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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탈북민 5000만원 지원하는데…北이 알려줘야 아는 월북

중앙일보 2020.07.27 17:47
한국으로 탈북한 뒤 최근 5년간 북한에 재입북한 탈북민 숫자가 최소 1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5년 탈북 후 재입북한 인원 최소 12명
철책 뚫고 올라가도, 해외 망명해도 깜깜이
북 매체, 본인들이 밝혀야 사태 파악 되풀이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최근 5년간 북한의 보도 등을 통해서 확인된 재입북 탈북자는 총 11명”이라며 “2015년 3명, 2016년 4명, 2017년 4명"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26일 관영 매체를 통해 “지난 19일 귀향했다”고 밝힌 김 모씨(24)로 추정되는 인물을 포함하면 12명이 되는 셈이다.
 
지난 19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김 모(24) 씨. 김 씨는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였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김 모(24) 씨. 김 씨는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였다. [연합뉴스]

 
하지만 2014년 자식을 보겠다며 월북했다고 주장하는 박인숙 씨와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재입북 탈북자를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익명을 원한 한 탈북자는 이날 “북한이 코로나 19 발생 이후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전까지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통해 북한을 드나드는 탈북자들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이어 “북한에 들어가 가족들을 데리고 재탈북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한국이나 외국에 살다가 북한에 들어간 경우도 종종 있어 정부 통계보다 훨씬 많은 인물이 북한에 재입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우리나라를 벗어난 재입북 탈북민이 약 2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2020년 6월 말 현재 공식 탈북민은 3만3670명가량이고, 이중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은 불명자는 900명 가까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 [뉴스1]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 [뉴스1]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의 탈북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부는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뒤에야 탈북자들의 재입북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9년 10월 한국인 강동림(당시 30세)이라는 인물이 동부전선 철책을 뚫고 월북한 사실은 물론, 2017년 탈북자 임지현(북한명 전혜성) 씨가 그해 8월 우리민족끼리 TV 등에 나와 재입북 사실을 알리고 나서야 월북 사실을 알게 됐다.
 
군 당국은 27일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 모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

군 당국은 27일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 모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

 
또 2016년 중국 내 북한 식당 여종업원과 함께 한국으로 온 지배인 허강일씨도 본인이 올해 국내 언론을 통해 제3국 망명 사실을 알린 뒤에야 통일부가 상황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 매체를 보거나, 본인들이 직접 밝히기 전에는 파악조차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월북 사건’ 역시 북한이 공개하지 않았다면 그냥 묻혔을 수 있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후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현재 탈북자 1인 세대의 경우 기본금 800만원, 직업 훈련 등 장려금 최대 2510만원, 임대 아파트 알선 등 주거 지원금 1600만원 등 모두 합쳐 약 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국내에 입국할 경우 12주 동안 하나원에서 한국 적응훈련을 한 뒤, 각 지역의 하나센터 등에서 50시간 교육을 받는다. 이후 거주(지자체), 신변(경찰), 취업(노동부) 담당 등 소위 ‘3종 보호 담당관’의 지원을 받는다. 1997년 4월 입국한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등 특수 탈북자는 국가정보원 등이 별도로 관리한다.
 
통일부가 탈북자 업무를 주관하고 있지만, 관련 정부 부처·지자체 간에 원활한 정보 교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탈북자가 해외에 망명 또는 월북할 경우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유관부서에 확인 중"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
 
한국에 정착한 지 4년째라는 한 탈북자는 “처음에는 전화도 많이 오고 도움을 주지만 최근에는 보호관의 관심이 떨어진 것 같다”며 “김 모씨도 한 달 동안 전화 한 통 받지 못하지 않았냐. 통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한국에 있는지, 살아 있는지 정도는 파악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물론 정부의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3월 현재 3만 3658명의 탈북자가 한국에 들어왔다”며 “이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건 통제로 여겨질 수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상 다른 국민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점이 있어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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