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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요원 직고용 강행한 인국공, 22년 공들인 정책 뒤집었다

중앙일보 2020.07.28 06:00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청와대 분수 앞에서 인천공항공사의 합의 없는 청원경찰 직고용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청와대 분수 앞에서 인천공항공사의 합의 없는 청원경찰 직고용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로 직고용할 경우 공항 경영·운영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무시하고, 강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청원경찰은 정부가 1998년 국가중요시설의 경비제도 개선책을 발표한 이후 지속해서 특수경비업으로 대체하며 줄여왔다. 청원경찰법에 따라 경찰청이 각 공공기관을 지휘·감독하는데 따른 사찰 의혹과 운영상 비효율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가 공사 정규직 전환을 이유로 22년 공들인 정책을 뒤집은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직고용 요지경-下]

"수차례 직고용 부적합 법률 검토를 묵살…5월 청와대 회의 뒤 뒤집혀"

유경준 의원(미래통합당)실과 인천공항공사 노조 등은 27일 "인천공항공사가 청원경찰로 직고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법률 자문을 수차례 받았지만 이를 묵살하고 올해 5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부처 회의 뒤 청원경찰로 전격 직고용하는 방침이 정해졌다"고 밝혔다.
 
유 의원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을 한 뒤 정규직화에 착수했다. 공사는 그해 11월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 자체 법률검토를 했으나 "청원경찰로 직고용 추진은 부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다 1년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 법무법인에 법률검토를 의뢰했다. 결과는 '청원경찰 직고용 부적합'으로 같았다. 그해 12월 노사와 전문가가 협의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청원경찰 지휘·감독권은 경찰에…공항 인력조정, 배치 등 경영에 영향

법무법인과 외부 전문가, 공사 자체 검토 결과가 한결같이 '청원경찰 직고용 추진 부적합'으로 판단한 이유는 현행법 위반과 공항 운영상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들은 직고용 절차를 통해 공사의 '청원경찰'로 전환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인국공 직원이 공정하고 투명한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들은 직고용 절차를 통해 공사의 '청원경찰'로 전환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인국공 직원이 공정하고 투명한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뉴스1

 
청원경찰제도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관료화와 노령화, 예산 낭비 등이다.

청원경찰 배치변경조차 경찰 승인 받아야…비상시 공항 지휘체계 혼란 우려

청원경찰의 지휘·감독권은 경찰청에 있다. 청원경찰이 배치된 공사 또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경찰의 직접 감독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공사의 인사, 조직, 보수 등 경영 전반에 개입 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관할하는 공항의 지휘체계가 국토부와 경찰청으로 이원화되는 셈이다. 예컨대 공항에 비상상황이 발생해 청원경찰 배치를 바꾸려 해도 경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런 구조에선 사업구조 개편이나 인력 조정, 배치조정 등에 어려움이 따른다. 유사시 공항 통제·지휘 체계에 문제가 생기고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천공항 개항 전인 97년 11월 경찰이 청원경찰을 지휘해 김포공항의 보안검색을 강화하면서 30여 편의 운항이 지연되는 등 공항 업무가 마비됐다. 공항의 운영 사정을 잘 모르는 경찰의 독자적 움직임에 부작용이 빚어져도 공항 측은 개입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경찰이 직권을 남용한 것도 아니다. 직무집행상 정상적인 보안 강화 조치를 취했을 뿐이었다.

부작용 논란에 98년부터 청원경찰, 특수경비업으로 대체 나서…2001년 경비업법 개정

이 사건을 계기로 98년 '청원경찰 제도를 대체하기 위한 국가중요시설 경비제도 개선계획'이 발표됐다. 이어 2001년 경비업법이 개정돼 특수경비업을 신설하고, 특수경비원제도를 도입했다. 이 법의 개정으로 과거 경찰과 청원경찰이 담당하던 보안검색 업무가 특수경비로 대체됐다. 현재 인천공항의 보안검색 요원이 이에 속한다.
 
2019년 7월 공사가 의뢰한 법무법인의 법률검토 결과에도 "청원경찰이 되면 인사·노무 관리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찰 직무집행법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담았다.

특수경비업은 겸업금지…공공기관이 직접 경비 못하고 보안회사에 맡겨서 수행

그렇다고 공사가 특수경비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는 없다. 특수경비업은 전문성과 안전을 위해 겸업 금지 대상이어서다. 국내 항만에 보안회사가 따로 설립돼 보안검색을 수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국 올해 2월 28일 제3기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법률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자회사로 이들을 임시 편제한다'는데 합의했다. '유사시 공항 방호체계 확보를 위해 보안검색 요원의 '특수경비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그동안의 법률 자문에 따른 결과다. 4월 10일에는 경비업법과 항공보안법, 공사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후속 조치를 정부에 보고했다. 법 개정 없이는 직고용이 안 된다는 걸 정부에 알린 셈이다. 30일에는 공사 자체 법·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에서 '청원경찰로 직고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최종 결론을 냈다.

5월말 청와대 회의 뒤 청원경찰 급부상…경찰청, 청원경찰 전환에 의견 안 내

그러나 이 결론은 얼마 안 돼 바뀔 조짐을 보였다. 장기호 공사 노조위원장은 "5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인천공항 보안검색 법적 문제 관련 정부 관계부처 회의'가 열렸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5개 부처가 참석했다.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어 청원경찰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공사는 6월 16일 지난 4차례의 관련 법률 검토를 뒤로하고, 같은 내용의 법률자문을 모 법무법인에 의뢰했다. 이틀만인 18일 자문 결과가 회신 됐다. 청원 경찰 제도를 활용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청원경찰은 전문 경비업에 비해 조직성, 전문성, 효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공항 운영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공사는 5개 관계부처에 법률자문에 대한 의견 조회를 의뢰했고, 하루만인 19일 '이견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유일하게 청원경찰의 지휘·감독권을 가진 경찰청은 회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틀 뒤인 6월 21일 공사는 특수경비원을 청원경찰로 신분을 바꿔 직고용한다고 발표했다.

인천공항, 서울·인천 전체 청원경찰보다 많아져…"몇 일 새 부적격에서 적격으로 바뀐 이유 규명해야"

유 의원은 "청와대 대책회의 이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전격적으로 3년 동안의 수차례에 걸친 법률 검토 결과를 뒤집고, 몇 일만에 '청원경찰로 직고용 부적합'에서 '적합'으로 바뀌었는지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통제 권한 강화, 지휘체계 혼란 등은 직고용 논란이 일면서 일시에 묻혔다. 20년 넘게 이어진 청원경찰제 대체 정책도 한순간에 뒤집혔다. 인천공항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이 모두 청원경찰이 되면 서울(1283명)과 인천(541명)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을 합한 수보다 많은 청원경찰이 일시에 인천공항에 생기게 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청원경찰제가 되면 경찰의 간섭과 영향력이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관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지휘체계 이중화에 따른) 혼선을 없애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원경찰 되면 임금 오르고 쟁의행위는 금지…노조는 힘 빠질 듯

직고용 방침이 발표된 뒤 노조는 환호했다. 하지만 청원경찰로 직고용되면 노조는 사실상 와해 수순을 밟거나 제 기능을 못 하게 된다. 경찰 직무집행법에 따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일체의 쟁의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경영손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인천공항 경영손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청원경찰로 전환된 뒤 임금 문제도 정리가 필요하다. 일각에서 공사가 직고용해 정규직이 되면 5000만원 대 임금을 받는다는 주장을 해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연봉은 3800만원 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사 노조 등에선 "청원경찰법에 따라 임금은 대폭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청원경찰법 제11조는 취업규칙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유사 직무 경력을 봉급 산정 기준에 산입하게 돼 있다. 노조 측은 "그동안의 보안검색 경력을 인정받으면 1인당 연 1100만원 인상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연간 211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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