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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30억 제공' 이면 합의 논란…박지원 "언급했지만 서명은 안해"

중앙일보 2020.07.27 22:23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청문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청문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대북 송금 문제가 20년 만에 다시 논란이 됐다. 미래통합당이 2000년 4월 8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공개하면서다.
 
통합당은 이 문건이 당시 ‘남북합의서’의 이면합의서가 아니냐면서 “남측이 북측에 모두 30억 달러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비공개로 진행된 청문회에서 “민간 기업이 아시아개발은행 등을 통해 20~30억불 투자가 가능할 것이란 원론적 이야기를 했다. 합의문은 절대 작성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하태경 통합당 정보위 간사는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밤 9시쯤 취재진과 만나 박 후보자의 비공개 청문회 답변 내용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하 의원은 “박 후보자가 ‘북한은 현금 지원을 요구했지만,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대신 ADB(아시아개발은행)나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등을 통해 민간사업가 등이 투자자금으로 20~30억불을 북한에 투자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원론적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하 의원은 “하지만 (박 후보자는) ‘합의문은 절대 작성하지 않았다’, ‘합의문 내용을 언급했지만 실제로 사인하는 합의문을 작성하진 않았다’는 답변을 했다”고 했다. 이어 “논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문서를) 조작한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개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2000년 4월 8일 작성됐다. 김기정 기자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개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2000년 4월 8일 작성됐다. 김기정 기자

앞서 이날 ‘이면합의서’ 논란은 주 원내대표가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란 제목의 문서를 꺼내들며 시작됐다. 이 문서의 첫머리는 “남과 북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 민족공동의 번영 및 인도주의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의지를 담아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어 “남측은 민족적 협력과 상부상조의 정신에 입각해 북측에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25억딸라 규모의 투자 및 경제협력차관을 사회간접부문에 제공한다” “남측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5억딸라분을 제공한다”고 적혀있다. 이 문서 아래엔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박 후보자와 북한의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서명이 담겼다.

 
통합당은 이 문서가 2000년 4월 8일 이뤄진 ‘남북합의서’의 ‘이면합의서’가 아니냐는 주장을 펼쳤다. 주 원내대표는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남북합의서와 필체와 문구가 똑같고 박 후보자의 사인도 똑같다”며 “박 후보자가 이 문건에 직접 사인하신 적 있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그런 것 없다” “제가 한 적 없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가 재차 추궁하자 박 후보자는 “저는 그렇게 사인한 적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오후 질의에서도 ‘이면합의서’ 공방은 이어졌고, 문건의 진위 논란에 대해 박 후보자는 “저를 모함하기 위해서, 김대중 정부를 모함하기 위해서 (서명을) 위조했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문서 복사본을 주면 검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했다. 전해철 정보위원장이 ‘합의서를 줄 테니 법적 절차를 밟으라’며 중재에 나서자, 박 후보자는 “자신 있으면 (통합당에) 밖에서 공식적으로 하라고 해라. 면책특권을 쓰지 말고. 그럼 제가 고소하겠다”고 했었다.

 
이날 여야는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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