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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공시·보편요금 재추진…이통업계 "실효성 없고 경쟁력만 낮춘다"

중앙일보 2020.07.27 16:07
정부가 분리공시제와 보편요금제 도입을 재추진한다. 대통령 공약인 '가계 통신비 인하'를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은 "실효성은 없고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전시장 외벽에 5G 상용화를 알리는 광고가 붙어있다.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전시장 외벽에 5G 상용화를 알리는 광고가 붙어있다. [뉴스1]

 

과기부, 보편요금제 재추진…이통사 "투자 막는 규제"

앞서 지난달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 마련 등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60일 안에 보편요금제를 마련해 신고해야 한다. 보편요금제 도입이 처음 추진됐던 2018년 기준에 따르면 월 2만원대 요금으로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해야 한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5G에서는 월 2만원보다 좀더 높은 가격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통사들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5G 시설 투자를 서두르라고 독촉하면서 요금 인하를 강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발한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5G 요금제를 대폭 낮추게 되면 결국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분리공시제 추진해도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 없을 것"

분리공시제에 대한 언급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0일 연임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분리공시제를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한 위원장은 "건전한 경쟁을 통해 이용요금이나 단말기 가격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새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면서 "분리공시제 재추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지금까지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해 통신사와 제조사가 공동으로 제공해온 공시지원금이 '통신사 지원금' '제조사 지원금'으로 따로따로 공시된다. 제조사는 단말기를 많이 판매하기 위해 제조사 지원금을 높여 출고가를 낮출 것이고, 이통사는 마케팅 비용을 아껴 통신요금을 인하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이에 대해 단말기 제조사들은 "분리공시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반대해왔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세계에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데, 유독 국내에서만 '통신사 지원금'으로 단말기를 할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꺼번에 가격을 인하하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니, 결국 분리공시제를 시행해도 섣불리 국내 출고가를 인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제조사의 반발 강도는 세지 않다. 가계 통신비를 인하하자는 정책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분리공시제가 시행되면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전문가 "부작용 검토 없어, 정부가 시장 혼란만 부추겨"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 정책을 내놓을 때는 부작용에 대한 검토를 면밀하게 해야 하는데, 두 제도를 재추진하면서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시나리오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분리공시제의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의 강화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동시에 제조사·이통사의 협상력에 의해 소비자가 양쪽에서 손실을 보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작용에 대한 고려 없이 섣불리 규제 정책을 내놓고 폐기·보완을 반복하다보면 정부가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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