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기부, 과장 비위 알린 소속기관 감사···'보복성 징계' 논란

중앙일보 2020.07.27 16:37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속 공무원 비위를 감찰해 달라는 산하기관을 상대로 오히려 감사에 착수하더니, 문제 해결을 주도한 산하기관 직원을 해임하는 중징계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보복성 감사’에 ‘앙갚음 징계’ 논란까지 일면서 해당 기관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27일 과기부 등에 따르면 과기부 감사실은 3월부터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을 상대로 종합감사를 벌였다. 지난 10일 임직원 8명에 대해 징계를 내려달라고 재단 인사위원회에 요청했다. 재단 경영진인 A단장에 대해선 최고 수준 징계인 ‘해임’ 처분을, 전 감찰부장에겐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과기부의 이번 감사 결과가 재단 측이 문제 삼은 과기부 간부의 비위행위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재단 내부에서 ‘보복성 표적 감사’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한국과학창의재단 종합감사 결과 처분요구서 중 재단 A단장에 대한 지적사항 부분. A단장은 과기부가 표적 감사 내용을 언론에 제보한 행위까지 징계 사유에 포함(일련번호2)시키는 등 보복성 감사를 벌였다고 주장한다. 과기부는 감사를 진행하던 중 언론 제보와 관련한 증거를 입수했기 때문에 지적사항에 포함한 것이라며 제보자를 색출해 징계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사진 과기부]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한국과학창의재단 종합감사 결과 처분요구서 중 재단 A단장에 대한 지적사항 부분. A단장은 과기부가 표적 감사 내용을 언론에 제보한 행위까지 징계 사유에 포함(일련번호2)시키는 등 보복성 감사를 벌였다고 주장한다. 과기부는 감사를 진행하던 중 언론 제보와 관련한 증거를 입수했기 때문에 지적사항에 포함한 것이라며 제보자를 색출해 징계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사진 과기부]

사건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과기부 소속 장모 과장은 연구원 평가와 관련해 재단에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의 평가위원이 재단 경영진에 “장 과장으로부터 재단 소속 B연구원을 잘 봐달라는 취지의 전화가 왔다”고 제보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A단장은 부정청탁 정황을 포착한 뒤 B연구원을 징계하고, 과기부에 장 과장 등의 비위를 알리며 감찰을 요청했다.  
 
그러나 과기부는 장 과장에게 ‘주의’ 처분만 내렸다. 이 부정청탁 폭로 사건이 빌미가 돼 과기부가 재단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최초로 알린 A단장과 전 감사부장이 중징계 처분을 받자, 재단 내부에선 과기부가 징계를 내리려고 무리하게 규정을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부는 A단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한 근거로 ‘근무지 무탈 이탈’ 등을 들었는데, A단장은 “재단 홍보를 위해 기관에 신고한 뒤 강연활동을 했는데 이를 ‘사익추구를 위한 근무지 이탈’로 규정했다”고 반박했다. 전 감사부장은 부정청탁과 관련한 녹취록 작성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임의 기재해 ‘징계 문건을 위조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잘 안 들리는 부분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채워 넣은 것을 위조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한국과학창의재단 종합감사 결과 처분요구서 중 재단 A단장에 대한 지적사항 부분. A단장은 과기부가 표적 감사 내용을 언론에 제보한 행위까지 징계 사유에 포함(일련번호2)시키는 등 보복성 감사를 벌였다고 주장한다. 과기부는 감사를 진행하던 중 언론 제보와 관련한 증거를 입수했기 때문에 지적사항에 포함한 것이라며 제보자를 색출해 징계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사진 과기부]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한국과학창의재단 종합감사 결과 처분요구서 중 재단 A단장에 대한 지적사항 부분. A단장은 과기부가 표적 감사 내용을 언론에 제보한 행위까지 징계 사유에 포함(일련번호2)시키는 등 보복성 감사를 벌였다고 주장한다. 과기부는 감사를 진행하던 중 언론 제보와 관련한 증거를 입수했기 때문에 지적사항에 포함한 것이라며 제보자를 색출해 징계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사진 과기부]

 
과기부 감사관들이 감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에게 “(특정인의) 정보를 주면 봐주겠다”는 등의 회유성 발언을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당시 과기부 감사를 받은 C씨는 “과기부 감사실이 감사와 관련 없는 건을 물으며 A단장과의 공모 여부를 캐려 했다”고 말했다. D씨는 “감사실이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하면 피해가 가지 않도록 건의하겠다’고 회유를 했다”며 “빠져나가려면 위에서 지시한 것처럼 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해 상당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이런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과기부 감사담당관은 “종합감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토대로 시작한 합법적 감사”라고 말했다. 회유 의혹에 대해선 “통상 직원들이 일을 할 땐 상사 지시를 받기 때문에 물어본 것이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도 이번 감사 배경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논란이 쉽게 불식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은 “무리한 감사를 해서라도 과기부에 저항한 이들에게 확실한 본때를 보여주려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감사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