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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 둔갑한 ‘무해지 보험’ 손본다…환급금 줄이고 보험료 인하

중앙일보 2020.07.27 15:57
보험료가 싼 대신 중간에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을 적게 받아야 하는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의 만기 환급금이 줄어들게 된다. 보험사들이 높은 만기환급금을 내세워 무(저)해지 보험을 목돈 만들기용 보험처럼 판매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감독규정을 입법 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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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급증 무해지보험, 불완전판매도 늘어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가 일반 보험 대비 10~30% 정도 싼 대신, 만기 전 보험 계약을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일반 보험의 0~70% 수준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중도에 해지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무(저)해지 보험은 싼 보험료를 앞세워 판매가 부쩍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32만1000건이던 무(저)해지 보험 판매량은 2017년(85만3000건)→2018년(176만400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1~3월에만 108만건이 판매됐다.
 
무(저)해지 보험 판매가 급증하며 불완전판매 논란도 커졌다. 무(저)해지 보험은 중도 해지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다는 위험성은 잘 알리지 않고 보험료가 낮은 점만 강조해 판매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인데도, 만기 후 높은 환급률을 내세워 목돈마련 목적의 저축성보험처럼 안내해 판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가령 연금보험의 20년 납입 후 환급률이 121.4%인데, 무해지환급 종신보험은 같은 기간을 납입하면 환급률이 134.1%라는 점 등을 내세워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설명만 듣고 가입했다가 중도에 해지할 경우 환급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민원이 늘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에 대한 소비자경보(주의)를 발령했다.
 
금융위원회가 예시로 든 무해지보험의 환급률. 기존에는 만기 후에는 표준형 보험보다 높은 환급률을 제시했지만, 앞으로는 표준형보험의 환급률보다 높은 환급률의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예시로 든 무해지보험의 환급률. 기존에는 만기 후에는 표준형 보험보다 높은 환급률을 제시했지만, 앞으로는 표준형보험의 환급률보다 높은 환급률의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

“만기환급금 줄이고 보험료 낮춰라”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무(저)해지 보험의 상품구조도 개선하기로 했다. 납입기간 중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표준형보험 대비 환급금이 50% 미만인 보험에 한해, 납입 만기 후 환급률이 표준형 보험보다 낮게 설계되도록 제한한다. 가령 일반 보험의 20년 뒤 환급률이 97.3%였다면, 무해지환급금 보험의 환급률도 97.3%보다 낮게 맞춰야 한다.  
 
환급금이 줄어드는 대신, 보험료도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은 “높은 환급률만을 강조해 판매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소해 불완전판매 소지가 차단된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급률의 제한을 받는 보험은 보험료가 더욱 저렴해져 소비자 혜택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보험가입 시 ‘무(저)해지환급금 보험’ 여부를 우선 확인한 후 상품설명서에 기재된 일반보험 대비 보험료와 기간별 해지환급금 수준을 살펴보고 가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무(저)해지 환급 상품이 많은 종신·치매보험은 사망 또는 치매를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이기 때문에 목돈 만들기나 연금 목적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점을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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