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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기부 ‘퍼네이션’을 아시나요…충북 괴산 공무원 물품받아 기부운동

중앙일보 2020.07.27 14:26
충북 괴산 군청 직원들이 경매를 통해 기부금을 모으는 괴산사랑 퍼네이션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괴산군]

충북 괴산 군청 직원들이 경매를 통해 기부금을 모으는 괴산사랑 퍼네이션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괴산군]

 
“결재받으러 가는 먼 사무실. ‘핵인싸템’ 킥보드로 대신하세요.”

충북 괴산 매주 목요일 경매 게시판 오픈
직원들 중고물품 내놓고, 낙찰금 기부
2차례 경매에 67만원 수익…최고가 24만원
1000원짜리 인형세트 5만1000원 낙찰되기도

 지난 16일 오전 11시25분 충북 괴산군청 인트라넷(사내망) 경매 게시판에 킥보드를 홍보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매에 내놓은 킥보드는 괴산군청 직원이 기부금 마련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2만원에 입찰이 시작되자 댓글로 2명의 응찰자가 5000원씩 가격을 올리며 경쟁했다. 중고 킥보드는 3만원에 낙찰됐다.
 
 이날 괴산군 경매 게시판에는 아동용 아쿠아슈즈, 다이어리, 가방, 인형, 책, 프라모델 등 7건의 물품이 올라왔다. 군은 낙찰금액 46만1500원을 충북공동모금회 괴산군 계좌로 보내 취약계층을 돕는 데 쓸 예정이다.
 
 괴산군이 경매를 접목한 이색 기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직원들만 볼 수 있는 인트라넷에 중고물품을 신청받아 경매에 내놓고, 낙찰금을 받아 기부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군은 이 운동을 ‘괴산사랑희망나눔, 퍼네이션(Funation)’이라 부른다. 퍼네이션은 Fun(즐거움)과 Donation(기부)을 합친 신조어다.
 
 이 운동은 7월초 괴산군청 주민복지과 최지애 주무관과 통합사례관리 담당자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최 주무관은 “누구나 쉽고 즐겁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매 방식을 도입했다”며 “기부금을 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안쓰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은 사내망에 경매 코너를 만들어 매주 목요일 경매를 하고 낙찰금을 기부한다. [사진 괴산군]

충북 괴산군은 사내망에 경매 코너를 만들어 매주 목요일 경매를 하고 낙찰금을 기부한다. [사진 괴산군]

 
 지난 16일 시작한 괴산사랑퍼네이션은 매주 목요일 진행한다. 괴산군청 공무원들이 사용하던 물건 중 더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희망복지팀에 보내면, 복지팀 직원이 다시 포장해 사진을 찍어 경매에서 판매한다.
 
 오전 11시30분에 시작한 경매는 오후 4시에 마감한다. 입찰 금액은 댓글로 단다. 경매가 마감되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사람에게 기부 물품이 낙찰되고, 낙찰금은 물품 기부자의 이름으로 ‘괴산사랑 1인 1계좌 갖기 운동’ 후원금으로 기부된다. 유찰된 물건은 관내 취약계층이나 사회복지시설에 무료로 준다.
 
 톡톡 튀는 공지 글은 경매의 재미를 더한다. 각양각색의 기부 물품에 소개하는 사연과 홍보 문구 때문이다. 한 프라모델 소개에는 “45㎝의 웅장한 건담으로 재탄생하는 프라모델, 슬슬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하시죠”라는 홍보 글이 눈길을 끌었다. 인형모음 17종 세트를 팔면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어른들도 좋아하는 포켓몬스터 인형이 많아요. ‘취저(취향저격)’ 상품 지금 겟하세요. 주민복지과에 도전하는 목소리가 들리네요 ㅎㅎㅎ”라고 썼다. 이 인형세트는 1000원에 응찰을 시작해 27차례의 호가 경쟁이 벌어져 5만1000원에 낙찰됐다.
충북 괴산 군청 직원들이 경매를 물품을 팔기 위해 홍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괴산군]

충북 괴산 군청 직원들이 경매를 물품을 팔기 위해 홍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괴산군]

 
 지난 27일까지 두 번 열린 괴산사랑퍼네이션에는 지금까지 20건의 물품이 기부돼 건당 2000원에서 최고금액 24만원까지 모두 67만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전 군민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부터 기부에 자발적으로 나설 기회가 만들어져 기쁘다”며 “재미있고 건전한 기부 문화가 괴산군 전체로 확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괴산군은 지난해 3월 충북공동모금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괴산사랑희망나눔사업’의 일환으로 ‘괴산사랑 1인 1계좌 갖기 운동’, ‘착한일터·착한가게·착한가정 운동’, ‘재능·물품 나눔 운동’ 등을 추진 중이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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