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금 0원 내는 722만명···부자증세 논란 불똥튄 '40% 면제'

중앙일보 2020.07.27 18:13
정부 세법 개정안 발표가 불러일으킨 부자 증세 논란이 다른 곳으로 옮겨붙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정작 40%나 되는 세금 면제자를 그대로 두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지키려면 부자를 겨냥해 ‘핀셋 증세’만 할 것이 아니라 근로소득세 면제자도 함께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2020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22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보이는 빌딩숲이 위로 최고세율 인상률인 숫자 45가 보인다. 뉴스1

정부가 '2020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22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보이는 빌딩숲이 위로 최고세율 인상률인 숫자 45가 보인다. 뉴스1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연말정산 신고자(2018년 귀속분)를 기준으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사람은 721만9101명이다. 근로소득이 있어 납세 대상이 된 1857만7885명 가운데 38.9%를 차지한다. 1년 내 벌어들인 소득(총급여)에서 각종 기본공제, 의료ㆍ교육비 공제 등을 뺀 세금 부과 대상 금액이 ‘0원’ 이하인 사람들이다.  
 
근로소득세 면제자 비율은 2015년 48.1%, 2016년 46.8%, 2017년 43.6%, 2018년 41.0% 등 40%대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40%에 육박하는 수치인 건 여전하다.  
 
전체 근로소득자 10명 중 4명꼴로 관련 세금을 한 푼 안 내는 것이 문제라며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류성걸 미래통합당 의원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세법 개정안을 보면 세 부담을 특정 소수에 집중하는, ‘넓은 세율 낮은 세율’을 완전히 무시하는 너무나 답답한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연도별 근로소득세 면제 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도별 근로소득세 면제 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40%에 이르는 근로소득세 면제자 비율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부ㆍ여당도 쉽게 손대지 못한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면제 대상 대부분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버는 이들이라서다. 원칙의 문제와 현실의 문제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 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19년 연말정산을 기준으로 면제자 1인당 평균 연간 총급여는 1533만원이다. 월 급여로는 128만원 수준이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사람(납세자) 평균 총급여(2019년 5026만원)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고시한 1인 가구 최저생계비(105만원)를 조금 넘는다. 2~4인 가구(180만~285만원) 최저생계비엔 한참 못 미친다. 1년 내내 벌어도 한 가구의 최저생계를 유지할 돈도 못 버는 근로자에게 세금까지 더 떼어가느냐는 반론이 함께 제기된다.

 
근로소득세 납세·면제자 연간 급여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근로소득세 납세·면제자 연간 급여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민 증세는 부자 증세와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역풍이 세다는 점도 정부ㆍ여당이 소득세 면제자 과다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2013~2014년 연말정산 파동이 이를 증명한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연말정산 체계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꾸는 ‘2013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다. 하지만 고소득자만 대상이란 정부 설명과 달리 연봉 3450만원부터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오면서 이른바 ‘월급쟁이의 반란’을 불렀다. 정부는 5500만원으로 기준선을 끌어올렸지만 들끓은 민심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40%인 한국의 소득세 면제자 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소득의 불평등도가 높다는 것”이라며 “비과세와 세금 감면을 줄이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면, 비과세 감면으로 확보한 재원을 기본소득으로 환급하고 해당 기본소득에 소득세를 물리는 방식으로 면제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