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꼬이는 문 정부 부동산 대책…22번 중 최악은 ‘7·10 대책’

중앙일보 2020.07.27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 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 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의 23번째 부동산 대책이 임박했다.
 

전문가 15명에게 물어보니
취득세·보유세·양도세 모두 인상
다주택자 출구 없는 옥죄기도 악재

“피해는 서민이, 혜택은 현금부자”
대출 막은 12·16대책도 부작용

부동산 시장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결기에서 드러나듯 이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강도는 어느 정부보다 세다. ‘토지거래허가제’ 등 일부 규제는 국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까지 야기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 비웃듯 ‘패닉 바잉’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붙은 시장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패닉 바잉’까지 가세하며 아파트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값은 25.28% 올랐다. 3년 전 8억원이었던 아파트가 10억원이 넘는다.
 
정부 대책이 나올수록 더 꼬이는 형국이다. 중앙일보가 업계·학계 부동산 전문가 15명에게 부동산 시장을 더 엉망으로 만든 ‘최악’의 대책과 가장 개선이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 물었다.
 
부동산 전문가가 꼽은 문재인 정부 최악의 부동산 대책(최대 3개까지 선택)은 지난 ‘7·10대책’이다. 15명 중 13명이 선택했다. ‘정부 스스로 정책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7·10대책에서 정부는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임대(8년)를 폐지했다. 다주택자들이 세제 혜택 속에 보유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며 매매시장에 내놓지 않아 거래 절벽이 야기되고 투기의 온상이 됐다는 이유다.
 
전문가 15인이 본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전문가 15인이 본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그러나 다주택자를 임대주택자로 ‘변신’시킨 장본인은 정부다. 2017년 12월 ‘12·13대책’(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서다.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 제외와 종합부동산세 비과세를 내걸었다. 그랬던 정부가 2년7개월 만에 ‘말 바꾸기’를 한 것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권장했던 정책을 폐지하며 정책 신뢰성을 잃었다”며 “국민들은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모든 세금을 인상한 것도 7·10대책의 악수란 지적이다. 집을 살 때(취득세), 집을 보유할 때(종합부동산세), 집을 팔 때(양도소득세) 내야 하는 세금을 모두 올리며 ‘출구 없는 옥죄기’가 됐다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세금 부담이 커져 기존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는 대신 증여를 택하게 됐고,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했다”고 강조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주인(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가 전·월세 인상으로 이어져 세입자의 주거비용이 늘어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표한 ‘12·16대책’은 15명 중 9명이 선택했다. 9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 축소됐고, 15억원 초과는 아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종부세 세율을 인상했고 공시가격 인상으로 재산세도 늘었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지역을 확대했다.
 
12·16대책의 가장 큰 부작용은 ‘풍선효과’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확대되며 ‘로또 아파트 붐’이 인 것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보니 청약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누른 탓에 9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집중되며 이들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까지 생겼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실수요자를 ‘멘붕’에 빠지게 한 대책은 지난해 12·16대책이다. 15명 중 10명의 의견이 일치했다. 강력한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에게 직격탄이 됐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서도 실수요자는 대출 우대 등으로 보호할 수 있는데 그런 장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서민 주택 마련 사다리 없어졌다”
 
지난 6·17대책도 실수요자를 힘들게 하는 대책으로 꼽혔다. 9명이 선택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서다. ‘갭투자’를 투기세력으로 보고 이를 막겠다는 의미다. 분양전문업체인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1주택자 갭투자까지 막히면서 서민들의 주택 마련 사다리가 없어지게 된 셈”이라며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2번의 부동산 대책은 정부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피해는 서민이, 혜택은 현금 부자가 누린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시장이 많이 왜곡됐고 중장기적으로 서민에게 대재앙”이라며 “정책이 정부 의도와 완전히 반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풀 방안으로는 전문가 15명 모두가 “다각적이고 꾸준한 공급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용적률 상향 ▶재개발·재건축 기준 완화 ▶역세권 고밀도 개발 등을 제시했다.
 
세제 완화 주장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물 잠김 현상을 낳고 있는 양도소득세 중과의 경우도 매물이 돌 수 있도록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투자팀장, 양용화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피데스개발 대표이사, 김신조 분양전문업체 내외주건 대표이사,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최현주·염지현·한은화 기자 chj80@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