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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정 평화 위협하는 코로나 시대 가족 갈등

중앙일보 2020.07.28 00:11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지구촌 심리학자들은 지금 가정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평소보다 가족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가정 내부 증가한 폭력 잘 살펴야
피해 지원 기관들 긴밀 연계 필요

반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대폭 늘어났다. 바쁜 일상생활로 그동안 가족 간 대화가 부족했는데 코로나19로 오히려 가족 관계가 개선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갑자기 늘어난 가정의 사회적 책임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진 경우와 가족 갈등이 증폭된 사례도 다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 6개월간 학교·탁아·돌봄 시설들이 한동안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가정에 위임된 교육 및 돌봄 부담이 위험 수위까지 높아진 경우가 많다.
 
게다가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 내부 갈등이 지구촌 가정의 안녕을 해치고 있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예컨대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촌 곳곳에서 가정 폭력 신고가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초기 코로나19의 피해가 컸던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시설 폐쇄, 즉 록다운(Lockdown)이 길어지며 가정 폭력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피해자들이 약국에 가서 은밀히 폭력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아동 학대, 노인 학대, 배우자 폭행 등 가정 폭력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한국심리학회(이사장 조현섭)는 50여 개국 심리학회가 참여하는 온라인 코로나19 국제심리연대회의에 지난 2월부터 매주 한 차례 참여하고 있다. 각국 정보를 공유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심리 방역’ 등 효과적인 심리학적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장기화로 가정 내부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한국심리학회를 포함한 60개 국가·지역 심리학회와 국제심리연맹(IUPsyS)은 지난 6월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폭력 근절을 위한 행동 연대를 선언했다.
 
행동 연대 선언에서 심리학자들이 주목한 내용을 보자. 첫째, 코로나19 와중에 가정 폭력이 증가하지만, 발견 가능성은 오히려 낮을 수 있으므로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가정 폭력 피해자들은 도움을 줄 것 같은 사람에게만 도움을 요청하기에 심리사들은 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지역 사회의 피해 지원 기관들과 긴밀히 연계해 활동해야 한다.
 
한국사회도 최근 들어 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 달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된 아동 학대 사건은 충격적이다. 불행히도 한 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 보도된 아동 학대 사건을 보면 아이가 코로나19로 등교하지 못해 가정 폭력 신고 및 대응이 지연되는 동안 학대가 점차 심해져 결국 죽음에 이른 것을 알 수 있다. 폭력 사실이 축소 보고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가정 폭력은 피해자는 물론이고 목격자들까지 침묵하게 한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가정 폭력 피해 조사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가정 폭력의 심리 및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정책에 반영돼야 하는 이유다.
 
가정 폭력의 폐해는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기에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 반복해 일어나는 가정 폭력은 정서는 물론 인지 및 뇌 기능에도 심각하고 장기적인 악영향을 준다.
 
피해 단계에서 조기에 개입하고 피해 발생 이후 나타나는 심리적 문제들이 만성화하지 않도록 심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해 한국심리학회 전문가 회원들은 그동안 진행해온 심리상담 자원봉사를 8월까지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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