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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가게 넘긴 전 주인이 근처에 똑같은 점포 차린다면

중앙일보 2020.07.27 13:00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22)

가게를 열어 영업하다가 타인에게 파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는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장사가 잘 돼 파는 경우 거액의 권리금이 오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가게를 넘겼음에도 전 주인이 옆에 새롭게 점포를 열고 비슷하거나 아예 똑같은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게를 넘겨 권리금도 받고 영업이익도 얻겠다는 속셈인 것이지요.
 
점포를 인수한 사람은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닙니다. 법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가게를 넘긴 사람에게 동종 영업을 못 하게 하는 경업금지의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인지 사례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X로부터 공인중개사무소를 양수하는 권리 양수·양도계약을 체결한 A. 그런데 두 달이 지난후 X가 약 480m 떨어진 곳에 새로운 중개사무소를 열었다. A는 X로부터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사진 pixabay]

X로부터 공인중개사무소를 양수하는 권리 양수·양도계약을 체결한 A. 그런데 두 달이 지난후 X가 약 480m 떨어진 곳에 새로운 중개사무소를 열었다. A는 X로부터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사진 pixabay]

사례1
A는 2017년 8월 X로부터 OO 광역시 OO 구에 있는 ‘OO 공인 중개 사무소’를 양수하는 권리 양수·양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X가 ‘모든 시설 및 영업권’을 A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A는 양수하는 대가로 권리금을 3300만원 지급하기로 했다. A는 X에게 권리금 3300만 원을 지급하고, 중개 사무소를 인도받아 부동산 중개업을 해 오고 있다. 그런데 X는 두 달이 지난 2017년 10월 말경부터 같은 OO 구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오픈하고, 영업했다. X의 새로운 중개사무소는 A에게 양도한 중개 사무소로부터 약 48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A는 X의 영업행위가 권리 양수·양도계약에 따른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권리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는 X로부터 권리금 33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상법 제41조 1항에 의하면, 영업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인은 10년간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양도인의 경업 금지는 영업을 양도하는 경우에만 발생합니다. 상법상 영업양도란 일정한 영업 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인 영업재산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채권계약을 의미합니다. 쉽게 영업 일체를 포괄적 이전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사례의 경우 계약서에 ‘모든 시설 및 영업권을 양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위 규정을 상법 제41조 1항에 따른 ‘영업을 양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경업금지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중개업의 특성상 X의 중개 사무소가 밀접한 거리에 있어 A의 영업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아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불가능하다고 보아 A의 계약 해제를 인정하고 권리금 전부를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Y가 운영하던 카페를 인수한 B는 9월부터 카페 영업을 시작했는데, Y가 석 달 뒤에 400m 떨어진 곳에 다시 카페를 열었다. 이에 B는 Y의 카페 영업을 폐지하라는 영업금지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exels]

Y가 운영하던 카페를 인수한 B는 9월부터 카페 영업을 시작했는데, Y가 석 달 뒤에 400m 떨어진 곳에 다시 카페를 열었다. 이에 B는 Y의 카페 영업을 폐지하라는 영업금지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exels]

사례2
B는 2018년 7월 Y가 운영하던 카페를 인수하는 권리 양수·양도계약을 체결했다. 권리 양수·양도계약서에는 양도 대상을 ‘카페 기본 설비에 한정’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B는 이후 9월부터 카페 영업을 시작했는데, Y는 불과 석 달 뒤에 400m 떨어진 곳에 다시 카페를 열었다. 이에 B는 ‘Y와의 계약은 상법상 영업양도에 해당하므로, Y의 카페 재개업은 상법 제41조에 따른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Y의 카페 영업을 폐지하라는 영업금지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결정적으로 양도 대상이 카페 기본 설비에 한정되었다는 이유로 Y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 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계약상 양도 대상이 Y가 운영하던 카페의 모든 물적 자산이 아니라 기본 설비에 한정되고, 카페 영업에 필수적인 커피 기계 등 핵심 비품 일체를 양도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② 양도계약상 카페 영업에 관한 노하우·기술·거래처 등이 양도 내지 승계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③ 바리스타 자격증을 보유한 Y는 B와 달리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제조한 커피도 더불어 판매했지만, B는 Y가 판매하지 않던 대추차와 생강차를 판매하는 등 B와 Y의 커피 제조방식이나 메뉴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전 주인인 Y가 3개월 만에 인근에 다른 카페를 재개업했어도 이를 무조건 경업금지 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여 B에게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사례1)의 경우 양도 대상은 모든 시설과 영업권이었지만, 사례2)는 카페 기본 설비에 국한되었습니다. 양도 대상의 차이 때문에 결국 영업양도인지가 갈리게 된 것입니다. 두 사례는 비교적 영업양도인지를 판단하기 쉬운 경우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영업양도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법률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법은 당사자 간의 계약으로 손쉽게 경업금지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상법 제41조 2항은 ‘양도인이 동종 영업을 하지 아니할 것을 약정한 때에는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20년을 초과하지 아니한 범위 내에서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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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영 김경영 법무법인 지상 변호사 필진

[김경영의 최소법] 20년 경력의 현직 변호사. 억울하지 않기 위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내 권리는 내가 지켜야 된다. 간단한 법률상식을 모르면 낭패다. 최소(最小)한 알아야 할 법이 있다.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사람이 되자. 알면 도움되는 법률 상식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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