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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만 지킨 그곳…"월북 김씨, 배수로 철망 구부려 탈출"

중앙일보 2020.07.28 11:50
북한이 재입북했다고 밝힌 탈북민 김모(24)씨가 지난 18~19일 월북 과정에서 배수로를 가로막은 침투 저지봉(철망)을 구부려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군 경계 태세 미비점 속속 드러나
정경두, "경계 태세 미비에 무한 책임"

탈북민 김모(24)씨가 재입북 경로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뉴스1]

탈북민 김모(24)씨가 재입북 경로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뉴스1]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이처럼 군 경계태세의 허점이 하나둘씩 나왔다.
 
이날 출석한 박한기 합동참모의장은 “(김씨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도 연미정의 배수로엔 철망이 설치됐다”며 “김씨가 몸집이 작아 이 철망을 구부린 뒤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연미정은 강화도 월미곶에 있는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인 정자다. 물 건너편에 북한 황해도가 보인다.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 택시를 타고 이곳에서 내린 모습이 인근 CCTV에 포착됐다.
 
박 의장은 “연미정에 군 소초가 있다”면서도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설치했기 때문에 해당 소초엔 주·야간 근무 인원이 없다”고 말했다. 과학화 경계 시스템은 전방이나 해안ㆍ강안 경계에 각종 센서와 카메라를 투입해 병력을 대체하는 경계 장비다.
 
박 의장은 “해당 지역에서 밀물과 썰물이 바뀔 때 북한의 침투를 잡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남에서 북으로 가는 것을 놓쳤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김씨의 월북 시점이 밀물 때라 각종 부유물이 떠내려온다”며 “김씨가 구명조끼 같은 것을 입고 머리만 내밀고 헤엄친 것으로 추정돼 식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합참에서는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방위에서는 군 수뇌부의 ‘지각 인지’를 놓고서도 논란이 일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김씨의 월북 가능성을 언제 처음 알았냐’는 이채익 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26일) 아침 7시~7시 반쯤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의 전화를 받고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안보실장께서 ‘이 내용(김 씨의 월북 관련 북한 매체 보도)에 대해 빨리 확인을 해야겠다’고 말씀해 합참 관련 요원들에게 확인 지시를 내렸다. 그때 이미 요원들이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답했다. 군 수뇌부가 경계 실패가 우려되는 중대 사안을 예하 군 관계자의 보고가 아닌, 북한 매체의 보도를 접한 청와대 관계자의 지시로부터 알게 됐다는 의미다.
 
이채익 의원은 이에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경계 태세 미비에 대해선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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