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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의혹' 심의위에 "의견제출 불가"···몸 사린 대검 형사부장

중앙일보 2020.07.26 21:27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스1]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스1]

채널A 강요미수 의혹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서 ‘대검찰청 형사부의 의견을 확인하자’는 요청이 의결됐음에도 의견이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심의위는 회의 당일 사건관계인뿐만 아니라 대검 측의 의견도 살펴보기로 의결했다. 관련 규정에 따른 결정이었다.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의견서 제출 등을 준비했지만, 대검 형사부장이 수사심의위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고 한다.
 

수사심의위 ‘대검 의견도 확인하자’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회의가 열린 지난 24일 의혹에 연루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피해를 주장하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 측의 의견서를 검토했다.
 
수사심의위는 사건관계인인 이들뿐만 아니라 대검 형사부에게도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심의에 필요할 경우 관련 부서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수사심의위는 의결을 거쳐 대검 측에 형사부의 의견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검 형사부장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수사심의위에 회신했다. 이에 수사심의위는 대검 측 의견은 살펴보지 않기로 다시 의결한 뒤 토론과 숙의를 진행했다. 그 뒤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 계속 의견을,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수사 중단 의견을 권고했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 주재를 위해 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 주재를 위해 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실무진 의견 준비했지만…제출 안 돼

 
대검 형사부는 수사심의위로부터 개최 일정과 함께 의견 제출을 준비해줄 것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이에 실무진은 수사심의위 의결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의견 제출 등 과정을 형사부장에 보고했다. 이후 수사심의위가 “대검 측 의견을 내라”고 의결했지만, 실무진은 이같은 의결 사항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수사심의위의 의결에 따른 요청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의견서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대검 형사부장의 결정으로 실무진 의견은 수사심의위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 형사부장은 수사심의위에 자료 제출을 거부하겠다는 것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검 실무진과 수사팀 사이 의견 대립 과정에서도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실무진 입장과는 달리 대검 형사부장은 “혐의가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秋 의식했나…검찰 안팎서 의문점 제기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심의위 의결에도 불구하고 대검 형사부 의견이 제출되지 않은 데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관련 규정이 있고, 심의위원들의 요청에 따라 정당하게 진행된 절차인데도 의견 제출이 안 된 배경이 무엇이냐는 취지다.
 
검찰 내부에서도 윤 총장의 수사 지휘권이 상실케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의식해서 대검 형사부장이 의견서 제출에 응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법무부 측에서도 대검 측에 수사심의위 의견서 제출에 대한 우려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지방의 한 검사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과 형사부 실무진의 의견 제출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대검 형사부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게 맞느냐”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되면 지휘 위반으로, 별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나 검찰 인사 등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의견 제출을 안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채널A 강요미수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이른바 ‘제보자 X’ 지모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수사심의위원회 위원 15명을 윤 총장이 직접 선정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글을 올렸다.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수사심의위 위원 선정 및 의견 제출 등 관련 절차를 일절 보고받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나운채·강광우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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