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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전국 다 지는 트럼프, 유일하게 희망 거는 한 조사 [美 대선 D-100]

중앙일보 2020.07.27 14: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미국 대통령 선거를 100일 앞둔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모두 바이든 후보에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미국 대통령 선거를 100일 앞둔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모두 바이든 후보에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3일)를 100일 앞둔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절망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동시다발로 나왔다. 전국 단위 조사에선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두 자릿수로 밀렸고, 대선 승리를 위해 꼭 이겨야 하는 경합주에서도 모두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인종차별 시위 등 '악재' 빈발
전국 조사 바이든 51% vs 트럼프 41%
애리조나·플로리다 등 경합주 모두 뒤져
트럼프측 "여론조사 의미 없어" 평가절하
"1988년 대선 때도 크게 뒤졌던 부시 이겨"

 
CBS뉴스와 유거브가 전국 성인 2008명을 조사(7월 21~24일·오차범위 ±2.5%)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51% 대 41%로 10%포인트 앞섰다. 
 
CNN에 따르면 전국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중순 이후 바이든 후보를 한 번도 앞서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정부 대응 실패, 인종차별 시위가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을 부추겼다.
 
AP통신과 NORC 공동 조사(16~20일·오차범위 ±4.3%)에서는 10명 중 8명이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를 지지하는 여론은 32%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가 좋다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인 1월 67%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트럼프-바이든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트럼프-바이든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제는 전국 지지율이 아니다. 재선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초접전 경합주에서 모두 지고 있다는 게 트럼프 캠프의 더 큰 고민이다. CNN방송과 SSRS이 실시해(18~24일·오차범위 ±3.8%) 이날 발표한 경합주 3곳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모두 앞섰다. 
 
애리조나주에서 49% 대 45%, 플로리다주에서는 51% 대 46%로 바이든이 트럼프를 눌렀다. 각각 4%포인트, 5%포인트 격차였다. 미시간주에선 52% 대 40%로 바이든이 12%포인트나 앞섰다. 
 
CBS뉴스와 유거브의 미시간주 조사는 바이든 48% 트럼프 42%로 격차가 더 좁았다. NBC뉴스와 마리스트의 애리조나 조사(14~22일)는 바이든이 50%, 트럼프 45%로 CNN 조사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애리조나·플로리다·미시간은 어느 한 정당을 고정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선거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는 대표적인 경합주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세 곳 모두 이겨 대선 승리 발판이 됐다.   
 
히스패닉과 여성, 대학 졸업자, 45세 미만, 도시 및 교외 주택가 거주자들이 바이든을 주로 지지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반대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 남성, 45세 이상, 소도시 및 시골 거주자들이 트럼프를 선호한다.
  
지난 13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델라웨어주에서 열린 청정 에너지 주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3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델라웨어주에서 열린 청정 에너지 주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은 남은 100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 정권 심판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선거 캠프의 케이트 베딩필드 부본부장은 AP통신에 "국민은 분열되고, 망가지고, 일하지 않는 정부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도 사탕발림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론조사 결과가 참담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진보 진영이 언론을 장악해 트럼프에게 불리한 여론을 만들고, 여론조사 문항과 진행 방식에도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여론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편견과 불이익이 두려워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밝히지 못하는 이른바 '샤이 트럼퍼(Shy Trumper)'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가 지난 2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2%는 "최근 정치 풍토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을 두렵게 한다"고 답했다. 
 
스스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할수록 이런 두려움이 더 컸다. 스스로 강력한 보수 성향으로 규정하는 응답자의 77%는 "정치 풍토가 내가 믿는 것을 말할 수 없게 만든다"고 답했다. 반면 강한 진보 성향 사람들은 42%만 그렇게 생각했다.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 캠프 부본부장을 지낸 데이비드 보씨는 폭스뉴스 기고에서 "트럼프를 찍겠다고 조사원에게 말하거나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공격받고 심지어 해고될 수도 있다'면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4년 전보다 더 켜졌다"고 말했다. 
 
이 기고문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댓글로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끊어버린다" "여론조사에 응할 경우엔 바이든을 찍겠다고 말한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도 트럼프 희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등록 유권자 9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9~12일·오차범위 ±3.27%포인트)에서 유권자의 13%가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두 후보 모두 지지하지 않거나, 지지하는 후보가 있지만 다른 후보로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부동층은 민주당이나 무소속보다 공화당 지지 성향 사람들이 더 많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들을 끌어오는 것이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한 방법이다. 그가 지난주 갑자기 평소 언행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대규모 행사를 치를 때가 아니다"라며 플로리다에서 예정된 공화당 전당대회를 취소했다. "마스크 쓰는 게 애국"이라며 착용을 선언하고, "코로나가 심각한 주에서는 개학을 몇 주 늦출 필요가 있다"며 개학을 압박하던 입장을 뒤집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00일은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2016년 대선에서는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10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이 터졌다. 
 
보씨 전 트럼프 캠프 부본부장은 "100일 전 여론조사대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힐러리와 마이클 듀카키스, 앨 고어, 존 케리, 밋 롬니가 대통령이 돼야 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는 조사 시점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스냅샷'일 뿐 대통령 선거일 표심을 알 수 도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진영은 '어게인 1988'을 기대하고 있다. 당시 대선을 약 100일 앞두고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가 조지 HW 부시 공화당 후보를 55%대 38%로 무려 17%포인트나 앞섰지만, 결국 부시가 백악관 주인이 됐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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