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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집값, 국회 있어 비싼가" 서울시민 70% 수도이전 불신

중앙일보 2020.07.28 05:00

“여의도 집값이 국회 때문에 비싼 게 아니다”

26일 회원수 116만7000명을 보유한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한 댓글이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이런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수도권 부동산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한다지만…

행정수도이전과 집값안정화효과 여론조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행정수도이전과 집값안정화효과 여론조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날 커뮤니티에는 ‘집값 잡기 위해 행정수도 옮기자는 주장의 모순’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현재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를 것으로 보는 곳은 서울 삼성·잠실·대치·청담동”이라며 “그 이유는 한국전력이 (전남) 나주로 가면서 (그 자리에) 건설되는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현대자동차 통합사옥)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으로 한전이 삼성동 부지를 비웠지만, 수많은 사람이 근무하는 대기업 사옥이 이를 대체하며 집값은 더 올라갔다는 취지다. 
 
이 게시글에는 “(행정수도 이전은) 집값을 잡기 위해서라기보단 과밀화된 수도권을 분산하려는 것”, “지역균형발전을 원하는 것” 이라는 반론 댓글도 달렸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적으로는 행정수도 이전과 수도권 집값 안정은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밖에 27일 오후에 올라온 ‘너나 가라 행정수도’ 게시글의 작성자는 “강남의 집값을 부채질한 것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낼 수 있는 초·중·고교와 학원 등이 모여있는 것”이라며 “엉뚱하게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를 지방으로 옮기자는 정치인도 있는데, 명문대가 강남에 있어서 강남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다”고 쓰기도 했다.
 

국민 54.5%, “행정수도 이전해도 집값 안 떨어져”

26일 네이버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게시글. 부동산스터디 캡처.

26일 네이버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게시글. 부동산스터디 캡처.

전체적인 여론은 어떨까. 국민의 절반 이상은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이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4.5%가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이 수도권 집값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감한다'는 응답은 40.6%로 찬성보다 13.9%포인트 낮았다. 4.9%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응답자들이 더 큰 불신을 표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서울지역 응답자 중 69.3%가 비공감을 택했다. 공감 여론(29.3%)보다 40.0%포인트 높았다. 경기·인천지역 응답자도 상황은 비공감 답변이 많았다. 58.7%가 비공감을 표시한 반면, 공감 여론은 37.7%에 불과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정부 부처의 상당 부분이 세종으로 이전했지만 집값이 떨어지지 않은 ‘기시감’과 행정수도 이전에 걸리는 시간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종시에 근무하는 고위 공무원조차 서울 집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1가구 2주택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처분해야 할 상황이 오면 오히려 특별 분양받은 세종시 집을 처분한다”며 “이런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서민만 지방 이전을 권유하고 정치인·고위 공직자는 서울 특권을 내려놓지 않은 상태라면 국민이 정책에 대해 신뢰를 가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배우자 직장도 서울에…‘나 홀로 세종 살이’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가 자리한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가 자리한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 역시 선뜻 거주지를 옮기기는 어려운 처지다. 한 과장급 공무원 A씨는 “배우자의 직장이 서울에 있는 데다 자녀가 고3 수험생이어서 불가피하게 서울에 집을 두고 세종에서는 월세를 살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어플리케이션 직방의 함영진 빅데이터 랩장은 “행정수도를 이전한다 해도 정치적 합의에 걸리는 시간, 실제 기관 이전 등에 걸리는 기간은 상당할 것”이라며 “여기에 행정 기능 외에도 교육·문화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집값이 하락한다거나 대기수요가 감소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호주만 하더라도 행정수도인 캔버라가 있지만, 시드니와 멜버른의 주택 가격은 내려가지 않았다”며 “행정·정치 기능이 옮겨간다 해도 기업 등 중요 기능이 서울에 남아있다면 일자리가 지방으로 분산될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집값 하락’에 대한 불신을 제외하면, 행정수도 이전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리얼미터가 응답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국회·청와대 등 세종시 이전 찬반’을 물은 설문조사에서는 53.9%가 찬성 의견을 내놨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행정수도 이전에는 집값 안정 외에도 지방분권, 행정효율 향상 등 다층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조주현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은 지역 균형발전 등 백년대계를 보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주택 가격 안정화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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