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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서 꿀 훔쳐먹고 달아났다…'방랑벽' 오삼이 마지막 행선지

중앙일보 2020.07.26 13:33

2번의 탈출과 교통사고…꿀 훔치기도 

충북 영동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었던 반달가슴곰 '오삼이'(공식 명칭 KM-53)가 다시 수도산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충북 영동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었던 반달가슴곰 '오삼이'(공식 명칭 KM-53)가 다시 수도산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전 충북 영동읍 화신2리. 몸무게 150㎏짜리 곰이 양봉농가에 내려와 꿀을 먹어치운 뒤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이 위치추적기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추적한 결과 반달가슴곰 ‘KM53’(별칭 ‘오삼이’)로 확인됐다. 오삼이는 당시 농가에 있던 벌통 6개 중 4개를 부수고 꿀까지 먹은 후 유유히 사라졌다.
 

지난달 15일 수도산 나와 충북 영동서 발견
벌꿀 훔친 뒤 20여일 먹이활동 후 다시 수도산
지리산→수도산→금오산→민주지산→수도산
영역 확장 등 분석…“수도산 안식처 정한 듯”

 지난달 충북 지역 양봉농가에서 꿀을 먹고 달아난 오삼이의 행적이 확인됐다.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은 “영동 민주지산에 머물던 오삼이가 열흘 전 수도산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달 충북 영동군의 양봉 농가에서 벌꿀을 훔쳐먹고 달아난 지 23일, 수도산을 떠난 지 한 달 만이다. 오삼이는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직원들이 KM53에게 붙여준 애칭이다.
 
 이 곰은 지난 12일까지 영동 삼봉산과 민주지산 일대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하루 5~8㎞씩 남하해 사흘 뒤인 15일 수도산으로 돌아갔다. 수도산은 오삼이가 두 차례 탈출 끝에 서식지로 자리 잡은 곳으로, 2년여간 먹이활동과 동면을 거듭했던 곳이다. 생물종보전원은 “오삼이가 다시 수도산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이곳을 안전한 서식지로 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덕유산 유력했으나, 다시 수도산행” 

지리산에 방사되는 반달가슴곰 km53. [중앙포토]

지리산에 방사되는 반달가슴곰 km53. [중앙포토]

 
 오삼이는 떠돌이 생활을 즐긴다. 2015년 1월에 태어나 그해 10월 27일 전남 구례에 있는 지리산에 방사됐다. 이 곰이 첫 탈출을 시도했다가 붙잡힌 때는 2017년 6월 15일이다. 당시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됐는데, 지리산 권역을 벗어나 경남 함양과 거창을 거쳐 무려 60~70㎞를 이동한 것이다. 반달가슴곰의 활동 반경이 15㎞인 점을 고려하면 오삼이가 도토리와 머루·산딸기 등 먹이가 풍부한 지리산을 떠난 것은 의외였다.
 
 전남 구례 지리산에서 수도산으로, 수도산에서 충북 영동을 넘어온 오삼이는 잠시 여행을 멈췄다. 당시 다시 지리산으로 옮겨져 적응훈련을 한 오삼이는 이듬해 3월까지 동면에 들어갔다. 오삼이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후 2018년 5월 5일 수도산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시속 100㎞로 달리는 고속버스에 치여 왼쪽 앞발이 부러졌다.
 
 치료를 마친 오삼이는 2018년 8월 27일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수도산에 방사됐다. 생물종보전원 관계자는 “오삼이는 지난해 6월께 수도산을 떠나 경북 구미 금오산으로 갔다. 이곳에서 19일 동안 먹이활동을 한 뒤 다시 수도산으로 돌아와 겨울잠을 잤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도산에서 겨울잠을 잔 오삼이는 올해 충북 영동으로 여행을 왔다. 지난달 15일 수도산을 출발해 북쪽으로 30㎞를 걸어와 닷새 뒤인 20일 충북 영동의 민주지산에 도착했다. 영동에 도착한 이 곰은 지난달 22일 오전 영동읍 화신2리 양봉 농가에 내려와 벌통 6개 중 4개를 부수고 꿀을 먹어 치운 뒤 달아났다.

 

오삼이, 동면 이어온 수도산에 호감

반달가슴곰 KM53이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이동한 경로. [사진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반달가슴곰 KM53이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이동한 경로. [사진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오삼이는 원래 왔던 길과 비슷한 경로를 통해 수도산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종보전원 관계자는 “구미 금오산을 오가며 활동하다가도 겨울잠은 꼭 수도산에 잤다. 이곳을 비교적 안전한 서식지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삼이의 떠돌이 생활을 두고 전문가들은 영역확장 차원의 활동이나 암컷 찾기를 위한 행동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금껏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51마리, 새끼를 포함하면 69마리에 달한다. 이 정도 마릿수라면 분산이나 영역 확장을 해야 할 정도로 지리산이 비좁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한 전문가는 “반달가슴곰은 만 5살부터 6~8월 사이에 번식 활동을 하는데 오삼이는 딱 그 시기가 됐다”면서도 “지리산에 암컷 개체가 많음에도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고 새 서식지를 찾아 떠난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오삼이의 행동을 비춰볼 때 워낙 호기심이 강해 지리산과 비슷한 산악지대를 떠돌아다닌다는 분석도 있다. 생물종보전원은 “어떤 이유로 수도산을 떠나 영역을 넓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위치 추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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