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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주치의도, 새내기 의사도…코로나와 싸운 영웅 100인

중앙일보 2020.07.27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중앙그룹의 사회공헌 캠페인 ‘땡큐 히어로즈 나잇’ 100명의 수상자들은 생명을 위협할지 모를 신종 감염병에 뛰어든 전사였다. 한결같이 “의사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경험 살려 중환자실 자원
퇴근 후 보건소서 봉사한 개원 의사
올 의대 졸업한 25세도 현장 지켜

김현지

김현지

김현지(34)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교수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감염병 사태 때 마지막 환자의 주치의였다. 김 교수는 “그 때 5~10년 안에 무서운 감염병이 다시 올 거라 예상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김 교수는 4월 대구 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2주 가량 진료했다.
 
그는 “메르스 때는 중환자 1명을 돌봤는데, 대구에선 20명을 한꺼번에 맡았다. 메르스와 차원이 달랐다”고 설명한다. 3명은 에크모(인공 심폐장치)를 달고 있는 위중한 환자였다. 김 교수는 “5명이 숨졌는데, 병동에 격리돼 가족과 작별인사도 못하는 게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귀경 후 드라이브 스루(차량이동형) 선별진료소 봉사를 이어갔다.
 
전시형

전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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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형(25) 공중보건의는 3월 초 의과대학 졸업 직후 천안의료원에 투입됐다. 새내기 의사로서 첫발을 뗀 곳이 신종 감염병 사투 현장이었다. 당시 천안엔 줌바댄스 집단감염이 한창이었다. 전 공보의는 “선별진료소에서 하루 50명 넘게 검사하고 병동 회진을 돌면서 의사의 ‘감’을 익혔다”고 말했다.  
 
최승준

최승준

서울 용산구 최내과의원 최승준(58) 원장은 “병원 문 닫고 대구로 뛰어간 분들도 많은데, 제가 상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최 원장은 낮에 의원을 열고, 저녁 7~9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했다. 최 원장의 아들(공중보건의)도 포항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에서 진료한다. 최 원장은 “아들의 동료 공보의들이 현장 근무를 자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선배 의사로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추혜인 서울 은평구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원장도 지난 3월부터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지난달까지 봉사했다. 이 조합은 지역 주민 출자금으로 운영한다. 추 원장은 “방호복을 벗을 땐 손이 덜덜 떨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집에 갔다”고 말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코로나 환자 숫자 뒤엔 집에 못 가고 고생하는 수많은 의료진의 헌신이 숨어 있다”며 “6개월이 지나며 육체적·정신적으로 고갈돼 가는데 오늘 이 자리가 다시 힘을 내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귀한 시상자’가 참석했다. 코로나 완치자 강금자(60)·이정환(25)씨다. 강씨는 기저질환 없이 감염돼 에크모를 달 정도로 위중한 상태에서 20일 가량 사경을 헤맸다.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은 상태인데도 흔쾌히 시상자로 나섰다. 이씨는 “20대도 방심하면 절대 안 된다”며 투병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경고했다. 두 사람은 “코로나19를 겪어보니 의료진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강씨는 “요새 코로나19가 주춤하면서 (주변에서) 마스크를 소홀히 하는 걸 보면 덜컥 겁이 난다”며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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