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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하면 꺼내는 與장기···이해찬 "천박" 논란도 정정보도 요청

중앙일보 2020.07.27 02:00
“이해찬 대표의 입이 천박하다고 한 발언은 이 대표를 품격있는 사람으로 만들자는 취지이며, 서울을 재산 가치로만 표상하는 그의 입방정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6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전날 “천박한 것은 서울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의 입”한 것에 대한 '해명성' 글을 올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천박한 서울’ 발언이 “서울이 재산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라며 언론에 정정 보도를 요청한 당 공보국의 대응을 비꼰 것이다. 당 공보국은 지난 24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앞뒤 문맥은 생략한 채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아 마치 서울을 폄훼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해명이라기 보단 항의에 가까웠다. 
 
논란의 책임을 언론과 야당에 돌리는 당 공보국의 정정보도 요청은 당 내부에서조차 “없는 말을 꾸며낸 것이 아닌데 문맥, 맥락을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건 오히려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중진 의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천박한 서울이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는 여당 대표는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역시 “집권여당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은 행정수도 이전과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한 건강한 토론을 가로막을 수 있다”(김종철 선임대변인)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위원인 진성준 의원은 지난 17일 MBC TV '100분 토론'에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출연, 토론을 마치고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진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위원인 진성준 의원은 지난 17일 MBC TV '100분 토론'에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출연, 토론을 마치고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진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중앙포토]

특정 발언이 논란이 되면 ‘맥락’을 강조하며 언론이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민주당 언론 대응의 단골 패턴이다. 앞서 진성준 의원은 지난 17일 한 방송토론이 마무리 된 뒤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진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되자“맥락을 무시한 왜곡보도"라고 항의했다.
 
지난해 2월엔 당시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보수 정부의 ‘반공 교육’을 언급한 것이 구설에 휘말렸다. 당시 홍영표 원내대표는 최고위를 통해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홍 대변인은 “원내대표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짜뉴스를 바탕으로 한 언론 보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정정보도 요청 자체가 사실과 다르거나 근거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지난 9일 이해찬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긍정 검토를 요청했다는 취지의 본지 보도에 대해 “부동산 정책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사실과 달리 보도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정정 보도를 요청한 게 최근 사례다. 공보국의 주장은 서울시 측의 설명과 상충됐다. 당시 면담 자리에 배석한 박 시장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서울시내 주택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서울시 중 한쪽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공보국은 또 지난 5월 21일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를 당 대표의 중간 사퇴와는 별개로 최고위원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쪽으로 바꾸기로 당 지도부가 의견을 모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공보국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논의하거나 의견을 모은 바 없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최고위 참석자는 “안건으로 다뤄 지도부의 의견을 모으진 않았지만 최고위원 임기와 관련한 개별적 언급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위원 임기 논의가 자칫 관련 규정으로 곤란을 겪은 이낙연 의원 편들기로 비치는 것을 막으려다 보니 공보국이 엉뚱한 해명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민주당의 당헌·당규는 이 보도대로 개정됐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지난 3월 이해찬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3차 추경 증액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해임 건의를 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지난 3월 이해찬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3차 추경 증액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해임 건의를 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3월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를 언급했다는 보도에 당 공보국은 "사실무근"이라고 반응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에 참석한 당 관계자는 “공보국이 정말 몰랐던 것인지, 알면서도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잘못된 해명이었다”며 “다만 해임 건의를 하겠다는 취지라기보단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는 정도의 뉘앙스였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 역시 기자들에게 “(홍남기 부총리가) 3차 추경에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우리 당이 나서서 해임 건의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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