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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의 미래를 묻다] 미래 의료 인공지능의 모습은 영화 ‘아이언맨’ 속의 ‘자비스’

중앙일보 2020.07.27 00:21 종합 24면 지면보기

AI 의사는 가능할까

김주한 서울대의대 교수

김주한 서울대의대 교수

실수를 자책하는 우스갯소리로 ‘새 됐다’는 표현이 있다. 새들은 정말 지능이 떨어질까. 미국 캘리포니아대(데이비스 소재) 레벤슨 박사는 이런 속설이 옳지 않음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훈련된 병리학자는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을 판별한다. ‘의학적 최종 진단’이다. 좋아하는 먹이로 훈련된 비둘기는 화면에 표시된 유방암과 정상 조직을 버튼을 쪼아 구분했다. 놀랍게도 이 ‘비둘기 병리학자’는 훈련 2주 만에 85%의 진단 정확도를 달성했다. 비둘기가 의학 특정 영역의 지루한 반복 작업에서 의사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됐다.
  

각종 정보 헬멧 화면에 띄워주고
아이언맨 기능 작동시키는 자비스
스타크 박사 결정 돕는 비서 역할
의료 AI도 의사·환자 집사 될 것

피카소·모네 그림 구별하는 비둘기
 
비둘기의 승리는 처음이 아니다. 비둘기는 사람 얼굴뿐 아니라 감정 표현도 식별한다.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도 구분한다. 기억 용량도 대단해서 이미지 1800장을 정확히 기억해 낸다. 하늘을 날며 100m 전방의 벌레를 정확히 인식해 사냥하는 새에게 청각과 후각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각이 고도로 진화됐다. GPS와 내비게이션도 장착했다. 비둘기는 아예 지구 자기장을 인식한다. 인류가 인공위성을 띄운 후에야 획득한 능력을 이미 태곳적에 앞섰다. ‘새 됐다’는 표현은 ‘높은 지능’을 뜻할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의 기치로 의료 인공지능(AI)이 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진을 판독한다는 스타트업이 기사화된다. 알파고는 100배쯤 어렵다던 바둑도 이미 정복했다. 딥러닝 인공지능은 자가 상관성이 큰 ‘영상’과 ‘음성’ 데이터의 패턴 분석에 탁월해 병리와 영상의학자의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비둘기의 지능 수준은 정말 높을까? 빨리 나는 새가 땅 위의 느림보 사람보다 영상 분석에 강한 건 그냥 당연한 일이다. 말이 사람보다 빨리 달리는 것처럼. 패턴 분석 기계가 패턴 분석에서 사람을 이기는 것은 그저 당연한 일이다. “기계가 할 일을 사람에게 시키지 마라.”
 
미래를묻다

미래를묻다

딥러닝은 막상 말귀도 못 알아듣고, 자신이 무엇을, 왜 하는지도 모르는 깡통이다. 먹이를 주는 쪽을 따라갈 뿐이다. 인공지능은 두 가지다.  ‘전인적’ 지능과 ‘부속품’ 지능. 전자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사이보그 레이첼처럼 가치 체계와 그에 대한 의문을 갖고 투명성과 책임성·공정성을 소유한다. 후자는 딥러닝 비둘기처럼 제한된 과제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부속품’일 뿐이다. 창조주로 복제 인간(전인적 지능)을 창조하는 일은 매혹적이지만 아직 불가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뭔지도 모르는 ‘책임성’이나 ‘공정성’을 도대체 어떻게 온전히 코딩한단 말인가?
 
전인적 인공지능 ‘복제 의사’가 불가능하다면 미래 의학의 인공지능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집사 자비스다. 아이언맨이 뽐내는 건 철갑 수트지만 진짜 주인공은 자비스다. 자비스는 애초의 원작 만화에서 기계가 아닌 사람이었다. 영화 아이언맨은 사람 집사를 자비스로 의인화하고 수트는 부속품 지능화했다.
 
사실 자비스는 ‘복제인간’과 달리 수많은 ‘자율행동 부속품’의 집합체다. 자율비행을 하고 목표물을 추적하거나, 공격 미사일을 탐지해서 자동 방어막을 동작시킨다. 반격 미사일도 자동발사한다. 토니 스타크의 체온과 심장박동을 측정하고 에너지 상태를 관리한다. 그래도 최종 결정과 실행은 온전히 토니의 몫이다. 누구를 먼저 구할지, 눈앞의 적 중에 누구를 먼저 공격할지 정하는 건 토니다.
 
‘에이전트’란 것이 있다. 시간 맞춰 아침을 짓는 밥솥처럼, 애플 시리의 응답이나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처럼, 비둘기의 영상 판독과 테슬라의 자율주행처럼, 잘 정의된 작은 지능적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는 ‘부분지능’을 일컫는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레이첼.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레이첼.

에이전트들은 이미 우리의 일상 곳곳에 침투해 있다. 아이언맨 수트처럼 작은 부분지능, 작은 에이전트들이 협력을 펼치며 필요에 따라 활성화돼 도움을 주고 다시 비활성화되는 모습이 의료 인공지능의 미래다.
 
남은 난제는 에이전트들의 조율이다. 애플과 유튜브의 추천이 충돌하고, 자율주행이 운전자와 행인 중 누구를 더 보호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다. 경쟁사 에이전트끼리는 더 심하게 충돌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자비스를 보자. 자비스는 임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 개별 임무는 수트의 각 부품이 수행한다. 엄밀히 말해 자비스는 에이전트가 아니다. 작은 에이전트들로 조립된 수트 전체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바로 의료 인공지능의 역할이다.
 
에이전트들이 충돌하지 않고 잘 어우러져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행 공간과 지식·자원·언어의 공유체계뿐 아니라, 에이전트들이 투명하게 설명 가능한 언어로 교신하고, 이를 공정하고 책임성 있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상호작용은 신뢰와 신뢰가치를 요구한다. 간단한 식단 추천이나 의료 영상분석도 힘들고 어려운데, 플랫폼과 언어와 신뢰체계까지 다 만들라고? 너무 먼 미래 아닐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미 환자를 돕는 수만 개의 의료 ‘비둘기’, 의료 에이전트들은 개발돼 있다. 적절한 데이터와 적용 대상에 연결되고 평가되고 고도화되기를 반복하는 진화의 선순환 과정에 들지 못했을 뿐이다.
  
의료업의 본질은 환자의 집사 역할
 
자비스가 완벽해지면 전투는 아예 자비스에게 맡기고 토니는 여유를 즐겨도 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복잡한 의료는 인공지능의 최후 공략 목표다. 이 ‘무한육면각체’ 의료공간에서 자비스는 아직 갓난아기에 불과하다. 당분간 부족한 자비스 역할은 의료인이 맡는다. 청진기 하나만으로 환자를 돌보던 옛 의사들처럼.
 
지금은 갑갑한 바이러스 방호복에 갇힌 의료인들이, 언젠가 멋진 자비스를 장착한 아이언맨 수트로 갈아입고 활약할 날을 기대한다. 하지만 자비스가 완성 단계에 이르면 건강 수트는 환자 자신이 직접 입는 편이 더 낫겠다. 사실 환자의 집사 역할이 의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건강 수트는 챗봇과 스마트폰과 블록체인으로 가꾼 자비스이기를 꿈꾸어 본다.
 
시동 건 한국의 의료 4차 산업혁명
만성 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 저하로 몸의 신진대사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복 검사로 칼륨·칼슘·인·헤모글로빈 수치를 유지해야 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음식도 매번 달리 먹어야 한다. 투석 환자는 일주일에 세 번을 병원에 들러 몇 시간씩 핏속 노폐물을 걸러내야만 살 수 있다. 효과적인 건강관리로 환자의 수명을 크게 향상할 수 있지만, 24시간 계속되는 노고와 피로로 환자와 의료진은 지쳐가고 우울증에 빠진다. 인력으론 한계가 있는 콩팥 환자의 자가관리를 돕는 의료 인공지능 아이언맨 수트가 절실한 이유다.
 
헬스 아바타 ‘D-Net’은 인제대 서울백병원에서 출범해 고려대 안산·구로병원, 강원대·을지대·한림대·울산대병원, 창원 파티마병원 등 전국으로 확산된 개인 빅데이터와 부분 인공지능들의 네트워크다. 아이언맨의 수트처럼 의사용 스마트패드와 환자용 스마트폰, 그리고 환자와 의사를 돕는 다양한 부분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이 어우러져 만성 콩팥병 환자와 의료진을 돕는다.
 
병원마다 서로 다르던 데이터들도 완벽하게 통합돼 단일 플랫폼에서 작동한다. 공개 API(앱 개발을 쉽게 하는 도구)를 통해 검사 결과를 해석하고, 올바른 식단을 추천하고, 운동량을 코치하는 다양한 인공지능 앱들이 마치 앱스토어에서 앱을 선택하듯 연결된다. 아직은 초보적인 모습이지만, 도우미 에이전트 앱들은 실제 의료상황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환자와 의료진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 공간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환자가 계측한 혈압이나 건강 일지를 의사에게 자동 전달하고, 의사용 스마트패드에서 병원 검사결과와 하나로 통합 표시한다. 의사가 건강상태를 묻는 설문을 정해주면, 그에 따라 에이전트 앱들은 주기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며, 검사 결과들은 다시 새로운 인공지능을 호출한다. 운동량 등 일상 활동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 데이터’ 역시 통합돼 건강 관리에 사용된다. 콩팥병 환자라면 머지않아 칼륨 검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 저칼륨 식품이 새벽 배송을 통해 식탁에 전달될 것이다. 이렇게 환자와 의사, 인공지능 커뮤니티의 통합을 활성화하는 것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계약’이란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바꿀 의료 서비스의 미래다.
◆김주한 교수
서울의대에서 학사·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하버드의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MIT에서 의료정보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한국생명정보학회장, 한국의료정보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 현재 서울의대 정보의학실장과 인간유전체분석실장을 겸하고 있다.

 
김주한 서울대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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