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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칼럼니스트의 눈] 딥 페이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구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20.07.28 00:37 종합 22면 지면보기

미국 대선과 딥 페이크

오바마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딥 페이크 영상.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가짜 동영상 기술의 발전이 선거 결과를 왜곡하고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바마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딥 페이크 영상.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가짜 동영상 기술의 발전이 선거 결과를 왜곡하고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위원장, 중국의 시진핑 주석, 독일의 메르켈 총리. 이들은 요즘 우리와 똑같은 질문거리를 안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선거에서 재선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트럼프식 미중 갈등, 트럼프식 대북정책, 트럼프식 일방외교는 앞으로 4년 더 계속될 것인가?
 

트럼프, 지난 대선때 가짜뉴스 유포
딥 페이크 규제하는 기술 못지않게
규제에서 빠져나가는 기술도 발전
SNS에 의존하면 ‘가짜’ 위협 커져

지구촌 공통의 이 절실한 질문에 대한 관습적인 답변은 코로나19 위기와 경제 위기의 렌즈로 예측해 보는 것이다.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코로나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인 감염자 수는 4백만 명을 넘었다. 사망자 수는 무려 14만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이 들끓는 가운데, 코로나 위기는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1919년 당시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본인이 독감에 걸려 건강이 급속히 나빠졌고, 리더십은 실종됐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부실한 위기관리로 정치적 독감에 걸린 셈이다.
 
모든 사회활동을 극도로 위축시키는 코로나 위기는 경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은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실업률은 무려 13%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때는 물론이고 1970년대 경제 위기 때도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상황이다.
 
이쯤 되면 합리적 예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10% 내외로 뒤처지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의 방향을 쥐고 있는 주요 경합주(swing states)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에게 10%가량 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위기는 고령의 은퇴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플로리다 주를 강타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위기에 대한 부실한 대응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던 백인 은퇴자들마저 등 돌리게 하고 있다.
  
미국 대선, 합리적 예측 어려워
 
문제는 이러한 예측이 ‘합리적’이라는 데에 있다. 이성·진실·사실, 그리고 과학적 추론과 같은 현대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가 아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놀라운 당선이 보여주었듯이,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것은 탈진실과 탈 사실이고, 합리성이 실종된 세계다. 2016년 선거 때 이미 트럼프 후보의 캠페인은 엄청난 가짜 뉴스를 쏟아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가짜뉴스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 표명했다는 가짜뉴스까지.
 
문제는 가짜뉴스가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2016년에는 그저 터무니없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거나 페이스북에서 지지자들끼리 퍼 나르는 정도였다. 요즘의 가짜뉴스는 진짜와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 동영상, 딥 페이크(deepfake)로 진화하고 있다. 동영상을 제멋대로 편집하고, 만들어 내는 과정이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딥 러닝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어, 딥 러닝의 딥(deep)과 가짜라는 의미의 페이크(fake)가 합쳐져 딥 페이크라 불리게 되었다.
 
온라인에 공개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해내는 프로그램인 CUDA 9을 깔고 페이크앱(www.fakeapp.org/download)만 다운로드 받으면 누구나 유명 인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가짜 동영상, 즉 딥 페이크를 만들고 배포할 수 있다. 딥 페이크는 조만간 정치·경제·문화 등 삶의 곳곳에서 사실과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가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초현실 세계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셈이다.
  
트럼프 캠페인과 딥 페이크의 잠재적 위험
 
민주당 대선 후보 바이든이 안면 경련을 일으켜 혀가 축 처져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딥 페이크 영상. [트위터 캡처]

민주당 대선 후보 바이든이 안면 경련을 일으켜 혀가 축 처져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딥 페이크 영상. [트위터 캡처]

딥 페이크와 미국 대선을 교차시키면, 우리는 세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딥 페이크를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삼을 것인가? 둘째, 딥 페이크는 과연 유권자들을 뒤흔들어 놓을 것인가? 셋째, 딥 페이크의 혼란을 막을 길은 있는가?
 
첫째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어느 정도 나와 있다. 지난 4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이한 영상 하나를 리트윗하였다.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조잡하게 조작된 가짜 동영상, 즉 딥 페이크였다. 가짜 동영상의 주인공은 경쟁 상대인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였다. 이 동영상에서 바이든 후보는 안면경련을 일으키고 혀가 입 밖으로 축 처진, 처참한 모습이었다.
 
선거전이 점차 치열해지면 딥 페이크 역시 치열해지고 정교해질 수 있다. 이를테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와 카리스마를 누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가짜 동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될 수도 있다.
 
이는 두 번째 질문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유권자들,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러한 가짜 동영상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3%는 딥 페이크가 선거전에 큰 혼란을 가져올 위험을 안고 있다고 본다. 동시에 다수의 응답자들(60%)은 보통 시민들이 딥 페이크를 진짜 뉴스와 구분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딥 페이크에 대한 규제 조치를 찬성하고 있다.(퓨 리서치 센터 2018, 2019)
 
세 번째 질문. 과연 딥 페이크를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트위터 운영사는 명백히 변형되고 조작된 동영상의 트윗, 리트윗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페이스북 역시 이러한 규제에 동조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 정도 규제로 충분하냐는 점이다. 딥 페이크를 구분하고 규제하는 기술이 향상되는 속도와 더 정교한 딥 페이크로 규제를 빠져나가는 기술의 발전 속도는 어느 한쪽이 압도하지 못하는 술래잡기 게임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소셜 미디어 시대의 심층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 늘 연결되어 있고 그곳의 뉴스와 정보에 의존하는 한, 딥 페이크와 같은 가짜의 위협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비웃고 조롱하던 트럼프 캠페인에 열광하던 지지자들은 과연 이번 선거에서 가짜 동영상에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 가짜 동영상은 지난 수십 년간 삶의 질이 추락해 온 보통 사람들의 팍팍한 삶의 현실을 뒤덮을 수 있을 것인가? 가짜 동영상은 졸지에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에게 가짜 위로와 가짜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가?
 
2020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바이벌 게임을 넘어, 삶의 현실이 가짜 메시지와 힘겹게 벌이는 싸움이기도 하다.
 
“딥 페이크 대안은 디지털 휴머니즘이다”
제런 러니어는 선구적으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 개발의 선두에 섰었던 개발자이지만 동시에 디지털 시대의 인간성 회복을 설파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실리콘 밸리 초창기부터 인플루언서였던 러니어의 주장은 우리가 어느새 더 빠르고 정교한 컴퓨팅, 더 넓게 항시적으로 연결된 인터넷을 숭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빠르고 실수 없는 컴퓨팅을 숭배하게 되면서 우리는 모든 정보와 뉴스의 ‘맥락과 이해’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정보와 뉴스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왔는지를 궁금해하지 않는 채, 우리는 습관적으로 공유하고 퍼 나르는 왜소한 인간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경고다.  
 
인간들이 스스로를 왜소하게 느끼고 컴퓨터 프로그램, 인공지능의 힘을 절대적으로 떠받드는 한 우리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퍼지는 가짜뉴스와 가짜 동영상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단순하면서도 이상적이다. 무언가를 공유하고 퍼나르기 전에 “우리 모두는 독립적 사고와 의지를 지닌 진짜 사람이라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공지능과 컴퓨팅을 숭배하지 않는 한, 그것들은 모두 그저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장훈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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