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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은의 야野·생生·화話] 활기 되찾은 야구장, 팬들이 해야 할 일

중앙일보 2020.07.28 00:03 종합 19면 지면보기
관중 입장을 시작한 26일 잠실구장에서 팬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응원하고 있다. [뉴스1]

관중 입장을 시작한 26일 잠실구장에서 팬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응원하고 있다. [뉴스1]

#1 한화 이글스 노태형(25)은 지난달 13일 ‘난세 영웅’으로 거듭났다. 대전 두산 베어스전 9회 말 2사 1·3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쳤다. 한화는 악몽 같던 18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노태형은 2014년 2차 드래프트 10라운드 마지막 순번으로 뽑혔다. 입단 7년째인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는 다음날 전화 인터뷰에서 “언젠가 한화 팬에게 내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이런 날이 오다니 믿을 수 없다”고 감격했다. 누군가는 데뷔와 동시에 주인공이 된다. 노태형은 너무도 오래 꿈만 꿨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팬들 응원 속에 뛰고픈 갈증이 있다. 지난 6년간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앞으로 더 잘해서 팬들의 기억에 더 깊이 남고 싶다”고 말했다.
 

관중 입장으로 팬도 선수도 행복
마스크 안한 일부 육성응원 우려

#2 퓨쳐스(2군)리그 선수들은 찜질방을 싫어한다. 한여름 낮 경기의 뙤약볕이 그들에게는 사실상 불가마다. 야구장 라이트를 켜면 전기요금이 100만 원이다. 무조건 해가 지기 전에 경기를 마쳐야 한다. 그런 그들이 꼽는 2군의 가장 큰 서러움은 ‘팬 없이 경기하는 거’다. 2군 올스타전 MVP 출신인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는 “2군은 홈런을 쳐도 환호하는 사람이 없다. 실책을 범해도 비난하는 사람이 없다. 가끔은 팬의 욕조차 그리웠다”고 기억했다.
 
#3 프로야구 선수에게 팬은 이런 의미다. 실제로 어떤 팬은 웬만한 선수 못지않은 스토리로 감동을 준다. KIA 타이거즈가 광주 무등야구장을 홈으로 쓰던 시절, 70대 후반 나승남씨는 ‘삼진 할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상대 팀 타자를 향해 “삼진! 삼진!”을 외치는데, 목소리가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 우렁찼다. 여든이 넘은 팬 이모씨는 해가 뜨나 비가 오나 부산 사직구장 관중석을 지킨다. 정장 차림으로 30년간 맨 앞에 앉아 최동원의 탈삼진과 이대호의 홈런을 지켜봤다.
 
#4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그 이전에 ‘기억’의 스포츠다. 좋은 기록을 남긴 선수보다 팬들에게 사랑받은 선수가 더 오래 기억된다. 그런 의미에서 26일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날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관중석 출입구가 처음 열렸다. 아직은 전체 좌석의 10%이지만, 모처럼 야구장이 팬들 박수와 응원으로 뒤덮였다. 선수도, 프런트도 신이 나 “이제 진짜 시즌이 시작된 것 같다”고 합창했다.
 
야구장 진짜 주인인 팬들과 함께해 모두 행복했던 잔칫날.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마스크를 벗고 큰 소리로 단체응원을 한 일부 팬 탓이다. 응원단장이 수차례 “육성 응원을 자제해 달라”고 했지만, 흥에 겨운 그들은 흘려들었다. 어렵게 되찾은 야구장의 활기를 다시 잃어버릴 수 있다. 소중한 걸 지키려면 늘 노력이 필요하다. 
 
배영은 야구팀장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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