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내일은 나도 미대생" 시각장애 학생들의 이유있는 자신감

중앙일보 2020.07.28 07:00
우리들의 눈에서 진행하고 있는 '코끼리 만지기'프로젝트의 장면들. [사진 우리들의 눈 홈페이지]

우리들의 눈에서 진행하고 있는 '코끼리 만지기'프로젝트의 장면들. [사진 우리들의 눈 홈페이지]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이 그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20여년 전 이런 물음을 가졌던 이가 엄정순 작가다.
 

시각장애 청소년 미술활동 돕는 엄정순 작가
보이지 않는 이들이 그린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눈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손끝으로 만지고 상상하는 것을 통해 사물이나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어요.” 그는 이런 생각으로 시각장애 청소년들의 미술 활동을 도왔고, 1996년부턴 비영리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을 만들었다. 화가였던 그는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를 고민하다 ‘보지 못하는 세계’를 생각했고 보지 못하는 학생들을 만나게 됐다. 이후 보이지 않는 세계에 사는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찾고 연구했다. 
(사)우리들의 눈에서는 전국 맹학교 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미대 진학 희망자를 모집해 'open college'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진 우리들의 눈 홈페이지]

(사)우리들의 눈에서는 전국 맹학교 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미대 진학 희망자를 모집해 'open college'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진 우리들의 눈 홈페이지]

“본다는 건 이해의 수단이잖아요. 그런 점에선 누구에게나 세상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눈은 있어요. 조금 다르고 약할 뿐이에요. 누구에게나 있는 그 가능성을 개발하고 확인시켜 주고 싶었어요.” 대표적 사례가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 
 
시각장애 청소년들을 태국 코끼리 마을에 데려가 일정 기간 머물며 코끼리를 직접 만져보고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코끼리 만지기를 다녀온 학생들의 그림이나 조형물은 다양한 형태의 전시회를 통해 소개한다.
“수백권의 책을 읽어도 자신이 직접 느끼고 체험한 것만큼 강렬할 수 있을까요? 시각장애인 청소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도움이 아니라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엄 작가의 이런 노력 끝에 '미대 진학 프로젝트'가 추가됐고, 2015년 박한별 씨를 시작으로 시각장애 청소년들이 미술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그는 시각장애 청소년들을 위한 교재와 교사 양성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관련기사

기자 정보
유부혁 유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