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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채널A 기자 휴대폰·노트북 압수수색 이례적 취소

중앙일보 2020.07.27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추미애(左), 한동훈(右)

추미애(左), 한동훈(右)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한 데 이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이례적 결정까지 나왔다.
 

“통지, 영장 제시 적법성 인정 안돼”
법조계 “핵심 증거 사라진 셈”

“억울하게 감옥 가도 이겨내겠다”
한동훈, 심의위 발언도 알려져
추미애, 심의위 결과에 계속 침묵

26일 이 전 기자 측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 노트북 컴퓨터 1대에 대한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한다”고 24일 결정했다. 지난 5월 “검찰이 위법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만큼, 휴대전화 등을 돌려달라”고 이 전 기자가 낸 준항고를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준항고는 법관이나 검사, 경찰관 처분에 대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다.
 
검찰은 5월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 기자가 회사에 제출한 휴대전화 등을 채널A 관계자로부터 넘겨받았다. 이 전 기자 측은 “당시 이 전 기자는 현장에 없었고 압수수색 사실 자체도 몰랐다. 이후 중앙지검 포렌식 절차에 참여했을 때 뒤늦게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기자측은 이후 수사팀에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수사팀은 영장 내용의 일부만 구두로 읽어줬다고 한다.
 
김 판사는 “적법한 압수수색 집행 일시와 장소의 통지, 영장 제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전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한 법조계 인사는 “법원 결정으로 수사팀이 확보한 핵심 증거가 사라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영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채 위법하게 압수한 물품은 당사자에게 돌려줘야 할 뿐 아니라 증거능력이 상실돼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압수하기 전 상태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구속 사유 중 하나였던 증거인멸의 전제가 사라진 만큼, ‘구속 결정에 대해 다시 판단해달라’며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법원 결정 수용 또는 불복 절차 착수 여부를 고심 중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한동훈 검사장은 지난 24일 검찰수사심의위에 출석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며, 본인에게 닥친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상황은 말도 안 되며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권력층이)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것이라 생각한다. 심의위가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려도 법무부 장관과 수사팀은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렇게 호소하는 건 광풍의 2020년 7월을 나중에 되돌아볼 때,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중 한 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역사 속에 남기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게만 된다면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끝까지 담담하게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15명으로 구성된 심의위는 당일 한 검사장과 관련해 수사중단(10명 찬성) 및 불기소(11명 찬성) 권고를 결의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은 물론이고, ‘전공’이 아닌 부동산 문제에까지 연일 SNS를 통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왔던 그동안의 행보와는 대비되는 모양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언유착’이라고 단정한 뒤 무리하게 지휘권까지 발동했다가 제대로 역풍을 맞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KBS 제보자 수사 남부지검 배당=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는 시민단체가 KBS의 오보와 관련해 성명 불상의 정보 제공자를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KBS는 지난 18일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총선 직전 신라젠 의혹 보도’ 등을 공모했다”고 보도했다가 오보로 밝혀져 사과했다. 하지만 KBS 취재팀과 정보 제공자간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해당 인사가 채널A 수사 관련 검찰 간부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가영·박사라·나운채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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