시민”이라고 추켜세웠고, 병풍과 노풍(盧風)에 짓눌린 이 후보는 대선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병풍 의혹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막을 내렸다. 김씨는 대선 뒤 명예훼손 및 무고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10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27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장관이 27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18년이 흐른 지금, 추 장관은 반대로 본인 아들 의혹을 방어하며 야당과 뜨거운 설전 중이다. 추 장관은 아들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야당 의원을 쏘아붙였다. 지난 27일 법사위에서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이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꺼내자 추 장관이 “소설 쓰시네”라고 해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추 장관은 22일 대정부질문 때도 김태흠 의원이 아들 신상을 거론하자 “질문에 금도가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 1일 국회 법사위에서도 “아들 문제가 미주알고주알 보도되는 걸 보면 검언유착이 심각하다”며 “아이가 굉장히 많이 화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통합당에선 “남의 자식은 의혹만으로도 공격하더니, 자기 자식만 귀한 줄 안다”(조수진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조 의원은 “추 장관 아들 미복귀 의혹 수사는 반년째 지지부진한데, 여당은 '사생활 침해'라고 방어막을 치고 있다”며 “우리 아이만은 건드리지 말라는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통화에서 “소문난 ‘자녀 저격수’였던 추 의원이 본인 문제엔 화부터 내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정유라씨가 2017년가 6월 20일 영장실짐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유라씨가 2017년가 6월 20일 영장실짐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실제 추 장관은 보수 진영에서 자녀 의혹이 터질 때마다 공세에 앞장섰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당 최고위에서 “라스푸틴의 딸이 붙잡혔다는 보도가 나온다. 국제적 망신”이라고 맹비난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 ‘운전병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2017년에도 추 장관은 민주당 대표로 공세를 지휘했다. 당시 민주당은 “권력자의 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정당성이 없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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