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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간 청년 왜 세상 등졌나, 日 발칵 뒤집은 ‘인사팀 갑질’

중앙일보 2020.07.28 05:00
지난해 일본 대기업 자회사에 취업하기로 내정됐던 남자 대학생 A(당시 22세)는 입사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취업까지 결정된 청년이 왜 세상을 등졌을까. 사건의 배경에는 입사 내정자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장기간 압박해 온 인사담당자의 온라인 '갑질'이 있었다.   
 

입사전 관리 명분 SNS 가입시켜 '괴롭힘'
여행 갔다왔다고 "분위기 파악 못하냐?"

이 회사는 입사 내정자 전원을 SNS 교류 사이트에 등록시키고 인사담당 과장이 수시로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입사 전부터 사이트 내에서 A 학생은 B 과장에게 개인 공격에 가까운 코멘트를 여러 번 받았다. 유족 측은 "강한 상하 관계 속에서 SNS를 통한 갑질 때문에 A가 사망한 것"이라면서 기업 측에 사죄와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취업이 내정됐던 대학생이 입사 직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족 측은 입사 내정자와 인사 담당자가 모여 있는 인터넷 사이트 내에서 이 대학생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기업 측에 사죄와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일본에서 취업이 내정됐던 대학생이 입사 직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족 측은 입사 내정자와 인사 담당자가 모여 있는 인터넷 사이트 내에서 이 대학생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기업 측에 사죄와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 없으면 그만두던지", "분위기 파악 못 하냐?"  

 
2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A는 지난 2018년 5월 IT 대기업 계열 자회사에 입사가 내정됐다. A를 포함해 총 20명이었던 예비 신입사원들은 전원 '회원제 SNS 교류 사이트'에 등록해야 했다. 회사 측은 이 사이트에 수시로 글을 올리게 하며 학생들의 의욕을 평가했다. 독서 감상문 등을 과제로 내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인사 담당 과장 B가 글을 올리면서부터였다. A 측 유족에 따르면 B 과장이 고압적인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건 2018년 7월부터였다. B는 "누가 언제 사이트에 들어가 있는지 인사 쪽에서는 보인다", "여러분이 올린 내용이 배치받을 때 그대로 인사 정보가 된다"는 글을 올렸다. 8월에는 "여러분이 입사하면, 나는 더는 봐주지 않겠다", "(신입사원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전력을 다해 배제할 거니까"라는 글도 올렸다. 
 
그는 자신이 인사권자라는 점을 계속 드러내며 학생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B 과장은 "입사가 결정된 사람이 입사를 포기하면 매우 민폐를 끼치는 것"이라면서 "죽기 살기로 버텨라"라는 말을 올렸다. 하지만 2018년 11월에는 "할 마음도 없고 할 자신도 없으면, 일찌감치 그만둬라"면서 포기를 재촉하기도 했다.   
 
A가 B 과장에게 단단히 찍힌 시점은 지난해 2월. A가 입사 내정도 됐다는 생각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A의 귀국 직후에는 누가 봐도 A를 공격한 B의 글이 여럿 발견됐다. "해외 가려면 해외여행 나가기 전에 (여길) 관두던지", "분위기 파악 못 하냐?", "사이트 안 하는 X는 머리를 밀어 반성하는 모습을 볼까?", "깔보지 마, 54세 아저씨를!"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후 A는 친구에게 "힘들다, 죽고 싶다"며 괴로운 심정을 털어놨다. 그리고 B 과장의 공격성 글이 올라온 지 2주가 지난 뒤, A는 한밤중에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A 유족의 대리인을 맡는 가와히토 히로시 변호사는 "인사 담당자와 취업 내정자 사이에는, 통상의 상사와 부하의 관계보다 강한 우열 관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A의 사망 후 회사 측은 B 과장의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B 과장의 교육 방침을 회사가 감독할 수 없었다"고 책임을 피해 가는 듯한 해명을 했다.  
 
과거 이 회사는 "입사 내정이 되고도 회사를 그만둘 것 같은 사람을 80%까지 찾아낼 수 있다"면서 해당 사이트를 운영했지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면서 사이트 운영을 그만뒀다. 또 이달 21일에는 "괴롭힘 등 지나친 지도가 행해지지 않게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입사 내정자를 위한 상담 창구를 사내에 설치해 대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A를 죽음으로 몰아붙인 과장이나 회사를 평생 용서할 수 없다"면서 사죄와 손해배상, 재발 방지책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직장 갑질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된다. 직장내 괴롭힘 고발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참가자가 '직장 갑질 OUT'이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한국에서도 직장 갑질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된다. 직장내 괴롭힘 고발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참가자가 '직장 갑질 OUT'이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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