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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스타트업과 대기업

중앙일보 2020.07.28 00:05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한국의 대기업들은 스타트업 기술을 우습게 본다. 테크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다. 새로운 기술을 대기업에 팔거나 협업을 하려고 하면 “우리에게는 당신네만 한 연구인력이 수천 명이 넘으니 그냥 우리가 개발하고 말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74%에 깔린 안드로이드 OS를 초기에 삼성이 인수할 뻔한 일은 유명하다. 설립자 앤디 루빈은 2005년에 삼성을 찾아와 안드로이드에 관해 설명했다가 “여섯 명이 그런 OS를 만들겠다니, 제정신이냐”는 말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안드로이드를 놓친 후 결국 안드로이드 생태계 들어가 스마트폰을 팔게 된 삼성은 큰 후회를 했겠지만,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초기의 어설픈 버전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소프트웨어로 성장한 것은 오로지 실리콘밸리, 그것도 구글의 품에 안겼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럼 미국은 스타트업들의 천국일까? 며칠 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마존이 투자, 혹은 인수를 핑계로 유망한 스타트업들과 만나 그들의 아이디어를 얻어낸 후 경쟁 제품을 직접 만들어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뺏긴 스타트업은 소송하려고 해도 거대 기업을 상대로 소송 비용도 구할 수 없어 포기해버리고 만다고 한다.
 
그래서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실리콘밸리의 신화는 이제 끝났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몇 글로벌 대기업들이 스타트업들이 성장해 자신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로 자라게 놔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테크 대기업들을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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