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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정의원 이름만 굵게 표시" 서울시의회 부정선거 논란

중앙일보 2020.07.27 18:16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이 24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0대 서울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부정·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에서 특정 의원 이름이 다르게 표시된 것이 보인다. 뉴스1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이 24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0대 서울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부정·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에서 특정 의원 이름이 다르게 표시된 것이 보인다. 뉴스1

관례적으로 해온 서울시의회 의장단 선출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의회 소속 의원이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서울시의회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권수정 의원, 의장단 ‘교황식 선출’ 비판
의회 “관례대로 해오던 방식, 문제 없어”
“후보 등록, 정견 발표 생략 문제” 지적도

지난 6월 25일 서울시의회는 제10대 후반기 서울시의회 의장에 김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선출했다. 의장 선거에는 시의회 명부에 등록된 재적의원 110명 가운데 105명이 참여했으며 김 의원은 99표를 얻어 의장 자리에 올랐다. 부의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기덕·김광수 의원이 당선됐다. 선출일 이틀 전 더불어민주당이 경선을 열고 내부적으로 확정한 후보들이다. 
 
이후 한 달여가 흐른 지난 24일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과정에 부정·불법행위가 있었다며 의장단 선출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 의장단 선거는 특정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히고 선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의원을 후보군으로 두고 투표 참여자가 가장 적합한 의원의 이름을 직접 적어내는 방식으로 한다. 이른바 ‘교황 선출식’이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권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기표소 안 정면에 모든 의원의 이름이 써진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더불어민주당에서 사전에 의장·부의장으로 결정한 의원의 이름만 굵게 표시돼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정 후보에게 투표를 유도하는 행위라는 주장이었다. 또 내정된 의원이 선거가 진행되는 본회의장 안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며 명백한 부정행위라고 비판했다. 
2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 연합뉴스

2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 연합뉴스

 
지난 26일에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김인호 의장과 이창학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김희갑 서울시의회 의사담당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대책위 측은 “김 의장이 투표가 진행되는 중 지지를 호소하는 등 불법 선거행위를 했으며 이 사무처장과 김 담당관은 이를 묵과하고 의장단 선출이 무기명 비밀투표임에도 기표소 안에 특정인 이름을 굵게 표시한 용지를 부착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고발당한 김 의장과 서울시의회 측은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해오던 방식이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이름에 굵은 표시가 돼 있는지 사전에 몰랐다”며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뽑혀 내정됐다는 표시를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당별 서울시의회 의원 수는 더불어민주당 102명, 미래통합당 6명, 정의당 1명, 민생당 1명이다. 의원 10명 이상일 때 꾸릴 수 있는 교섭단체는 더불어민주당이 유일하다. 의장단 선출 시 교섭단체에서 먼저 경선을 통해 후보를 내정하고 대외적으로 결과를 알린다. 
 
이창학 사무처장은 “어떤 의원이 교섭단체에서 후보자로 정해졌다는 것을 안내 차원에서 표시한 것이지 투표 유도 행위가 아니다”며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꼭 내정자 이름에 표시할 필요가 있는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장단 선거의 불법 여부를 판단할 기준과 관리기구가 불명확해 의회 내부 다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선거에 한정돼 시의회 의장단 투표 부정 의혹을 선거법으로 의율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 사무처장은 “지방자치법에 무기명 투표를 한다는 규정만 있지 의회 내부에도 구체적 지침이 없어 관행이나 선례를 참고해왔다”고 말했다.
 
김인호(가운데) 서울시의회 제10대 후반기 의장과 김기덕(왼쪽)·김광수 부의장 [서울시의회=연합뉴스]

김인호(가운데) 서울시의회 제10대 후반기 의장과 김기덕(왼쪽)·김광수 부의장 [서울시의회=연합뉴스]

 
권 의원은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초등학교 선거에서도 다 아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다. 2018년 전반기 의장단 선출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해 시정하겠다는 답을 받았지만 또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중앙선관위를 향해서도 “포괄적으로 선거 행위에 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서울시의회 의사팀에 대한 서울시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나아가 피선거권을 침해당한 데 대한 민사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의장단의 교황식 선출 방식은 일부 다른 지방 의회에서도 갈등의 원인이 돼왔다. 이때문에 선출 방식을 바꾼 곳도 있지만 관례처럼 해오던 방식인데 문제를 제기하는 게 새삼스럽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시의회 한 의원은 “관행처럼 해오던 것은 맞지만 자유로운 후보 등록, 후보자의 정견 발표 같은 일련의 과정이 생략되는 것은 문제”라며 “의원 한 명 한 명이 대의기관인데 당론으로 누구를 정해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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