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인류 최대의 적 2위 AI, 3위 핵전쟁, 1위는?

중앙일보 2020.07.28 14: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82)

흑사병,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칠 게다. 역사상 가장 많이 인류를 희생시킨 최악의 전염병이었으니까. 요즘 중국과 몽골에서 흑사병이 발생해 사람이 죽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증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팬데믹이 올까 봐 불안에 떠는 독자도 있음 직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 지금은 흑사병이 그렇게 무서운 병이 아니라는 것.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다. 이유를 보자.
 
흑사병은 과거 몇 번의 대유행이 있었다. 첫 번째는 6세기 비잔틴에서 시작돼 약 4000만 명이 죽었고, 두 번째는 유럽에서 7000만 명가량이 사망했다. 이 병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최대 2억 명이 죽었고 유럽 인구의 1/3을 몰사시킨 무시무시한 질병이었으니까 그럴 만도 했겠다. 흑사병은 쥐벼룩이 옮기는 세균성 질환이다.
 
흑사병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의료인프라가 극히 취약한 지역이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질병이다. [AP=연합뉴스]

흑사병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의료인프라가 극히 취약한 지역이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질병이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이젠 걱정 안 해도 된다. 과거에나 그랬다는 거다. 지금은 의료인프라가 극히 취약한 지역이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질병이라서다. 흑사병의 병원균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세균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라는 강력한 무기가 개발돼 있다. 당시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은 항생제가 나오기 전의 일이다. 1940년 초 페니실린이 개발되고, 곧 스트렙토마이신이 나오고 나서는 흑사병뿐만 아니라 세균성 감염증으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는 것. 작금은 수십 종류의 항생제가 임상에 쓰이고 있어 세균성 질병에 대해서는 이제 걱정을 덜었다. 가끔 내성균이 출현하여 좀 우려되긴 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역대 가장 치명적인 감염성 질병에 대해 알아보자. 위에 설명한 흑사병, 즉 페스트가 으뜸으로 최대 2억 명을 죽였을 거라는 추정이다. 스페인 독감도 이에 근접한다. 우리도 이 독감으로 15만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가장 인류를 장기간 괴롭힌 질병은 다름 아닌 천연두다. 두창, 마마라고도 불린다. 잘못 치료하면 곰보가 되는 질병이다. 필자도 앓았다. 유럽 지역에서만 18세기 이전까지 매년 40만 명이 희생됐으며, 시각장애인의 3분의 1이 천연두가 원인이었다. 치명률은 20~60%, 아동은 80%이다. 20세기에만 3억~5억 명이 죽었을 거라고 추산한다. 백신이 개발되고 나서 이병은 거의 없어져 세계보건기구(WHO)는 1979년 천연두의 박멸(소멸)을 선언했다. 인간이 승리한 유일한 전염병이라는 평가다.
 
지금 유행인 코로나도 만만치는 않지만, 과거의 이들에 비하면 약과라 할 수 있다. 7월 26일 현재 1630만여 명 발병에 65만 명가량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나라별로 15%에서 0.1%로 다양하나 세계평균은 4% 정도다. 우리는 2%를 조금 상회한다. 과거의 바이러스에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이지만 불안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 전염성이 특단으로 높고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말이다.
 
과거에 있는 질병이 얼마나 독했나 보자. 사망률로 보면 광견병이 99%로 단연 최고다. 걸리면 대부분 죽는다. 그러나 예방백신이 나와 있다. 두 번째가 위에 설명한 천연두로 최대 95%의 사망률을 보였다. 이도 역시 백신이 개발돼 있다. 다음이 에볼라, 그렇게 번지진 않았지만 83~95%의 치사율이다. 백신이 곧 나온다는 소문이다. 한때 천형으로 여겼던 에이즈는 치사율 80~99%로, 요즘은 치료 약이 개발돼 완치는 어렵지만, 진행을 더디게 해 사망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한다. 이상은 치료 약이 거의 없는 바이러스성 질병들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무서워하지 않은, 세균성 질병인 탄저병의 치사율이 85%, 흑사병 50%, 결핵 43% 수준이다. 이는 항생제가 없었던 1940년대 이전의 사망률이다. 이젠 제때 치료하면 거의 죽지 않는 질병이 됐다.
 
미래 인류 최대의 적은 바이러스라는 예측도 나온다. 현대 의학으로 대처할 수 없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pexels]

미래 인류 최대의 적은 바이러스라는 예측도 나온다. 현대 의학으로 대처할 수 없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pexels]

 
미래학자들은 이렇게 예상한다. 앞으로 인류 최대의 적은 암도 핵폭탄도 아닌 바이러스라고. 현대 의학으로 대처할 수 없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인류를 멸망시킬 거란 예측이다. 얼마 전 ‘내셔날 지오그래픽’이 ‘인류멸망시나리오’를 발표했다. 1위가 합성 바이러스이고, 6위가 변종 바이러스다. 합성 바이러스란 인간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연구실에서 만들어 낸다는 것. 이번 우환 코로나바이러스도 연구실에서 만들어 유출했다는 유언비어가 있었다. 그것이 가능하기나 하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지금의 과학 수준으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가 정답이다. 혹시나 돌출 인간이 있어 나쁜 마음만 먹으면 인류 스스로 자멸의 길로 접어들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좀 과장된 부분은 있지만, 참고로 ‘멸망시나리오’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자. 새로운 합성 바이러스, 초기능 AI기계, 핵전쟁, 심각한 기후변화, 인공블랙홀(위험한 실험), 변종 바이러스, 외계인 침입, 화산 대폭발, 소행성 충돌, 우주의 거대폭발 등 10가지다. 어쩐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닌 것 같기도 해 조금은 섬뜩하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