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동훈 재소환 통보도 못했다···"검사 14명 채널A 수사 좌초"

중앙일보 2020.07.27 16:44
검사만 14명이 투입된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가 혐의 입증도 못 한 채 좌초 위기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팀에 한 검사장에 대해 압도적인 다수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동재 전 채널 A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수색한 수사팀의 처분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벼랑 끝에 선 수사팀은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1주일째 재소환 날짜 통보조차 못 하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뉴스1]

 
27일 검찰에 따르면 채널A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에게 두 번째 소환일을 아직 통보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25일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을 권고한 직후 "한 검사장에 대한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반발했다. 조속한 재소환 조사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재소환 날짜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 수사팀은 당초 이번 주 한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간부는 "상황이 반전된 것으로 수사는 사실상 엎어졌다"고 말했다. 
 

"위법한 압수수색"

우선, 법원이 수사팀의 수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24일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수색한 수사팀의 처분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전 기자 측이 지난 5월 제기한 '수사기관 처분에 대한 준항고'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이다. 준항고는 법관의 재판 또는 검사의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다. 
 
법원은 검찰이 본인 모르게 호텔에서 채널A 관계자를 만나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을 위법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의 유효기간이 상당히 지난 시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상 적시된 장소가 아닌 호텔에서 집행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특히 이 전 기자 측이 회사 측에 "본인 동의 없이 휴대전화 등을 검찰에 제출하지 말 것"을 공문으로 전달한 상태였다.
 
하지만 수사팀은 서울중앙지법 결정에 재항고하겠다는 방침이다. 판단은 대법원이 한다.  
 

구속적부심도 변수  

사면초가에 빠진 수사팀은 구속된 이 전 기자의 진술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철 밸류인베스코리아(VIK) 대표 측 장경식 변호사는 25일 수사심의위 직후 "이 전 기자의 구속 기간이 오래되면 심경의 변화가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전 기자 측이 구속적부심 신청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기자 측은 17일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 "영장에 없는 '검언유착'을 전제로 구속됐다"고 반발했다. 25일 수사심의위까지 사실상 검언유착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상황에서 구속적부심을 신청해볼 만한지 검토하고 있다.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청구 전부터 이견이 있었다. 수사팀의 부부장급 이하 검사 9명 중 6명이 "무리하다"는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웅 형사1부장도 이를 보고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이 강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의 영장청구 방침을 보고받은 대검찰청 형사부 실무진들 역시 "무리"라고 판단했다. 
 
다만, 구속적부심이 기각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을 나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구속적부심 인용률은 2018년 기준 12%로 높지 않다. 이 전 기자가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면, 법원은 검토 기록을 다시 가져다 놓고 구속 여부를 처음부터 심사하게 된다.  
 

역공 받는 수사팀

25일 수사심의위는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검찰 주장을 배척했다. 수사팀은 이 사건을 이 전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 검사장이 공모해 이철 전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비리를 내놓으라고 협박한 검언유착이라고 보고 수사해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권도 이 사건 성격을 검언유착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밀어붙여 왔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 주재를 위해 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 주재를 위해 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팀은 2월 13일 이모 전 기자가 부산고검으로 찾아가 한 검사장과 나눈 대화가 담긴 '부산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당시 한 검사장이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 "그런 거(취재)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고 답한 것이 두 사람 간 공모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두 사람 간의 휴대전화 및 카카오톡 통화 내역 등을 근거로 '부산 만남' 이후에도 공모가 진행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심의위원 대부분은 수사팀이 제시한 한 검사장 발언과 통화 내역 등으론 그가 이 전 기자의 취재에 관여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수사팀은 '부실·편파 수사'란 비판을 해명해할 처지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여권 인사들과 친정부 성향 언론이 공모한 '권·언 유착'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KBS가 18일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총선 관련 대화를 하면서 신라젠 의혹 제기를 공모했다'는 오보를 낸 것과 관련 당시 KBS 기자에게 잘못된 수사 정보를 전달한 인사가 수사팀 관련자로 지목되면서 역공을 당하고 있다.
 
정유진·김민상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