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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오보가 단순실수? KBS사장 “당직 시스템 개선하라”

중앙일보 2020.07.27 20:09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 오보 방송으로 거센 비판 여론에 휩싸인 KBS 양승동 사장이 27일 임원회의에서 “주말 당직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KBS 내부에서도 ‘오보 참사’로 규정하며 직원들이 연대 서명까지 나선 사건을 ‘단순 실수’ 차원으로 규정해버린 셈이다.
이날 양 사장은 “실수와 시스템의 허점이 있었지만 과도하게 부풀리고 왜곡하는 것은 문제”라며 “내부 정보가 밖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민한 아이템을 다룰 때 데스킹에 빈틈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S는 지난 18일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이모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KBS가 입수한 두 사람의 대화 녹취가 ‘스모킹 건’이 됐다고 하면서다. 하지만 보도 이후 이 전 기자가 실제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고 한 검사장 측이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낸 완전한 허구”라며 KBS 보도 관계자 등을 서울남부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KBS는 보도 하루 만인 19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고 사과하며 오보를 인정했다. 실제 대화 녹취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말을 토대로 작성한 ‘전언 보도’였던 것이다.  
 
KBS 뉴스9 지난 18일 보도한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 제목의 기사. 현재는 다시보기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 KBS]

KBS 뉴스9 지난 18일 보도한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 제목의 기사. 현재는 다시보기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 KBS]

이와 관련, KBS 내부에선 보도 과정 자체가 이례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법조반장을 맡고 있는 기자 명의로 ‘취재 개요’를 내부 시스템에 올렸고, 이날 저녁 뉴스에서 3년차 기자가 그 내용 그대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KBS 관계자는 “이 정도 파괴력이 있는 뉴스는 보통 한 달 정도 후속 취재를 하면서 반론 등을 확보한다”며 “이렇게 일사천리로 보도가 된 데는 보도본부장ㆍ보도국장 선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KBS 내부 보도정보 시스템에 ‘제3의 인물’이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사이의 녹취록에 대한 정보를 흘려준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다. 이 녹취록은 KBS 기자가 18일 보도 기사 작성을 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올려놓으며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녹취록에 대해 KBS 내부 관계자는“정보를 전해주는 사람은 검찰 관계자로 추정되지만, 질문을 하는 사람이 기자인지조차 내부에선 의심하고 있다. 만약 기자가 ‘제3의 인물’을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이마저 누구에겐가 전달받아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27일 KBS노동조합과 KBS공영노조 등 2개 노조는 공동 진상조사위원회 구성해 보도 경위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 30일 노사공정방송위원회에서도 녹취록 취득 경위 등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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