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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예고 알면서도, 부산 지하차도 침수 때 휴가간 동구청장

중앙일보 2020.07.27 16:14
23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23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23일 3명의 사망자를 낸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참사 당시 관할 구청장이 휴가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형욱 동구청장, “휴가 독려” 20~24일 휴가
최 청장 “폭우 소식에 23일 오후 8시 현장복귀”
“경찰도 책임 당사자…부산경찰청서 수사해야”

 27일 미래통합당 부산시당 등에 따르면 최형욱 부산시 동구청장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여름 휴가계를 냈다. 23일 오후 2시 호의주의보가 발령되고 오후 6시부터 빗줄기가 굵어지자 최 청장은 이날 오후 8시에서야 동구청으로 복귀했다.
 
 김선경 부산시 동구의원은 “기상청에서 23일 폭우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한 상황에서도 최 청장은 여전히 휴가 중이었다”며 “게다가 지난 10일 동구 동천이 범람해 이재민이 속출하고 피해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장이 열흘 만에 여름 휴가계를 낸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청장은 “직원들의 여름 휴가를 독려하기 위해 먼저 휴가계를 낸 것”이라며 "휴가 중에도 부구청장을 통해 수시로 상황 보고를 받고 있었다. 23일 폭우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이날 오후 8시 복귀해 범람한 수정천과 동천 등을 챙겼다”고 해명했다.  
 
 최 청장은 초기 대응이 미숙했던 점은 인정했다. 그는 “10년 전에는 폭우가 쏟아지면 지하도로를 사전 통제했는데 배관 펌프가 설치된 이후에는 사전 통제를 선제적으로 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동구 초량동 제1 지하차도에서 침수된 차량을 빼내는 모습. 송봉근 기자

24일 오전 동구 초량동 제1 지하차도에서 침수된 차량을 빼내는 모습. 송봉근 기자

 행전안전부의 ‘지하차도 침수대비 매뉴얼’에 따르면 침수위험 2등급의 지하차도는 호우주의보가, 3등급은 호우경보가 발령되면 즉각 통제에 들어가야 한다. 초량 지하차도는 침수위험 3등급으로 오후 8시 호우경보가 발령됐기 때문에 즉각 통제를 해야 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초량 제1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지자체의 과실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관련 기관 등을 상대로 조사한 뒤 과실 여부가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경찰도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안병길 국회의원(부산 서구동구)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23일 오후 9시38분 지하차도에 물이 찬다는 신고를 받고도 119에 따로 신고하지 않았다”며 “119에 공조 요청과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경찰도 책임의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또 “(경찰도 책임이 있는 만큼) 동부경찰서가 아닌 부산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경찰청은 수사이첩 요청이 접수되면 이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소방당국의 늑장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산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23일 오후 10시18분이었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오후 9시38분과 비교하면 40분가량 늦다. 이에 부산소방본부는 “119종합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되기 전인 오후 9시47분부터 소방대원 3명이 초량 지하차도 인근 차량 통제에 나섰다”며 “그로부터 4분 후 초량 지하차도 내 구조요청을 인지하고 구조 작업을 벌였다”고 해명했다.  
미래통합당 안병길 국회의원과 부산시의원들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침수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은지 기자

미래통합당 안병길 국회의원과 부산시의원들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침수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은지 기자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부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병길 의원은 “부산은 3명의 인명사고와 부산 전역의 지하 또는 1층이 침수돼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시와 지자체 예산으로 재해 복구가 힘든 만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재난 안전 특별교부세를 지원해달라”고 했다.  
 
 한편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숨진 3명의 유족은 27일 부산시청을 찾아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의 면담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침수 사고로 숨진 50대 남성의 유족은 “시장 권한대행에 대한 면담 신청을 했지만 한참을 기다리게 하더니 결국 담당 국장을 만나보는 게 좋겠다며 연락처를 하나 주고는 끝이었다”고 말했다.
 
 함께 부산시청을 방문한 50대 사망자 유족은 “변 권한대행이 장례식에는 나타나지 않으면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달려간 모습을 보며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에 변 권한대행은 “다른 회의 참석 문제로 면담 요청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당연히 유족들을 뵙고 이야기를 듣는 게 도리”라고 해명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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