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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 봉쇄, 코로나 월북자 탓 돌렸다

중앙일보 2020.07.27 00:03 종합 1면 지면보기
김정은

김정은

북한으로 되돌아간 탈북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세를 보여 김정은(얼굴) 국무위원장이 특급경보를 발령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개성시에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며 “감염자로 의진(의심)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보도 문맥상 악성 비루스는 코로나19를 뜻한다. 김 위원장은 이에 따라 지난 24일 개성시를 전면 봉쇄한 데 이어 25일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고 특급경보를 내리도록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 국가방역 특급경보 발령
“바이러스 감염 의심자 불법 귀향”

합참 “확인 중” 사실상 월북 인정
월북 추정 20대 탈북자, 성폭행 혐의

월북 추정 20대, 6월 유튜브 출연
“개성공단 폐쇄로 살기 힘들어 탈북”

합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보도와 관련, 일부 인원을 특정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확인 중”이라고 밝혀 탈북자가 되돌아왔다는 북한 발표를 사실상 인정했다. 당국은 2017년 내려온 탈북자 중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김포시 거주자 김모(24)씨의 행적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그간 코로나19는 북한 내에서 발생한 적이 없다며 ‘코로나 청정국’을 주장해 왔다. 이번처럼 코로나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이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특급경보를 내렸다고 공개한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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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19 유입 경로로 탈북자를 지목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남으로 돌리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해당 탈북자를 코로나19 확진자로 알릴 경우 북한 내 첫 코로나19 발표다. 즉, 남한이 코로나19 확산의 출발점이 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북·중 밀무역 때문에 코로나19가 퍼졌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이번 탈북자를 문제 삼아 앞으로 코로나19가 번져도 이는 북한 당국의 잘못이 아니며 남한이 원인이라고 예고한 셈”이라고 말했다. 차 위원은 또 “향후 한국에 대규모 방역 지원을 요청할 일이 생겨도 탈북자 감염 정보를 원인 제공자인 남측에 제공하면서 시혜를 베푸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탈북자’를 코로나19의 매개체로 규정해 북한 주민들에게 사상 경계령도 내린 게 됐다. 북한은 지난달 대북전단 살포에 나선 탈북자를 ‘쓰레기’로 비난하며, 탈북자들이 페트병에 바이러스를 묻혀 북한으로 보내려 한다고 북한 주민들을 단속했다. 이번엔 북한 주민들에게 남으로 내려가 봐야 바이러스만 묻혀서 돌아오니 남쪽은 생각도 하지 말고 탈북자와도 관계를 끊으라는 절연 명령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당국이 행적을 확인 중인 탈북자 김씨는 개성 출신이다.  

 
경찰, 월북 준비 첩보 입수하고도 못 막았다 
 
그는 지인인 탈북자 김진아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탈북 경위 등을 공개했다. 지난달 23일 등록된 영상에서 “개성공단이 깨지면서 살기가 힘들어 한국을 택하게 됐다”며 “(공단 폐쇄 이후) 금을 캐거나 약초를 캐봤지만 모두 잘 안 됐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로 개성의 모든 게 잘 안 돌아갔다. 공단에 다녀 우리를 많이 도와주던 고모네도 상황이 많이 안 좋아져 시골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또 “(절망한 상황에서) 백마산(개성시 해평리 소재)에 올라가 3일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지내다가) 마지막에 김포 쪽을 바라봤는데,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초저녁에 불빛이 반짝이는 게 너무 궁금해졌다”며 “죽기 전에 한번 가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탈북을) 결심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양쪽 귀가 잘 안 들렸다는 그는 "한국에서 귀를 치료받아 너무 감사했다”고도 말했다.  
 
김진아씨는 김씨에 대해 “그가 얼마 전 억울하게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다고 털어놔 아는 지인과 교수님을 연결해 줬다”며 “전자발찌를 차는 것이 싫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월북 이유를 추정했다. 이와 관련,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지역 내 20대 탈북자에 대해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김진아씨는 지난 18일 새벽 김씨로부터 “살아서든 어디서든 (은혜를) 갚겠다”는 문자를 받은 뒤 당일 김포경찰서에 "김씨가 튈 것 같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20대 탈북자가 성폭행과 피해 여성 협박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월북을 준비한다는 첩보까지 들어와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며 “하지만 이후 피의자가 연락이 끊겨 소재를 파악하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월북 첩보를 입수하고도 당국이 이를 막지 못한 게 돼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정용수·김상진·김다영 기자, 김포=문희철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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