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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北 30억달러 송금 비밀합의 서명"…박지원 "위조 문서"

중앙일보 2020.07.27 18:29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서명이 담긴 남북 합의서(?) 사본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기억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서명이 담긴 남북 합의서(?) 사본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기억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오종택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은 2000년 4월 8일 작성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공개했다. 당시 ‘남북합의서’의 이면합의서라면서다. 통합당이 주장한 이면합의서엔 남측이 북측에 모두 30억 달러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박 후보자는 “위조된 것”이라고 했다.
 

野 “北에 30억달러 송금 비밀합의 서명”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개한 '남북 합의서'. 2000년 4월 8일 작성됐다. 김기정 기자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개한 '남북 합의서'. 2000년 4월 8일 작성됐다. 김기정 기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질의에서 ‘남북합의서’부터 꺼내 들었다. 남북합의서엔 “남과 북은 역사적인 7ㆍ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는 말이 적혔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이 금년, 2000년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한다” “평양 방문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역사적인 상봉이 있게 되며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돼 있다. 아래엔 2000년 4월 8일이란 날짜와 함께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박 후보자와 북한의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서명이 담겼다.
 
주 원내대표=“이런 문건 본 적 있습니까?”
박 후보자=“제가 서명했습니다. 그게 바로 그 유명한 4ㆍ8 합의서입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개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2000년 4월 8일 작성됐다. 김기정 기자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개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2000년 4월 8일 작성됐다. 김기정 기자

박 후보자가 남북합의서의 존재를 확인하자, 주 원내대표는 이어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꺼냈다. 이 문서의 첫머리는 “남과 북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 민족공동의 번영 및 인도주의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의지를 담아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어 “남측은 민족적 협력과 상부상조의 정신에 입각해 북측에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25억딸라 규모의 투자 및 경제협력차관을 사회간접부문에 제공한다” “남측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5억딸라분을 제공한다”고 적혀있다. 이 문서 아래에도 박 후보자와 송 부위원장의 서명이 담겼다. 박 후보자는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수사 당시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살았다.
 
주 원내대표=“‘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한번 보십시오. 이런 문건 본 적 있습니까?”
박 후보자=“그건 제가 서명했습니까?”
 
주 후보자는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남북합의서와 필체와 문구가 똑같고 박 후보자의 사인도 똑같다”며 “박 후보자가 이 문건에 직접 사인하신 적 있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그런 것 없다” “제가 한 적 없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가 재차 추궁하자 박 후보자는 “저는 그렇게 사인한 적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라고 했다.
 
오후 질의에서도 ‘이면합의서’ 공방은 이어졌다. 문건의 진위 논란에 대해 박 후보자는 “저를 모함하기 위해서, 김대중 정부를 모함하기 위해서 (서명을) 위조했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문서 복사본을 주면 검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했다. 전해철 정보위원장이 ‘합의서를 줄 테니 법적 절차를 밟으라’며 중재에 나서자, 박 후보자는 “자신 있으면 (통합당에) 밖에서 공식적으로 하라고 해라. 면책특권을 쓰지 말고. 그럼 제가 고소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주적, 광화문 나가서 소리 지를까”

답변하는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답변하는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적’ 논란도 불거졌다. “우리의 주적은 누구냐”는 주 원내대표의 질문에 박 후보자는 “대한민국에 위해를 가하려고 하는 어떠한 국가도 우리의 주적”이라고 답했다. 주 원내대표의 거듭된 질문에 박 후보자는 “왜 그걸 자꾸 묻느냐”고 반문한 뒤, “말씀드렸는데 그걸 기억 못 합니까. (북한이) 주적이라니까요. 왜, 한 백번 여기에서 소리 지를까요? 광화문 나가서 내가…”라고 답했다.  
 
통합당은 대북관에 이어 박 후보자의 단국대 편ㆍ입학 및 졸업과정에서 불거진 학적 위조 의혹과 5000만원 고액후원 의혹 등에 대해서도 공세를 폈다. 학적 위조 의혹에 대해 박 후보자는 “55년 전의 학칙을 어떻게 기억하나. 단국대에 물어보라”고 했다. 고액후원 의혹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친구라서 5000만원을 빌렸고, 재산신고도 했다”며 “갚든, 안 갚든 저와 제 친구 사이의 문제”라고 말했다.  
 
여당은 박 후보자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지금 국정원이 내부 개혁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 등에도 할 일이 많은데 이런 과거 일로 색깔론을 들이대거나 사상검증을 하는 등의 수준 낮은 청문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되신 걸 축하한다”며 “정보위원을 오래 한 후보자가 국정원 전반에 대해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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