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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파운드리 TSMC가 풍력 전기 쇼핑 나선 이유는

중앙일보 2020.07.28 07:00
탐라해상풍력발전 전경. 탐라해상풍력발전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금등리 해역에 설치한 해상풍력발전단지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 한국남동발전

탐라해상풍력발전 전경. 탐라해상풍력발전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금등리 해역에 설치한 해상풍력발전단지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 한국남동발전

# 대만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TSMC는 지난 7일 덴마크 국영 외르스테드와 풍력발전 전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20년 동안 전기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이다. 외르스테드는 대만에서 50㎞ 떨어진 해안에 2025년까지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할 예정인데,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TSMC에 공급할 예정이다. J.K 린 TSMC 부사장은 “TSMC는 물론 대만 에너지 전략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장비 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지난 21일(현지시각) 텍사스주에 짓고 있는 500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소를 통째로 사들였다.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는 이번 인수를 통해 전체 에너지의 1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리 디커슨 대표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 재생에너지 도입 경쟁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도입 경쟁이 속도를 내고 있다. 'RE100'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재생에너지 100%(Renewable Energy 100%)의 줄임말인 RE100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충당하는 캠페인이다. 현재는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 20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애플이 최근 공개한 공급사 클린 에너지 2020 프로그램. 애플은 2030년까지 부품 조달 등에서도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할 예정이다. 자료 애플

애플이 최근 공개한 공급사 클린 에너지 2020 프로그램. 애플은 2030년까지 부품 조달 등에서도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할 예정이다. 자료 애플

RE100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6일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2050년까지 RE100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화학업계에선 최초 사례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RE100 도입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이라며 “고객과 환경,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영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애플과 손잡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이 최근 공개한 '공급사 클린 에너지 2020 프로그램'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애플의 클린 에너지 계획에 참여하는 71개 파트너사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의 파트너사 참여는 올해가 처음으로, 애플 공급사인 한국 기업 중 유일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을 기준으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쿡. 중앙포토

애플 최고경영자 팀쿡. 중앙포토

애플과 구글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의 에너지 전환은 코로나19로 더 힘을 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각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늘면서 기업의 에너지 전환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애플은 2018년 재생에너지 100%를 선언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모든 매장과 법인 사무실은 100% 재생에너지로 구동된다”고 말했다. 애플이 에너지 프로그램을 매년 공개하는 건 글로벌 협력사 압박용이다. 애플은 지난 4월엔 “2030년까지 부품 공급과 최종 상품 조립 등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선 한전 독점으로 RE100 도입 못 해

국내는 어떨까. 재계에선 국내 기업에 RE100을 도입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판매사업은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전이 석탄·원자력·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모아 한꺼번에 판매하고 있어 국내에선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비율을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선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기를 거래할 수 있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전기 판매 시장이 크게 변화면서 RE100 도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의원(서울노원병)은 “RE100에 참여하는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며 “애플 등이 납품 회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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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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