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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쩐의 전쟁'] 이해찬, 문자 발송만 8619만원 썼다

중앙일보 2020.07.28 05:00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밥은 사야 표달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3억으론 택도 없습니다.”

선거엔 돈이 든다. 당 대표를 뽑는 선거도 결국엔 선거라, 대선·총선과 같은 ‘쩐의 전쟁’이 펼쳐진다. 2016년과 2018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실무를 담당한 한 민주당 의원은 “불법으로 연 당원 간담회 등이 당연시됐던 과거보다 깨끗해졌다고 하지만 현장 실무 비용은 여전히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8·29 전당대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낙연·김부겸·박주민 당대표 후보들의 ‘후원금’ 경쟁이 꿈틀하고 있다. 한 친문 재선 의원은 “80만 당원을 대상으로 벌이는 경선이어서 아무리 아껴도 돈이 든다’”고 했다. 명함부터 문자메시지 비용까지 필수비용을 포함하면 수 억원이 든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실제로 신고된 금액은 얼마나 될까. 중앙일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8년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정치자금 신고내역’을 입수해 분석했다. 분석대상은 이해찬·송영길·김진표 등 당대표 후보 3명, 최고위원 후보 8명의 지출·수입 총액과 세부내역이다.
 
당대표 후보들은 1억5000만원이 모금 한도인 전당대회 후보자 후원회를 열어 평균 1억4866만원을 모금했다. 또 자신의 국회의원 후원회에서 평균 1억4857만원을 이체하거나 별도로 사용해 당대표 후보 1인당 2억9723만원을 썼다. 개별 후보들의 지출액은 이해찬 대표가 3억1427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송영길(3억615만원), 김진표(2억2718만원) 후보 순이었다.
 
2018년 전당대회, 이해찬·송영길·김진표 얼마나 썼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8년 전당대회, 이해찬·송영길·김진표 얼마나 썼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뽑아달라” 문자에 평균 9513만원 써

당시 8·25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이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동안 권리당원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에만 8619만원(27%)을 썼다. 송 후보는 이 대표와 비슷한 8790만원(29%)을 문자비용으로 쓴데 비해 김 후보는 1억1298만원(42%)을 지출했다. 친문 초선의원은 “포스터가 들어간 문자는 1건당 40원쯤 하는데 80만 당원에게 한 차례 보내도 3000만원 넘게 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가 26일 춘천시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왼쪽부터) 후보가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가 26일 춘천시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왼쪽부터) 후보가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대표는 22차례 언론 간담회를 하며 밥값만 540만원을 썼다. 국회 인근 A식당에서 86만2000원, B식당에선 47만원 등 한 번에 수십명의 언론인을 만나 지갑을 열었다. 이 대표 측은 “선거일 한 달을 앞두고 출마선언을 해서 적극적으로 언론에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세 차례 여론조사를 의뢰해 1540만원(5%)을 썼는데 다른 후보보다 지출 비중이 컸다.
 
2018년 전당대회, 이해찬·송영길·김진표 어디에 얼마나 썼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8년 전당대회, 이해찬·송영길·김진표 어디에 얼마나 썼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종 2위를 기록했던 송 후보는 당원 홍보에 열을 올렸다. 명함제작에 3038만원을 지출하는 등 홍보비(공보물·명함·현수막 등)에 1억342만원(34%)을 썼다. 김 후보는 유튜브 등에 올릴 온라인 홍보물을 제작하는데 1850만원(7%)을 써 이해찬(680만원) 대표나 송영길(875만원) 후보보다 많았다. 공보물이나 명함 등 대면 홍보비는 5299만원으로 다른 후보의 절반 수준이었다.
 

김해영 “후원회 불필요”…‘득표 1위’ 박주민 최저지출

3억원에 육박하는 2018년 당대표 후보자 지출액은 2016년 전당대회와 비교하면 배로 늘어난 것이다. 2016년 당대표 후보 지출액은 김상곤(1억9608만원) 후보가 가장 많았고 이어 추미애(1억8977만원) 전 대표, 이종걸(1억6090만원) 후보 순이었다. 추 전 대표는 비공개 여론조사에 2300만원을 써 눈길을 끌었다.
 
2018년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들도 1억원 전후 액수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온 최고위원이 1억363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박주민 최고위원이 6989만원을 써 가장 적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가장 적은 돈을 쓰면서도 득표율(21.28%)은 가장 높았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당시 4위로 당선된 김해영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후원회를 별도로 두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 측은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데, 또다시 돈을 걷다가 문제가 될만한 돈을 받을 수 있는 생각에 접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돈 많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에 신고되는 비용 외에 눈먼 돈이 오간다고 전당대회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2018년 한 후보 캠프에 속했던 보좌진은 “캠프 실무진들의 밥값, 지방 내려가면 당원을 만나 쓰는 돈이 다 어디서 났겠느냐”며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적잖다”고 했다. 표를 가진 당원들에게 밥을 사며 ‘뽑아달라’고 권하는 것은 정당법 50조(매수행위 금지) 위반이다. 그러나 총선·대선 등 상대 당 후보가 있는 전국선거와 달리 당내 선거인 전당대회는 고소·고발 조치가 거의 없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전당대회가 조직표 대결 성격이라면 돈이 계속 쓰일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 같은 주요 정당이라면 당대표 후보들 간 정책 토론회를 대폭 늘려서 당원들이 후보들의 정책의지와 리더십을 검증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김효성·김홍범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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