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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100% 반환’ 미룬 판매사···금감원 “키코와 달라” 느긋 왜

중앙일보 2020.07.28 06:00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끝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투자금 전액 반환' 권고를 기한 내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들 판매사는 제각각의 이유로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키코(KIKO)처럼 분쟁조정 결정을 불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작 금융감독원은 느긋한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각종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사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각종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사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라임펀드 판매사 "분쟁조정 수락 연장" 요청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는 라임운용 무역금융펀드 관련 분조위 권고 수락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공문을 각각 금감원에 보내왔다. 이날은 당초 금감원이 정했던 권고 수락 시한이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분조위를 통해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하고,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금 전액을 반환해주라고 권고했다. 반환 대상 펀드 판매액은 우리은행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등 총 1611억원이다. 금감원은 이중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온 4개 판매사에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4곳 모두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며 결정을 보류하고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이사회 마친 은행 "100% 반환 신중하게 따져야"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모두 이사회 회의를 거쳐 수락 기한 연장을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1일, 우리은행은 24일 이사회를 열었다. 이미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분조위 권고안이 공유됐음에도 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끝내 분조위 권고안을 불수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미 은행권이 분조위 권고를 불수용한 사례가 있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의 경우,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총 5차례의 기한연장 끝에 결국 불수용을 결정했다. 
하나은행 본점.연합뉴스

하나은행 본점.연합뉴스

 
이들 은행이 머뭇거리는 이유는 투자금 전액 반환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운용사의 과실이 큰데도 판매사가 100% 책임을 감당하게 될 수 있어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운용사와 판매사의 과실 비율이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사에게 일단 투자금을 100% 다 물어주라고 한 부분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사회에서 이 부분을 두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100% 물어주고 나면 그다음부터 급한 쪽은 판매사가 되는 것인데, 순서상으로 보면 각 금융기관 간 책임소재부터 명확히 가린 뒤 그에 따른 판매사 몫에 배상 권고를 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고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장 다른 증권사 "시간 필요해 연장 요청한 것뿐"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는 아직 이사회를 통해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루지 않았다. 따라서 공식적으로는 이번 권고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도 않았다. 다만 이들 증권사 각자의 사정에 비춰봤을 때, 은행들에 비해 권고안을 수락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커보인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약 1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심모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본부 팀장. 뉴스1

약 1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심모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본부 팀장. 뉴스1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의 단순 판매사가 아닌 기획자 성격을 가지고 있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부서를 통해 펀드에 총수익스와프증권(TRS)를 제공하면서 라임운용의 사기적 운용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100% 반환해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판매사들의 구상권 청구에 대한 대응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이번 권고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미래에셋대우는 펀드 판매액이 91억원에 불과해 두 은행이나 신한금융투자에 비해 훨씬 적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미래에셋대우가 오는 30일 이사회를 거친 뒤 제일 먼저 분조위 권고안 수락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분조위 권고 대상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81억원어치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자율조정에 나서야 하는 신영증권은 지난 3월 판매사들 가운데 최초로 자발적 손실 보상을 결정한 곳이다.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대우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법률 검토도 해야 하고 내부 의사 결정을 위한 절차와 의사회 논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락 시한을 조금 더 달라고 연장 요청했다"며 "아직 이사회를 연 것도 아니라서 현재로썬 어떤 가치 판단을 내릴만한 상황이 안 된다"고 말했다.
 

느긋한 금감원 "소송 가서 지연이자까지 낼 텐가"

모든 판매사로부터 기한 연장 요청을 받아든 금감원은 아직 느긋한 입장이다. 분조위 권고안이 법률적으로 문제없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번 '착오 취소'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국내 최고 수준의 법학 교수와 법조인들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의견 검토를 받았다. 분조위에서도 외부 법률 전문가들과 금융소비자보호처장 등이 참여해 권고안을 결정한 만큼 향후 재판에 가더라도 이 권고안이 뒤집힐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금감원 관계자는 "결정이 어렵다는 판매사들에 대한 금감원 입장은 '이사회 설득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금감원이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도 해줄 테니 빨리 이사회 판단을 마무리 짓자'는 것"이라며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개별 소송으로 가야 할 텐데, 재판에서 착오 취소 결정이 난다면 판매사는 계약 취소 적용 시점인 2018년 11월부터 법정 결론이 난 시점까지의 지연이자(상사법정이율 연 6%)까지 물어야 해 손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판매사들의 논리적 모순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사들은 지금까지 라임CI펀드, 플루토·테티스펀드 등 나머지 펀드에 선보상을 실시하면서도 그보다 사기성이 훨씬 더 짙은 무역금융펀드엔 단 한푼도 선보상하지 않았다"며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게 이유였는데, 인제 와서 (수락 여부를) 신중하게 고민한다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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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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