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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효과? ‘최저가’ 아래 ‘초저가 재고’ 팔아 250억 대박

중앙일보 2020.07.28 10:00
김중우(45) 리씽크몰 대표가 22일 경기도 고양시 리씽크몰 매장에서 재고 시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리씽크몰

김중우(45) 리씽크몰 대표가 22일 경기도 고양시 리씽크몰 매장에서 재고 시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리씽크몰

 해외 백화점에서 팔던 명품을 최대 70%, 전시용 노트북을 최대 60% 저렴하게 ‘득템’할 수 있는 곳. 할인율도 정가와 함께 인터넷 최저가를 기준으로 보여준다. 화장품이나 세제, 일회용 마스크까지 ‘없는 것 빼고 모두 있지만’ 새 물건이 아니라 재고라는 점이 기존 쇼핑몰과 다르다. 국내 유일 재고 전문몰 ‘리씽크몰’이다.  
 

중견기업 대표이사에서 다시 창업의 길로

“협력사들이 재고 처분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대량으로 생산해야 단가가 낮아지고, 중소 제조사들은 소량 주문은 받아주지 않으니까 아무리 팔아도 재고가 남을 수밖에 없거든요. 결국 처분하지 못하면 폐기하거나 소각해야 하는데 환경에도 큰 부담이고요. 재고 처분하려고 다시 창업했습니다.”
 
지난 22일 경기도 고양시 리씽크몰 매장에서 만난 김중우(45) ㈜리씽크 대표이사는 잘 나가던 중견기업 대표를 관두고 세 번째 창업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2007년 창업한 디지털기기 리퍼 전문회사 ㈜디지리워드를 2015년 AJ네트웍스에 매각하면서 새로 출범한 AJ전시몰㈜ 대표이사를 맡았다. 소위 ‘큰물’에 있다 보니 ‘재고’의 잠재력이 눈에 들어왔다. 3년 만에 다시 창업의 길에 나선 이유다.
 

중고 PC 상에서 리퍼 시장, 재고 시장까지 ‘진화’  

리씽크몰의 오프라인 매장 '일산 재고센터'에 진열돼 있는 재고 상품들. 사진 리씽크몰

리씽크몰의 오프라인 매장 '일산 재고센터'에 진열돼 있는 재고 상품들. 사진 리씽크몰

김 대표의 첫 사업은 중고 PC를 사서 업그레이드해 되파는 일이었다. 1999년 군 전역 후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한 달도 안 돼 등록금을 마련했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어 두 번째로 창업한 회사가 ㈜디지리워드다.
 
리씽크몰은 창업 1년만인 올해부터 급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판로가 막힌 업체의 재고가 쌓이고,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온라인 기반의 재고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도 컸다. 올해 2~4월 매출과 거래 건수는 직전 3개월에 비해 약 20%씩 늘었다. 설립 첫 달 1만3000명이었던 가입자 수는 7월 현재 약 9만명으로 늘었고, 매출 250억원을 돌파했다.
 

세상의 모든 재고가 여기에…공연 티켓, 택시까지  

리씽크에선 모든 재고를 취급한다. 사용한 적이 없는 ‘새 상품’도, 전시용이나 렌털 상품을 재단장한 ‘리퍼브’ 제품도, 품질에는 이상이 없으나 다양한 이유로 반품된 상품도 모두 ‘재고’다. 면세점, 홈쇼핑, 백화점까지 어디 '출신'인지 가리지 않는다. 상품군도 고가의 명품이나 전자제품부터, 랜덤으로 주는 ‘무료’ 생활용품까지 가리지 않는다. 고가 제품은 매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1년간 무상 A/S를 보장한다. 김 대표는 “재고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사러 간다”고 했다.  
 
상품이 아닌 서비스 재고도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권이나 여행사 상품, 공연 티켓 등이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취소된 서비스 상품을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에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던 서비스 재고가 상품화되면 사기당할 걱정 없이 ‘득템’ 기회가 된다. 택시 재고도 판다. 보통 3~5년간 운행된 택시는 아프리카나 중동 등 제3국에 수출했지만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히자 리씽크가 나섰다.
 

급전 필요 업체에 재고 지급보증 ‘일석이조’  

경기도 고양시 소재의 리씽크몰 오프라인 매장인 '일산 재고센터'. 사진 리씽크몰

경기도 고양시 소재의 리씽크몰 오프라인 매장인 '일산 재고센터'. 사진 리씽크몰

재고 시장의 가장 큰 이점은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서로 ‘윈윈’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업체에는 재고를 처리해주고, 소비자에게는 싸게 팔 수 있는 ‘일석이조’다. 김 대표는 “중고 사업을 할 땐 ‘쓰고 남은 걸 달라’고 하니까 업체들이 반기지 않았지만, 지금은 ‘재고가 있으면 컨설팅을 해드리겠다’고 하니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재고 금융지원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리씽크가 급전이 필요한 업체들을 위해 재고를 맡아주고 금융사에 “업체가 재고를 찾아가지 않으면 일정 금액에 재고를 사겠다”는 재고 지급보증을 서는 일이다. 김 대표는 “(지급보증을 서준) 업체들이 재고를 안 가져간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재고처분 캠페인 성적도 좋다. 최근엔 수출길이 막힌 아이스크림을 한 개 가격에 한 박스씩 팔아 완판했다. 업체로선 냉동창고에 보관해야 하는 비용을 줄이고, 리씽크로선 마케팅 비용을 아껴 홍보할 기회였다.  
 

재고를 재고하라…기업ㆍ소비자ㆍ환경이 ‘윈윈’  

김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기존의 유통 시장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업체들이 정상 가격에 물건을 산 소비자들을 의식해 “정상 가격에 팔아달라”거나 “정상 판매한 제품과 똑같이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을 하면, 리씽크는 정상 가격에 ‘사은품 끼워 넣기’로 가성비를 높이거나 포장을 약간 바꿔 파는 전략을 구사한다. 리씽크몰에 ‘패키지’ 상품이 종종 등장하는 건 그래서다.
 
목표는 ‘재고’의 이미지 전환이다. ‘재고’란 누군가 쓰고 버렸거나 뭔가 하자가 있는 상품이 아닌, 이유 없이 버려지는 상품에 숨을 불어넣는 일이라는 것이다. ‘리씽크’(rethink)라는 사명에도 그런 의미를 담았다. 재고(stockㆍ在庫)를 ‘다시 생각하라’(재고ㆍ再顧)는 뜻이다. 지금도 홈페이지를 직접 개발ㆍ운영하는 김 대표는 리씽크 환경보호지수도 개발 중이다. 소비자들이 해당 재고 상품을 구매할 경우 환경보호 효과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재고의 잠들어 있는 가치’를 깨우고 기업과 소비자, 환경이 모두 윈윈하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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